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 여론조사] 그들은 진짜 여론을 알고 있을까?
스크롤 이동 상태바
[피노키오 여론조사] 그들은 진짜 여론을 알고 있을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5.25 17:2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거운동 악용되는 여론조사…무용론(無用論) 대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정치권에서는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 시사오늘

이미 게임은 끝났다. 아니, 어쩌면 시작도 전에 승부는 결정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그렇다. 하루에도 몇 개씩 쏟아지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여당(與黨)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는 모양새다.

<한국갤럽>이 5월 16~17일 수행해 18일 공개한 자체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1%를 획득해 11%를 얻는 데 그친 자유한국당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그 뒤를 이은 바른미래당(6%)과 정의당(4%), 민주평화당(0.2%)은 아예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지방선거 예측에 유의미한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지역별 조사에서도, 민주당은 모든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TBS> 의뢰로 <리얼미터>가 5월 21일과 23일 이틀간 실시하고 24일 공개한 결과를 보면, 민주당은 54.9%의 정당지지율을 얻어 20.9%의 한국당을 더블스코어 차이로 앞섰다. 바른미래당(6.5%)과 정의당(5.5%), 민평당(2.3%)은 이 조사에서도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쳤다. 지역별로도 민주당은 전 지역에서 1위에 올라, 지방선거에서의 승전보를 예고했다.

무선전화 방식, 유선전화보다 신뢰도 높아

통상적인 관점에서, 현 상황이 민주당에게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는 궤멸(潰滅) 직전에 놓인 반면,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와 북한발(發) 훈풍(薰風)에 힘입어 유례없는 지지를 받고 있는 까닭이다. 대통령 임기 초반에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여당이 주도권을 잡는다는 점과 남북 화해무드가 여권에 유리한 이슈라는 점을 고려하면, 6·13 지방선거 승부의 추는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여론조사 결과 같은 ‘일방적인 승부’가 나올까. 제20대 총선에서, 우리나라 여론조사기관들은 말 그대로 ‘굴욕’을 당했다. 새누리당이 완승할 것이라던 자신들의 예상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서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이 선거를 기점으로 여론조사기관들은 유선전화에 의존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유선·무선전화를 혼용하기 시작했고,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학량 국민대 교수는 2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층은 유선전화를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유선전화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층은 50~60대가 많다”며 “더구나 RDD(Random Digit Dialing) 방식은 지역의 구·군만 나와 있는 상태에서 뒷번호만 바꿔 전화를 거는 방식이라 그 지역에 살지 않는 사람들까지 대답을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지역·연령·성 등을 추출하는 비례할당 방법을 쓰는데, 유선전화는 이게 잘 안 되기 때문에 보정을 많이 한다”면서 “보정을 심하게 할수록 정확도가 떨어지므로, 표본 추출도 쉽고 보정도 덜 하는 무선전화 방식이 정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에프텔> 박경렬 대표도 같은 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여론조사가 이뤄지는 시간대에 집에 계시는 분들은 대체로 연령대가 높고, 연령대가 높은 분들일수록 정치에 관심이 큰 경향이 있어 응답률도 높다”며 “아무래도 무선전화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 더 정확할 개연성이 있다”고 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는 연일 여론조사 불신론을 펴고 있다 ⓒ 뉴시스

여론조사 자체의 한계…무조건 신뢰는 곤란

그러나 무선전화 방식의 도입이 곧 신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제19대 대선을 앞두고, <한국갤럽>은 2017년 5월 1~2일 양일간 무선 86%, 유선 14% 비중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2일 발표했다. 당시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38%,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20%,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16%였다.

마찬가지로 2017년 5월 1~2일 양일간 무선 80%, 유선 20%로 조사해 2일 결과를 공개한 <리얼미터> 역시 문 후보 지지율을 42.4%, 안 후보와 홍 후보의 지지율을 공히 18.6%로 예상했다. 그러나 대선 득표율은 문 후보 41.08%, 홍 후보 24.03%, 안 후보 21.41%였다. <한국갤럽>은 홍 후보 득표율을 8%포인트가량, <리얼미터>는 5.4%포인트가량 낮게 예측한 것이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의 부정확성이 단순히 조사 방식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실제로 관계자들은 조사 방식 외에도 여론조사 신뢰도를 결정하는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지지율’이 그대로 ‘득표율’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득표율은 단순 지지율보다 적극 투표층 내에서의 지지율과 더 연관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4월 부산 해운대을 김대식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이 점을 꼬집은 바 있다. 홍 대표는 이 자리에서 “여론조사에서 50%가 나오는 후보라도 투표하러 가는 사람이 절반이라면 득표율은 25%밖에 안 되지만, 여론조사에서 30%밖에 안 나오는 후보라도 투표하러 가는 사람이 90%면 득표율은 27%”라며 “선거는 자기 지지층을 어떻게 투표장에 많이 보내느냐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김학량 교수 역시 “여론조사는 100% 투표한다는 가정 하에 나오는 것”이라며 “투표율이 낮으면 지지율이 실제 득표율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제19대 대선에서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고연령층의 지지율이 높았는데, 이분들은 투표를 적극적으로 하는 분들이라 득표율이 더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응답자 정치성향의 비대칭성도 여론조사 신뢰도를 낮추는 요인 중 하나다. 지금처럼 정치 지형이 한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는, 자신들이 소수(少數)라고 느끼는 야권 지지자들이 여론조사 참여에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한국당 정호성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2월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사회 분위기를 압도하다 보니 보수 지지자들은 상대적으로 여론조사에 소극적인 면이 있다”며 “자신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거나, 한국당 지지자면 굳이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여당 지지자가 적극적으로 응답할 확률이 높고, 실제로도 그렇다”면서 “그러면 당연히 지지율은 정부여당 쪽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 분위기가 응답자 정치성향의 비대칭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여론조사가 유권자들의 투표 심리에 영향을 주는 만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시사오늘

여론조사에 의심 눈초리…제도 개선 필요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여론조사 무용론(無用論)’을 외치기도 한다. 지금의 여론조사는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여론을 호도(糊塗)하고 정치인들의 선거 운동에 악용되기만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최근 자신이 서울 중랑구 장미축제에 참석, 인파에 둘러싸였던 사례를 언급하며 여론조사가 실제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 역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도가 엄청나게 높은 것으로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는데, 믿느냐?”며 “저는 6월 13일 투표함 뚜껑을 열 때 민주당 지지가 쑥 내려가고 우리 3번이 쑥 올라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2004년 4월 노무현 탄핵 당시 총선을 다시 보는 기분”이라며 “당시 방송 3사가 하루 17시간씩 탄핵의 부당성만 집중 방송한 후 내 선거구였던 동대문을의 마지막 여론조사는 14대 58로 지는 것으로 나왔지만, 투표 결과 내가 당선됐다”고 썼다.

그러면서 그는 “보름만에 여론이 바뀐 것이 아니라 여론 조사가 엉터리 왜곡 조사였던 것”이라면서 “정말 민심이 그런지 투표 한번 해보자”고 했다.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대한 의혹의 목소리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지난 대선에서 대부분 여론조사들은 다 홍준표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게 진다고 했는데, 실제 결과는 어땠나”라고 반문하며 “여론조사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참고용일 뿐인데, 마치 여론조사 결과가 곧 선거 결과인 것처럼 생각하는 문화는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여론조사가 필요 없다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 나간 것”이라면서도 “여론조사가 무분별하게 시행되고 언론에서 받아쓰는 것은 유권자들의 투표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이니 만큼, 제도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toptrace 2018-05-25 18:50:58
투표조작해서 조작 여론결과에 맞추어 의심을 피하려는게 그대들의 계획 아니오? 그대 이번에 그건 아니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