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식에 혼쭐난 라면업계…미투·가격인상 꼼수 '자업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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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식에 혼쭐난 라면업계…미투·가격인상 꼼수 '자업자득'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8.05.02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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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오뚜기·삼양·팔도, 지난해 매출 '뚝'
인기 제품 베끼기 악습…연구개발 투자 '정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라면업계가 간편식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인기 제품을 그대로 베껴내는 '미투'(모방제품)와 가격 인상 꼼수 등으로 자기 무덤을 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2010년 1조 원대에 그쳤던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매년 평균 19% 이상 성장하면서 2017년에는 3조 원을 웃돌았다. 지난해 가정간편식 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37.4% 증가했다는 이마트 분석도 있다.

조리시간이 짧고 가격이 저렴한 데다, 기존 패스트푸드와 달리 영양까지 챙길 수 있는 가정간편식을 찾는 젊은 층 1인 가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공사가 지난해 공개한 가공식품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 1인 가구의 월 평균 간편식 구입비용은 6만135원으로 전체 가구 대비 26.7% 높았다.

또한 간편식을 구입한 이유로 '음식 조리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맛이 좋아서'를 꼽은 응답자가 전체 응답자 중 각각 26.1%, 24.5%를 차지했다. 품질에서도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라면업계는 침체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업계 1위 농심은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라면을 통해 올린 매출은 1조5629억 원으로 전년 대비 0.68%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오뚜기가 면제품류로 올린 매출도 0.88%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17.59% 감소했다. 삼양식품(내수) 역시 면류를 통해 얻은 매출이 4.85% 떨어졌다. 팔도는 라면제조로 창출한 매출이 3.91% 올랐으나, 영업이익은 6.17% 줄었다.

국내 라면업계를 대표하는 회사 4곳의 실적이 모두 퇴보한 것이다.

이들의 2017년 총 매출(면류) 규모는 3조915억 원으로, 이중 생면류 등 제품을 제외하면 라면 매출은 1조 원 후반에서 2조 원 초중반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간편식 시장이 라면 시장 규모를 뛰어넘은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서로 대체되는 제품인 만큼, 간편식 시장이 라면 시장을 잠식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라면이 갖고 있는 건강에 안 좋은 이미지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 국내 라면업계 탑(TOP)4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 각 사(社) CI

업계 일각에서는 이처럼 라면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데에는 라면업체들이 연구개발에 소홀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심은 최근 '양념치킨 큰사발면'을 출시했다. 양념치킨 소스에 라면을 비벼먹는 용기면으로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한 제품이라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에 단맛을 첨가한 것에 불과한 미투(모방제품)라는 평가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오뚜기는 하절기 비빔면 성수기를 겨냥한 '춘천막국수'를 지난 3월 30일 출시했다. 팔도가 '막국수 라면'을 출시한지 불과 4일 만이다. 출시일 차이가 짧은 만큼 미투라고 보긴 어려우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별 차이를 느낄 수 없는 제품이다.

라면업계 내 베끼기 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2015~2016년 국내 라면시장 황금기를 견인했던 농심의 '짜왕'은 오뚜기 '진짜장', 삼양식품 '갓짜장', 팔도 '팔도짜장면' 등 모방제품으로 인해 진땀을 뺐다.

삼양식품의 히트상품 '불닭볶음면'은 2014년 팔도의 '불낙볶음면'과 그 유사성을 두고 소송전을 펼치기도 했다. 농심도 오뚜기의 '진짬뽕'과 흡사한 '맛짬뽕'을 출시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라면 4사(社)가 소비자 만족보다는 근시안적인 마케팅에 집중한 셈이다.

실제로 공시에 따르면 농심이 투자한 연구개발비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3년 간 1.1%에 머물고 있다. 삼양식품은 2015년 0.38%, 2016년 0.37%, 2017년 0.31%로 매년 감소했다.

오뚜기의 경우 2015년 0.34%, 2016년 0.33%, 2017년 0.37%로 그나마 나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전체 제조업 평균 3%대에는 크게 못 미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제품 출시가 가격 인상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농심의 '맛짬뽕' 가격대는 2015년 출시 당시 1245원으로 책정, '신라면' 630원보다 98% 가량 높았다. 하지만 라면의 주재료인 소맥 수입 가격은 2011년 톤당 260달러에서 2015년 170달러 수준으로, 팜유 수입 가격도 1139달러에서 690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맛짬뽕'의 원가가 '신라면'보다 약 73원(20%) 더 많이 드는 데에 그친다고 추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라면업계의 한 관계자는 "길게 보면 결국 공멸이 아니겠느냐"며 "라면에서 간편식으로 이동하는 건 시대적 변화로 볼 수 있지만, 여기에(라면에서 간편식으로 이동) 속도를 붙인 건 각 업체들 책임이다. 자기 무덤을 판 것"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다른 목소리도 제기된다. 식음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간편식과 라면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 라면은 간편식의 부분집합"이라며 "다만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해서 간편식 같은 라면 제품을 개발하는 데에 좀 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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