[칼럼]17~18C의 명기 10대가 어우러져 화음을 이루는 화사한 바로크 음악
스크롤 이동 상태바
[칼럼]17~18C의 명기 10대가 어우러져 화음을 이루는 화사한 바로크 음악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18.04.26 0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호의 지구촌 음악산책(29)> Leclair Violin Concerto Vol 3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프랑스인이면서 프랑스인답지 않은 작곡가, 이태리인이 아니면서 이태리인 같은 작곡가 하면 바로 알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장 마리 르클레르(Jean Marie Leclair, 1697~1764년)이다. 그에게 이런 별칭이 붙은 데는 그가 작곡한 곡 중에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소나타와 콘체르토)이 모두 이태리 냄새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즉 멜로디적인 면이나 하모니, 기교 등에서 모두 바로크의 후기 이태리적 요소가 풍부하게 배어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아래 바로크 음악에 대한 간단한 설명에서 다시 언급하고자 한다.

그러면 왜 그런 별칭이 붙었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르클레르의 12개의 바이올린 콘체르토는 비발디가 즐겨 사용한 3악장 전개 형식(Fast-Slow-Fast)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비발디와 코렐리가 사용하는 전형적인 이태리 양식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Slow movement를 보면, 이 악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벨칸토 아리아 형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것은 톡 튀어나온 듯한 바이올린 독주자가 전체 음악에 마치 즉흥적으로 만든 장식품을 달아 놓듯이 멜로디를 연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르클레르의 곡이 무조건 이태리식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도 있다. 왜냐하면 이태리의 전형적인 형식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주된 골격에 독주 악기의 즉흥적 장식과 같은 것이 없으며, 오히려 대단히 난해하고 복잡하며 장식적인 선율과 트릴 등 프랑스인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을 나름대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빠른 악장에서도 마치 비발디를 떠올리게 하는 뛰어나고 빠르며 반복되는 음부와 한꺼번에 쏟아내는 듯한 동음의 스케일이 마치 이태리 형식 같지만, 실제로 잘 뜯어보면 프랑스적인 우아함과 트릴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르클레르의 호구 조사나 한번 해봐야겠다. 르클레르는 프랑스에 소나타가 보급되기 시작한 무렵 프랑스의 리용에서 태어났다. 이후 이태리 음악이 리용의 음악가들을 사로잡고 있던 시기에 르클레르 역시 코렐리의 유명한 제자인 소미스(Giovanni Battista Somis, 1686-1763)와 함께 유학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북부에 있는 파리로 가지 않고 오히려 동부 지역의 튜린으로 유학을 떠났다는 점은 특이할 만한 일이다.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이때 르클레르는 '프랑스 춤의 예술성을 가르치는 것으로 돈벌이를 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필자가 그때 거기서 직접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요즘 말하는 카바레에서 넋 빠진 아줌마를 꼬드기는 '제비'와 같은 역할은 아닌 것 같고, 진짜 춤의 예술을 가르치는 것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르클레르 작품들인 소나타와 콘체르토는 이때 작곡됐다고 한다. 확실히 정열적인 생각과 활동은 창조적 에너지가 되는가 보다.

이 음반은 표제가 이며 산도스(Chandos)라는 레이블에서 제작 보급했다. 연주자는 고음악 전문 연주자들이 모여서 결성한 '컬리지움 뮤지컴 90'(Collegium Musicum 90)인데, 이들이 연주하는 악기 역시 대부분 르클레르가 살아있던 그 시대에 만들어진 명기들이다. 17세기에 만들어진 바이올린 3대, 18세기에 만들어진 바이올린 4대, 비올라 1대, 첼로 2대, 콘트라베이스 1대 등 골동품만도 10대나 된다. 함께 어우러져 나오는 골동품의 화음 역시 가히 놀랄 만큼 아름답다.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골동품 화음을 만드는 것은 현악기의 현에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원전 악기의 경우 주로 거트(Gut)현을 사용한다. 양(羊)의 소장(小腸)에 있는 심줄을 정제해서 만든 가는 줄로서, 테니스 라켓 줄이나 바이올린 계통의 현악기 또는 하프의 현에 사용한다. 일명 양장현이라고도 하는 거트현은 천연 소재의 현이라서 소리가 대단히 곱고 유려하다. 하지만 단점은 철제 현이나 나일론 현보다 내구성이 매우 약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트현 연주자들은 아주 힘 있게 연주하지 못하고 조심스레 연주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전체적으로 음량이 작아지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이 음반은 녹음 상태가 비교적 우수하기는 하나 명기의 유려한 연주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 산도스의 건조한 디지털 녹음 방식과 메마른 듯한 특징이 명기들이 쏟아내는 아름다운 음의 윤기를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바로크 음악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에게는 한 장쯤 소장해야 할 명반으로 이 음반을 꼭 추천하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