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꽂힌 건설업계…'재정리스크' 우려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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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 꽂힌 건설업계…'재정리스크' 우려 제기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8.06.20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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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SK건설은 필리핀 정부와 총 사업비 약 2조2000억원 규모의 친환경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왼쪽부터 류병선 서희건설 부사장, 주양규 SK건설 부사장,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알폰소 쿠시 필리핀 에너지부 장관) ⓒ SK건설

국내 건설업계가 필리핀 수주에 집중하는 것과 관련, 필리핀 정부 등 발주처 재정 악화에 따른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5일 해외건설협회는 필리핀 상공부 산하 해외건설위원회와 건설·엔지니어링 부문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방한 일정 중 진행된 이번 양해각서 체결은 국내 건설업체의 필리핀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공식 채널 구축 작업의 포석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정부가 약 183조 원을 인프라 확충에 투입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업계 차원의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낭보는 양해각서 체결 직후 바로 전해졌다. SK E&S는 필리핀 에너지부와 약 1조8000억 원 규모의 LNG인프라 구축사업을 제안하는 의향서를 체결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지난 15일에는 SK건설이 총 사업비 약 2조2000억 원 규모의 필리핀 케손주 지역 화력발전소 2기 건설·운영 민자발전사업 투자의향서를 필리핀 정부와 체결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필리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예상되는 데다, 최근 해외 수주가 동남아 지역으로 집중되고 있는 만큼, 필리핀발(發) 수주 낭보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올해 초 필리핀 관개청으로부터 약 2064억 원 규모의 할라우강 다목적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2018년 국내 건설업계의 첫 수주였다. 일성건설은 필리핀 해안도로 건설을 210억 원에 수주했다.

지난해 말에는 포스코건설이 2200억 원 규모의 석유화학플랜트 공사를 필리핀 석유화학 회사 JG 써밋 올레핀스와 함께 수주하기도 했다.

국내 건설사들의 필리핀 수주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 인프라 시장이 확대되면서 그간 중동 지역에만 치우쳤던 해외 수주가 시선을 옮기고 있다"며 "특히 필리핀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직접 지원을 약속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 필리핀 보홀 섬 타그빌라란 공항 인근에 위치한 팡라오 섬 남서쪽 알로나비치 전경 ⓒ 시사오늘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필리핀 정부 등 발주처의 재정 악화가 심화되면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이 발표한 '2018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41위를 차지했던 필리핀은 50위로 밀려났다. 아시아 지역 국가 중 최대 하락폭이다. 재정 악화 문제가 주된 하락 요인으로 꼽혔다.

이는 두테르테 정부의 인프라 확충 정책의 부작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인프라 시장에 예산을 투입하면서 수입은 크게 늘었지만, 수출이 부진하면서 무역적자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필리핀 건설 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분위기다.

현지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주말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보라카이 폐쇄가 6개월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예산 문제로 환경정비 작업이 거의 중단된 실정"이라며 "다 뜯어 놓고는 개보수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오는 8월 보홀섬 국제공항 시범 운영을 하기로 예정돼 있는데 도로 건설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타그빌라란 공항 규모가 작아 관광객 수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필리핀 인프라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국내 건설업계의 피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필리핀에 진출한 국내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필리핀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증가 추세고, 필리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예상돼 큰 손실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신흥국은 재정 수지가 악화되면 공사 발주가 중단되거나, 대금 지급이 늦어질 수 있다. 리스크 관리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4일 정상회담을 열고 교통·인프라, 경제통상, 재생에너지 보급사업, 과학기술, 세부신항만건설사업 차관공여 등 5건의 양국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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