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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짜혁명③ 박士] 상아탑, 윤리의식 결여로 멍들다
2018년 05월 12일 14:00:55 변상이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사짜혁명' 3번째 커버 스토리에서는 박사(士), 이중에서도 시민사회를 위한 교육, 연구, 봉사라는 사명감을 가진 대학교수들을 다룬다. 교수 집단은 우리 사회 최고의 지성집단으로서 시대정신과 지식담론을 제시하고,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교수들이 폭행과 성희롱, 연구비 횡령, 기업 비호 연구 등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전체 교수 집단의 권위를 상실케 하는 분위기다. 상아탑이 윤리의식 결여로 멍드는 모양새다.

   
▲ 최근 일부 교수들이 폭행과 성희롱, 연구비 횡령, 기업 비호 연구 등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전체 교수 집단의 권위를 상실케 하는 분위기다. 상아탑이 윤리의식 결여로 멍드는 모양새다. ⓒ 게티이미지뱅크

기업의 연구비 후원, 독립성 유지 '의문'

국내 대학교수들의 학술활동에 있어 기업의 연구비 후원은 필수적이다. 정부나 학교 차원에서 지원되는 연구비가 선진국에 비해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교수들의 연구 결과가 기업의 이득과 직결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연구 독립성에 의문이 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 당시 서울대학교 A교수는 옥시레킷벤키저(옥시)로부터 1200만 원을 자문료 명목으로 수수하고, 옥시 측에 유리한 보고서를 썼다는 의혹을 받고 구속 기소됐다.

해당 보고서는 정부가 처음으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들이 존재한다고 발표했을 때, 옥시 측이 이를 부인하는 용도로 쓰였다.

1심 재판부는 "독성학 분야 최고 권위자로서 사회적·도덕적 책임이 있는데도 옥시 측 금품을 받고 연구 윤리를 위반했다"며 보고서 조작 혐의와 서울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연구용역과 무관한 물품대금을 가로챈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A교수에게 징역 2년, 벌금 25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지난해 4월 이 같은 1심을 깨고 A교수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물품대금을 가로챈 혐의는 인정되지만, 옥시에 유리한 보고서를 써줬다는 혐의는 무죄라는 판단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A교수는 옥시에 매우 불리한 내용도 포함한 생식독성 시험 결과를 포함한 보고서를 발표했다"며 "결론에 큰 영향이 없는 일부 항목을 제외했다는 검찰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은 즉각 성명을 내고 "자문료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일이 부정한 게 아니라는 것인가. 영혼 없는 청부과학자에게 면죄부를 쥐어 준 사법부에 분노한다"고 규탄했다.

비슷한 사안이지만 유죄 판결을 받은 교수도 있다. 지난해 9월 대법원은 옥시로부터 자문료 2400만 원을 받고 가습기살균제 관련 보고서를 옥시 측에 유리하게 작성한 혐의로 기소된 호서대 B교수에게 징역 1년 4개월, 추징금 24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 재판부는 "대학교수로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는데도 부정한 청탁을 받고 돈을 받아 사회 일반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도 "보고서 내용이 허위가 아니라면 부정한 청탁으로 대가를 받았다면 범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보고서 조작 사실 여부를 떠나서, 두 사건은 기업에서 인용하는 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야기했다. 기업으로부터 연구비를 후원 받는 교수들의 윤리의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학계 일각에서는 "연구비 후원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철저히 심사하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미성년 자녀가 교수 논문 '공저자', 연구 부정행위
학생 폭행·성희롱·연구비 횡령 등 갑질…민낯 드러나

시민사회 발전과 후학양성 위해 헌신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교수들이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일도 적발됐다.

올해 초 교육부는 2007~2017년 발표된 논문을 전수점검한 결과 교수가 자신의 논문에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끼워 넣은 사례가 29개 대학에서 82건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교수들이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표기한 이유는 자녀들의 대학 입학을 위한 꼼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상대적인 박탈감이 든다는 원성이 쏟아지자, 당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논문에 기여하지 않은 미성년자를 저자로 표시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라며 "입학 취소 등을 포함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에는 인천대 교수 6명이 정부나 기업에서 받은 연구비 수억 원을 빼돌리고, 일부 교수는 학생들에게 지급된 연구비를 되돌려 받는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도 있었다.

교수들은 연구비를 대신 관리해준다며 학생들로부터 통장과 비밀번호를 넘겨받아 자신의 통장으로 빼돌렸다.

학생 폭행, 성희롱 등 교수들의 갑질도 줄을 이었다. 2015년 '인분 교수'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강남대 C교수는 제자가 일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약 2년 동안 인분을 먹이고 수십 차례 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재판부에 따르면 해당 교수는 피해자에게 얼굴에 비닐을 씌우고 최루가스를 뿌리는 등 극악한 수법으로 괴롭혔다. 학생에 대한 교수의 권위를 악용해 인권을 무참히 짓밟은 사례로 꼽힌다.

최근에는 서울대에서 '갑질 교수' 논란이 일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D교수는 학생들에게 성희롱과 폭언을 일삼으며 자신의 집 청소와 차량 운전 등 사적 지시를 내렸다.

또한 대학원생 제자의 인건비를 사적으로 사용했으며, 1000만 원 상당의 연구비도 횡령한 의혹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교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교수 파면을 위한 한마음 행동' 집회를 열고 "단순 서울대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 만연한 권력관계 문제의 반영이다. 이번 사안의 해결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합당한 절차에 따른 제대로 된 조치를 요구했다.

이처럼 대학교수의 부정행위와 갑질이 지속적으로 고발되면서 학계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주장이 나온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는 "언제부터인가 대학은 한국 사회 적폐의 집합소가 됐다. 서열에 따른 갑질, 만연한 인권침해와 성폭력 등 진리의 상아탑이라 부르기 민망하다"며 "민주적이고 평등한 공동체를 건설하는 데에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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