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남북정상회담 비판에, 한국당 후보들 ‘선 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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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남북정상회담 비판에, 한국당 후보들 ‘선 긋기’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4.30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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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긍정적 여론 높아…반대 일변도 한국당 당론에 ‘고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민심은 남북정상회담이 ‘위장평화쇼’라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생각과 달리 흘러가는 모양새다 ⓒ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나라를 통째로 북에 넘기겠습니까, 나라를 통째로 좌파들에게 넘기겠습니까, 지방까지 통째로 좌파들에게 넘기겠습니까’가 우리 지방선거 구호다. 중앙정부를 좌파에 넘기고 지방정부까지 통째로 넘기겠냐고 국민에게 물어보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지방선거 SNS 득표전략 워크숍’에서 한국당의 6·13 지방선거 전략을 소개했다. 홍 대표가 밝힌 지방선거 대책은, 한마디로 ‘색깔론’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에 불어오는 훈풍(薰風)을 ‘위장평화쇼’로 평가절하하면서, ‘전통적 방식’으로 보수를 결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민심은 홍 대표 생각과 달리 흘러가는 모양새다. <리얼미터>가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64.7%가 북한의 비핵화·평화정착 의지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수에서도 북한의 비핵화·평화정착 의지를 신뢰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비율이 20%포인트 이상(13.8%→39.6%) 높아졌다. 진보·중도는 물론, 보수도 남북정상회담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셈이다.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에 대해서도 한국당은 여론과 입장을 달리 한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29일 ‘댓글 조작 규탄대회’에서 “만찬장에서 자기들만의 잔치를 하고 아양을 부린 사람들이 무슨 양심으로 비준 얘기를 꺼내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28~29 양일간 수행해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응답자의 78.4%가 ‘판문점 선언’에 대해 국회가 비준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당 당론(黨論)이 여론에서 유리(遊離)되는 분위기다.

이러다 보니 난감해진 쪽은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예비후보들이다. 남북관계개선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성공’ 방향으로 기울어진 지금, 예비후보들은 당론을 따라야할지 여론을 따라야할지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이다. 한국당의 공천을 받고 출마한 만큼 당의 뜻을 거스르기는 어렵지만, 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어긋나는 기조(基調)를 취할 수도 없는 까닭이다.

실제로 한국당 경기지사 후보인 남경필 지사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교류·협력을 위해 다양하고 진일보한 합의가 이뤄진 것을 의미 있게 평가한다”며 “‘평화를 향한 여정’이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님!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썼다. 홍 대표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 역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북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 데 대해 환영한다”며 “완전한 비핵화가 없이는 완전한 평화도 없다.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또한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특히 남북정상회담 관련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어 가고 있다. 당 지도부는 정신차려야 한다”고 썼다.

이런 기류는 기초단체장 후보들에게서도 포착된다. 오는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지역에 출마하는 한 한국당 예비후보 측은 26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야당으로서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각을 세우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책무지만, 야당이기 이전에 정당이기 때문에 국민감정과 괴리가 돼선 안 되는 것 아닌가”라며 “게다가 선거가 내일모레인데, 수도권 유권자들이 우리 당의 입장에 어떻게 반응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서 그는 “언론에도 나왔지만, 실제로 예비후보들 중에는 당 슬로건(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조차 써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면서 “보수 유권자들이 많은 지역이면 몰라도, 수도권에서 출마하는 예비후보들은 머리가 아플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도 3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제19대) 대선에서 봤듯이 강성 보수 결집만으로는 25%를 넘기 어렵기 때문에 중도층으로의 확장이 중요한데, 남북정상회담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중도층으로의 확장은 포기한 것 같다”면서 “모르긴 몰라도 일선에서 뛰는 후보들은 죽을 맛일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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