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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랑은 명작을 낳는다"
<김선호의 지구촌 음악산책(31)> 낭만주의 음악의 거장 리스트-피아노의 시인 쇼팽·바그너
2018년 05월 23일 10:19:34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서로 마주 보는 눈동자를 통해 어느 순간 화인(火因)이 점화되면 불꽃같은 사랑은 시작돼 시차도 나이도 타인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불꽃은 붉은 색 네모필라로 타오르며 자신들만의 격정과 망각과 환영의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이성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역반사(逆反射)가 주어진 조건 속에서 일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며, 이로 인해 새로운 감각의 조건 속에서 상상할 수 없는 명작이 태어나는 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 아무튼 뇌 속에서 옥시토신, 도파민, 페니레시라민 이외에도 또 능동성과 창의성, 자의적 감각의 진화 등과 관련이 있는 알 수 없는 부수적인 물질들이 생성되는 것이 아닌가싶다. 이처럼 불꽃같은 사랑이 만들어낸 작품은 음악사 속에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여기서 그것을 다 굴비 엮어서 늘어놓듯이 주워 꿸 수는 없으니 대표적인 것만 몇 개 들어보자.

먼저 낭만주의 음악의 거장 리스트(Franz Liszt, 1811년 10월 22일~1886년 7월 31일)를 보자. 그의 사랑은 사실 정상적인 사랑은 아니었다. 마리 다구(Marie d'Agoult) 백작부인과 염문을 뿌리며 나눴던 불꽃같은 사랑도 그렇고, 또 비트겐슈타인 공작의 부인 카롤리느(Carolyne zu Sayn-Wittgenstein)와의 사랑도 그렇다. 그러나 그 사랑 속에서 <파우스트>교향곡과 교향시 <전주곡>이라는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리스트가 이 전주곡의 뜻을 다음과 같이 밝힌 것은 모두 이유가 있을 법하다.

"인생이란 죽음에 의해 그 엄숙한 첫소리를 연주하는 알 수 없는 노래의 전주곡이다. 사랑은 모든 삶의 매혹적인 예명이다. 그러나 이 환희와 행복 위에 폭풍우가 쏟아져 아름다운 환상과 희망의 제단이 파괴당하지 않을 사람이 있으리오"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한편 피아노의 시인 쇼팽(Frederic Francois Chopin, 1810년 3월 1일~1849년 10월 17일)은 첫사랑의 불꽃같은 희열과 벅참, 그리고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의 깊은 좌절 속에서 꿈처럼 빗물처럼 흘러내리는 <이별의 왈츠>를 작곡해 첫사랑 마리아 보진스카(Maria Wodzinska)에게 전하고 떠났다. 쇼팽이 작곡한 왈츠는 모두 21곡인데 이 가운데 <이별의 왈츠>는 <화려한 왈츠>, <강아지 왈츠>와 함께 쇼팽의 가장 유명한 왈츠로 꼽힌다.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그러면 바그너(Wilhelm Richard Wagner, 1813년 5월 22일~1883년 2월 13일)의 작품을 하나만 더 보자. 바그너의 대작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는 바그너가 스위스의 갑부 베젠동크의 부인 마틸데(Mathilde Wesendonck)와 나눴던 불같은 사랑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실제로 바그너가 사랑한 세 여자 민나 풀라너(Minna Planer), 마틸데 베젠동크, 그리고 리스트의 딸 코지마(Cosima) 가운데 오로지 마틸데 만이 자신의 뜻대로 결실을 맺지 못하고 늘 가슴에만 열정을 안고 애 닳아하며 살아야만 했다. 하지만 마틸데와의 사랑은 <트리스탄과 이졸데>라는 작품으로 승화해 독일 오페라 역사상 가장 높이 평가되는 작품으로 남게 됐다.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그런데 우리도 사랑을 하게 되면 음악이든 뭐든 자신이 종사하는 영역에서 명작을 남길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람에게는 역동적 에너지가 솟아나오고 감성적으로 독특한 느낌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매사를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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