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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후보자 여론조사, 국민의 ‘알 권리’일까?
대중심리 자극해 국민 권리 침해하는 여론 조사… 알 권리로 둔갑한 마타도어
2018년 05월 27일 18:44:06 한설희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선거철마다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베스트셀러가 있다. 바로 후보자 지지율 여론조사다. 여론조사 대상의 표본 크기나 유·무선 여부, 응답률 등 신뢰도는 대중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한다. 그보다는 파격적인 수치, 혹은 누군가의 입맛에 맞는 수치만이 여론조사의 ‘상품성’을 좌우한다.

   
▲ 정치권의 선전 도구로 여론 조사가 이용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이들은 얼마든지 국민들의 진의가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를 적극적으로 공표해 선거권자들을 혼란시킬 수 있다. 이는 존엄한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뉴시스

여론조사 결과를 가장 적극적으로 상품화하는 곳은 정치권이다. 정치권은 저마다의 수치로 대중을 자극해 자당 후보를 홍보하거나 또는 타 후보를 비방하는 ‘판매 수익’을 얻는다.

6·13 지방선거가 20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정치인들은 보수와 진보 나눌 것 없이 조사 결과를 입에 올리기 바쁘다. 결과가 유리하게 나오는 민주당은 ‘대세론’을, 불리하게 나오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여론조작론’을 주장하는 모습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만큼 시민들이 형성하는 여론이 정치 과정에 있어서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권의 선전 도구로 여론 조사가 이용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대중심리 자극 도구로 전락한 여론조사… 국민 선택권 침해까지

정당과 후보자는 선거를 통해 가장 큰 이익을 취하는 이권 관계자다. 이들은 얼마든지 국민들의 진의가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를 적극적으로 공표해 선거권자들을 혼란시킬 수 있다. 이는 존엄한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이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선전에 악용한다면, 1위 후보자에게 표가 더욱 쏠리게 하는 ‘밴드왜건 효과’나 약세 후보자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언더독 효과’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월등히 앞서 있는 경우, 굳이 직접 투표하지 않아도 지지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생각에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특정 언론이 의도적으로 수치나 조사 범위를 과장하고 축소해 민심을 오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결국 조사 기관마다 제각각인 수치와 이를 부추기는 정치권으로 인해, 대중심리에 휩쓸린 국민들은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받고 감정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선거를 앞두고 여론 조사가 극성을 부릴 경우, 국민들의 합리적 표심과 선거의 공정성이 크게 위협받는 셈이다.

심지어 여론조사는 유·무선 여부에 따라, 응답률에 따라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으며, 조사 중 부정행위도 적잖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월에도 순천시장 후보를 결정하는 당내 경선에서 후보들이 전화를 대규모로 개설한 후 이를 이용해 조사 결과를 조작하려는 시도가 밝혀진 바 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여론조사를 정당 예비후보를 심사하는 경선 과정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큰 오차율을 자랑하며 절대적 객관성을 담보 받지 못한 한낮 수치들은 후보자들의 경쟁력을 알아보는 데에 그치지 않고 후보를 결정하는 데까지 활용된다. 여론조사 결과가 후보자들의 참정권과 국민들의 선택권까지 좌지우지하는 상황이다.

‘알 권리’ 속에 숨겨진 마타도어

정치권과 일부 언론들은 이 모순을 ‘국민의 알 권리’로 포장하고 있다. 절대적인 ‘알 권리’, 즉 공익을 위해 여론조사 결과를 널리 알리고 활용하는 것뿐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알 권리는 중요하다. 다만 알 권리가 선택권과 참정권 등 다른 권리와 비교해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신뢰할 수 없는 수치를 알 권리에 해당하는 정보라고 볼 수 있을까. 알 권리란 ‘의사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취사선택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후보자에 대한 정보는 사회적 의사 형성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응답률이 한 자릿수에 그치는 후보자 지지율은 공론화 시킬 필요가 없다.

이들이 운운하는 알 권리란 결국 공익으로 둔갑된 마타도어라고 봐야 한다. 국민이 ‘알아야 할 것’과 단순히 ‘알리고 싶은 것’을 구분하지 못한, 아니 구분하지 않은 책임감 없는 행동이다.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부풀려 반대편을 비판하는 ‘마타도어’란 투우 경기 중 소의 정수리를 찔러 죽이는 투우사를 뜻하는 스페인어 ‘마따도르(Matador)’에서 유래했다. 마타도어는 투우를 유인하여 칼로 찔러 치명상을 입힌다. 몇몇 여론조사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오늘도 대중심리를 자극해 특정 후보자를 선택하도록 덫을 놓고 대중을 유인하고 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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