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이 후퇴한 합의라는 홍준표,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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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이 후퇴한 합의라는 홍준표, 사실일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5.03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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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차례 선언·합의에서 ‘비핵화’ 명시했던 北…정상 간 ‘비핵화’ 합의는 이번이 최초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4월 27일 역사상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개최됐다 ⓒ 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깜짝 이벤트는 차고 넘쳤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한 핵심 과제인 북핵 폐기 문제가 단 한 걸음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과거의 합의보다 후퇴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8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이 같이 일갈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실패로 판명됐던 과거의 합의를 반복한 ‘위장평화쇼’일 뿐, 한반도 평화를 담보할 북핵 폐기에는 단 한 걸음도 다가서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홍 대표의 말은 진실일까. 정확히 표현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합의 주체를 ‘남북’으로 확대하면 홍 대표의 평가에는 타당성이 있지만, ‘남북 정상’의 합의만 놓고 보면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7차례 선언·합의에서 ‘비핵화’ 명시했던 北

홍 대표의 말대로, 북한은 이미 7차례의 선언과 합의에서 비핵화를 명시적으로 약속한 바 있다. 1992년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는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으며,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문’에도 ‘북한은 핵활동을 즉각 중지하고 관련 시설을 해체한다’, ‘북한은 IAEA의 핵동결감시활동을 위한 모든 협력을 제공해 장래 핵위협을 해소한다’는 내용이 삽입됐다.

2005년 ‘9·19 공동성명’에는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할 것과, 조속한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공약했다’는 문구가, 2007년 ‘2·13 베이징 6자회담 합의문’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궁극적인 포기를 목적으로 재처리 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을 폐쇄·봉인한다’, ‘IAEA와의 합의에 따라 모든 필요한 감시 및 검증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IAEA 요원을 복귀토록 초청한다’는 문구가 명기됐다.

2007년 ‘10·3 베이징 6자회담 합의문’에는 ‘북한은 금년 내 모든 현존 핵시설 불능화 및 모든 핵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완료한다’는 항목이, 같은 해 ‘10·4 남북공동선언문’에는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합의 사항이 포함됐다. 2012년 ’2·29 북미합의’ 때도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핵실험 및 우라늄 농축 활동을 포함한 영변에서의 핵활동에 대한 모라토리엄 이행에 동의했다. 1992년부터 2012년까지 있었던 7차례의 합의에 모두 ’비핵화‘가 명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홍 대표의 발언에도 일리가 있다. 

▲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에 직접적으로 비핵화가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뉴시스

정상 간 ‘비핵화’ 합의는 이번이 최초

다만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에 ‘비핵화’가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사상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이었던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에서는 ‘6·15 공동선언’이 발표됐으나, 비핵화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6·15 공동선언의 내용은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 △남북 통일 구상의 공통점(남측의 연합, 북측의 낮은 연방제안)을 통한 통일 지향 △이산가족·비전향장기수 문제 해결 △경제교류 협력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 검토 등이었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담에서는 ‘10·4 공동선언’이 나왔다. 6·15 공동선언에서와는 달리, 남북은 10·4 공동성명에 ‘남과 북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하였다’는 표현을 넣었다.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는 모두 핵폐기를 핵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비핵화 선언이긴 했지만, 지난 합의들을 이행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이번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다’는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직접적으로 비핵화를 명시했다. 정상회담만 놓고 보면, 지난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 비해 진일보한 비핵화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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