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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에너지기업’ 선언한 한국수력원자력… 정재훈 式 개혁 시작되나
2018년 06월 12일 18:19:43 김기범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앞장서며 종합에너지기업으로서 독자적 위상을 정립하려는 정재훈 사장(왼쪽)의 미래 비전에는 한국수력원자력(오른쪽)의 현실적 고민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 뉴시스

정재훈 사장이 최근 종합에너지기업으로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위상 정립을 선언하며, 취임한 지 70여 일만에 조직개혁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4월 5일 취임식에서 “에너지 전환정책 등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자”고 강조한 정 사장의 일성(一聲)이 서서히 가시화 되는 게 아니냐는 평가다.

지난 7일 울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 사장은 한수원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을 최선봉에서 구현해야 하는 동시에 앞으로 독자적 생존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한수원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정 사장이 표방한 한수원의 미래 비전은 대략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신재생에너지 발전이라는 방향성 확립을 통해 한수원의 새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석탄'이라는 에너지 정책은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의 전환기를 암시했다.

이러한 전환기를 맞아 앞으로 한수원이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선점해야 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더구나 현 정부에 의해 선임된 정 사장이 누구보다도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앞장서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두번째는 종합에너지기업으로서 한수원의 생존 방안 확보다. 

그 중심엔 한수원이 단순한 원전 운영이나 수출 뿐만 아니라 에너지 컨설팅 기업으로 자리하겠다는 정 사장의 복안이 자리한다. 프랑스 EDF와 미국 엑셀론의 원전 운영 실태를 언급한 것은 이들을 롤 모델(role model)로 삼겠다는 정 사장의 의지가 피력된 것으로 보인다.

2016년까지 80~90%를 유지하던 원전 가동률은 지난해 70% 대로 낮아졌고, 올 초엔 평균 50% 대를 기록했다. 비록 계획예방정비라는 명목으로 원전 가동률이 줄어들었지만, 이는 유가 인상 등의 대외 요인이 더해져 한전과 한수원의 급격한 영업익 감소라는 결과를 낳았다. 전기료 인상이라는 국민 부담마저 다가오는 실정이다.

결국 에너지 컨설팅에 초점을 맞춘 소프트웨어 중심의 종합에너지기업 표방에는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라는 정 사장의 고민이 담겨져 있다.

정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외부에서 준 충격으로 강제 튜닝을 당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을 '외부 충격'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현 시점에서 에너지 정책의 파급력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강제 튜닝'이라는 말로써 한수원 내부 의지와는 상관없는 구조 조정의 의미도 나타냈다.

한수원 존립 목적상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외부 압력에 의해 조정이 이뤄지고 있음을 단편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는 곧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수원의 위기의식 팽배와 동일시 될 수 있다.

다만, 정 사장은 위기상황을 또다른 기회의 발판으로 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제 자유로운 바다로 가서 먹거리를 골라 먹을 기회가 왔다”는 말은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른 위기를 인정하고 이를 새로운 활로를 찾는 계기로 맞아야 한다는 현실인식의 반영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수원이 모기업인 한전으로부터 독자적 노선 구축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현재 한전과 한수원이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출 프로젝트 이후에 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 등의 원전 수출은 한수원이 주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독자적인 역량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능력을 기반으로 향후 원전 수출 무대를 주도하겠다는 정 사장의 의지 표현은 한편으론 기존 한전 중심 에너지 산업으로부터의 탈피로도 풀이된다. 

“한전이 위에 있고 우리가 하도급 같은 그런 분위기는 싫다”는 정 사장의 직설적 표현은 적어도 해외 수출 분야에서 모기업인 한전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제시한 한수원의 미래 비전 현실화를 위해선 정 사장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정 사장은 이른바 탈원전으로 인해 원전 산업 수출 역량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충분히 보완할 길이 있다”고만 말했다.

이른바 해외에서의 큰 시장, 중간 시장, 틈새시장 등을 언급하며 모든 노력을 불사하겠다고 했으나 그 구체적 방식은 무엇인지 아직 찾을 수 없다.

원전 운영에만 목매지 않고 사업의 다각화를 위해 다양한 에너지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은 납득이 가지만, 이를 어떻게 현실화 하겠다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이는 비단 정 사장과 한수원 뿐만 아니라, 현재 에너지전환 정책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각 에너지 공기업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12일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탈원전 기조 속에서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며 생존 방안을 확립해야 하는 것은 비단 한수원 뿐만 아니라 모든 에너지 공기업의 숙제"라며 "그러나 한수원의 존립 이유를 현실적으로 감안할 때 당장의 변화보다는 안정적 전환의 기틀을 먼저 만드는 것이 정 사장 식(式) 개혁의 시발점이자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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