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낙하산, 도로 적폐?…농어촌공사 인사보니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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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낙하산, 도로 적폐?…농어촌공사 인사보니 '한숨만'
  • 김기범 기자
  • 승인 2018.04.30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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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최규성 취임후 전문성 없는 인사 무차별 투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 최규성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 뉴시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하나의 강박이 된 지 오래다.

물론,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비단 우리에게만 해당되진 않는다. 하지만 유독 한국근현대사는 사람의 적절한 쓰임새와 관리에 대한 트라우마로 점철돼 왔다.  

크던 작던, 조직의 모든 인사에는 납득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점점 구성원들의 합의와 이해가 중시되는 현대 민주사회에선 설득력이 떨어지는 인사 정책은 반발과 파행만을 가져올 뿐이다.

이문을 최우선적으로 좇는 사기업은 물론, 공적 영역에서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는 공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공공부문은 일개 정파나 특정 사인(私人)만을 위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의 것이기에 조직 내부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고, 그만큼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이게 나라냐’라는 깊은 자괴감을 안겨줬던 박근혜 정부가 실패한 정권으로 낙인찍히게 된 데에도 ‘잘못된 인사’가 그 중심에 있었다. 능력이나 도덕성과는 무관하게 통치자가 자신의 사람만을 우선시하다 보니 같은 여권 내에서도 불만이 생겼고 결국 탄핵으로 이어졌다.

이제 광장에서 발현된 ‘촛불정신’이 탄생시켰다는 문재인 정부다. ‘적폐 청산’의 프레임은 정권 출범 1년이 된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그만큼 보수와 진보를 떠나 그 이전 정권과는 뭔가 달라야 한다.

현 정권이 출범한 지 한 해가 지나도록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임명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 중에는 ‘캠코더’니 ‘정피아’ 소리를 듣는 논공행상식 보은인사도 상당하다.

정·관계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크고 작은 자리를 할애하는 데에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사(人士)들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선거라는 적법한 ‘게임의 룰’에 의해 정권을 가져간 이들의 엄연한 권리이고 책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성이나 이력과는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투하되는 ‘낙하산 인사’는 또다시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얼마 전 이뤄진 한국농어촌공사 상임이사 인사가 또 그 일례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에 임명된 신규 이사 4인중, 농어촌개발이사에 발탁된 모 대학교수의 경력이 합당치 않다는 공사 안팎의 호소다.

노조를 비롯한 농어촌공사 내부에서 그의 전문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농수로 관리가 주목적인 농어촌공사 내에서도 지역개발과 투자사업을 책임지는 자리에 의료관광복지과 교수가 도대체 왜 들어서야 하는지 많은 이들이 의아해 한다. 아무리 통섭(統攝)의 시대라지만, 무엇이든 정도가 있는 법이다.

신임 농어촌개발이사가 익히 여권과 관련이 있었던 인물이라는 지적은 아직도 공기업 자리가 정권의 전리품이라는 인식과 무관치 않다.

올해 뽑힌 농어촌공사 임원진 중 국회의원을 세 번 역임한 최규성 현 사장과 두 명의 비상임이사가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다. 기관장이나 비상임이사는 그렇다 쳐도, 전문성과는 상관없이 또 친여권 인사가 상임이사에 포진한다면 국민들 눈에 어떻게 보일지 관계자들은 심사숙고해야 한다.     

고인 물은 썩듯 연고(緣故)와 온정(溫情)에 치우친 관행은 늘 같은 양상을 되풀이해 왔다. ‘코드인사’라는 유행어도 현 정부의 뿌리가 닿는 참여정부 시절에 나왔다. 이처럼 낙하산 인사 시비는 이 땅에서 시대와 진영을 아울렀다. 그리고 역사는 반복됐다.  

국가권력을 비롯한 공공부문의 힘 있는 자리는 국민들이 잠시 위임한 것일 뿐, 그 소유권을 아예 양도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적폐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다. 

"아무튼 열심히 하겠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답변만으론 절대 안 된다. 세상엔 열심히 해서 안 되는 일도 많다. 국가 자원과 국민 세금을 책임지는 공기업 이사 자리는 더욱 그렇다.  

사람을 다시 가려 뽑아 쓰는 것은 쉽지만, 잘못된 인사정책을 인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당사자들의 용단(勇斷)이 필요할 때다.

담당업무 : 에너지,물류,공기업,문화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파천황 (破天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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