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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영남패권·이념정치 포기해야 산다
<기자수첩> 세 번의 선거로 증명된 민심
2018년 06월 15일 17:50:03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6·13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뉴시스

6‧13 지방선거는 보수진영의 패배로 끝났다. 그냥 진 것이 아니라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의 참패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가 모두 사퇴했다. 보수의 패배 요인 분석과 야권 재편에 대한 전망이 쏟아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 남북회담에서 불어온 훈풍 등 여러 가지 선거 패배 요인이 지목되지만, 사실 이런 결과는 이미 지난 2016년 예상됐다. 제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최악의 공천파동과 함께 무너진 바 있다.

그러나 동시에, 20대 총선은 보수가 살 길을 살짝 예고했다. 당선인의 면면을 살펴봐야 한다. 민주당이 맹위를 떨쳤던 수도권에서 누가 당선됐고, 어떤 주장을 펼쳤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있지만, 한 예로 대표적인 인물을 꼽자면 김용태 의원(서울 양천을)이다. 김 의원은 소장파가 사라진 새누리당에서, 끊임없이 당에 혁신을 주장해온 인물로 꼽혀왔다. 김 의원은 서울 47개 선거구 중 35개를 민주당이 쓸어가는 상황에서도 당선됐다. 보수 강세지역인 강남이나 3파전의 어부지리를 본 곳도 아니다.

그러나 김 의원이 목소리를 낼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 배경에 있던 것은 당내에 팽배했던 친박계 주류의 전횡과 영남패권론이었다. 김 의원은 그 해 새누리당의 혁신위원장에 내정되기도 했으나, 친박계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도 출마, 또 다른 수도권의 정병국 의원(경기여주양평)과 단일화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영남세를 극복하지 못하며 비박계 단일화 단계에서 무너졌다. 다음은 당시 김용태 캠프의 한 관계자가 기자와 만나서 들려준 이야기다.

“(김 의원은)당 대표가 된다, 안된다를 논하기 전에, 정말 나서지 않으면 안 될 때라서 나선 겁니다. 지금 야당(민주당)은 젊어지고,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도 영남을 벗어나 수도권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종북타령도 관둬야 합니다. 그러려면 비박계, 수도권 당 지도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듬해, 자유한국당의 이성헌 서대문갑 지역위원장도 기자에게 유사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냥 아무렇게나 나서도 당선되는 당의 영남 정치인들은 긴장감이 없습니다. 이건 숫제 수도권 포기입니다. 원외위원장들에게 해주는 것도 없으면서 하지 말라는 것만 늘어갑니다. 이대로 가면 다음 지방선거, 총선 위험합니다.”

경고는 현실이 됐다. 광역단체는 물론 광역의원, 기초단체장까지 민주당이 장악했다. 한국당은 ‘TK에 갇혔다’는 이야기가 쏟아지는 중이다.

사실은 2017년 대선의 득표지형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감지됐다. 영남을 제외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단 한 곳에서도 패하지 않았다. 그나마도 부산, 울산에선 승리했고 경남도 근소한 차이였다.

민심은 또 다시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영남 밖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보수성향 인사가 원희룡 제주도지사인 것은 과연 우연일까. 여기서 원 지사의 과거 행보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 지사는 김용태 의원 전에 보수에서 가장 먼저 개혁을 부르짖은 인물이다. 남경필 경기지사 ,정병국 의원과 함께 ‘남원정’으로 불렸던 원조 소장파다. 당연히 극우적 성향과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선거 막판에는 민주당 입당론이 돌았을 정도다.

남원정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던 남 지사는 민주당 후보의 대형 스캔들에도 큰 격차의 패배를 면하지 못했다. 반면, ‘한국당으로는 돌아가지 않겠다’라고 공언하며 조직표를 포기한 원 지사는 반등했다. 보수가 살 길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최소한 선거결과가 뒷받침해주는 가설이다. 보수 부활의 키워드는 영남패권론의 포기, 그리고 극우이념의 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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