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노조’ 3~4년 내 폭발적 에너지 발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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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노조’ 3~4년 내 폭발적 에너지 발휘할 것”
  • 박지순 기자
  • 승인 2009.08.10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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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공사 노동조합 정연수 위원장
 
한국노총, 민주노총 노동운동의 한계 드러났다.

지난 6일 기자는 서울지하철공사노동조합 정연수 위원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7호선 군자역에서 내려 역무원에게 노동조합 사무실 찾아가는 길을 물어보려 했다.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한 역무원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초행길이었던 기자에게는 당황스런 일이었다. 지하철을 타려는 한 승객이 군자역에는 역무원이 없다고 알려주고 나서야 말로만 듣던 ‘무인매표역’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정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노조 사무실을 찾아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얘기해야 했다. 기자는 정 위원장이 보낸 차를 타고 노조 사무실에 가는 동안 노동 현장에서 불고 있는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의 심각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노동운동계 최대 이슈인 ‘제3노조’ 결성 움직임 역시 노동자들을 떨게 하고 있는 고용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원동력 중 하나라고 여겨지고 있다. 제3노조 결성의 중심축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정 위원장을 만나 제3노조 결성의 배경과 향후 추진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민주노총의 이데올로기 집착 시대에 맞지 않아

-한국 노동운동은 오랫동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라는 양대 노총 중심으로 전개돼 왔습니다. 제3노조가 현재 시점에 필요한 이유를 개략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언론에서 요즘 제3노조라는 표현을 쓰는 것 같은데 ‘새로운 노조’라는 표현이 더 좋을 듯 합니다.”

-아직 현실적으로 결성된 것이 아니어서 명칭이 중요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노동운동 방식에 문제가 있어 새로운 노조가 필요한 것일 텐데 무엇이 문제입니까.

“한국노총은 정치와 자본에 의존하는 노동운동을 해왔습니다. 이에 비해 민주노총은 이데올로기에 집착하는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요. 노동의 기본 개념부터 재정립해야 합니다.”

-좀 관념적인 답변 같습니다. 보다 쉬우면서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노동이 없이는 자본이 창출될 수 없습니다. 반면 자본이 없으면 노동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죠. 지금까지의 노동운동은 ‘배분’의 문제에만 매달려 왔는데 우물 안에 갇힌 노동운동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과학적이며 논리모순이고 낙후된 방식이지요.”

-노동운동의 주요 존재이유는 노동자의 임금 인상이라고 볼 수 있고 이것이 곧 배분의 문제 아닌가요.

“임금근로자라고 해서 단순히 임금을 받는 것만이 노동의 목적이 아닙니다. 이제는 ‘주인 노동운동’이 돼야 합니다. ‘사람’이 돈을 벌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 서울지하철공사노동조합 정연수 위원장은 노동자가 기업의 주인이고 주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박지순
기업과 경영, 소비자까지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노동운동 지향

-주인 노동운동은 생소한 용어네요. 노동자가 주인이 돼야 한다는 말은 가끔 들어본 것 같지만요. 어떤 뜻으로 사용했는지요.

“노동운동이 기존에 그랬듯 분배의 문제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생산과 기업 경영, 소비자까지 아울러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과거 육체노동의 시대에서 지식노동, 창조 노동으로 노동력을 향상시켜 왔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로서의 기본 자질도 세계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과거처럼 노동자의 지위를 자본과 기업에 종속시키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지난달 2만 9천 명의 노조원을 확보하고 있는 KT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며 새로운 노조 결성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습니다. 서울지하철노조도 민주노총을 곧 탈퇴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탈퇴는 확실합니까.

“네. 9월 중으로 조합원 투표를 통해 탈퇴할 계획입니다. 70% 이상의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의 운영방식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 탈퇴여부는 조합원들이 선택할 것입니다. 서울지하철과 대구, 대전, 광주지하철도 비슷한 시기에 탈퇴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KT노조를 비롯 서울과 각 지역 지하철 노조 민노총 탈퇴 도미노

-서울을 비롯한 각 지역 지하철 노조가 연대체를 결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다음 달 같은 날에 찬반 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서울과 각 지역 위원장들 간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사전에 위원장들과 대의원들이 만나 논의하는 자리는 마련될 듯합니다.”

-지하철공사를 비롯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새로운 노조가 결성되더라도 과연 그들이 노동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꽤 있습니다. 정 위원장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공기업과 정부 투자기관, 중앙과 지방 공무원 등 공공부문 노조는 그동안 법적제한에 묶여 조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정치권보다 높은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조의 전문성을 살린다면  3~4년 내 폭발적 에너지를 발휘해 미래 노동운동을 선도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공공부문 노조에 대해 국민들은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무슨 노조냐’ 하는 식이죠. 정 위원장은 공공부문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했지만 노조는 별개 문제일 수 있지 않을까요.

“맞는 지적입니다. 그래서 노동운동도 시민과 함께하고 국민을 섬기는 운동이 돼야 합니다. 사회적 공헌을 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노조의 사회적 공헌은 생소하게 들립니다. 서울지하철노조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소개해 주시죠.

“지난 2006년부터 강원도 평창 등지에서 수해마을 지원사업에 참여했고 2007년에는 시민마라톤에 만 명을 초청해 기념품을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노원구 장애인복지회에 김치와 식사 대접을 했고 노숙자 식사 지원사업도 펼쳤습니다. 조합비 1억 원을 일자리 창출 기금으로 내놓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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