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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인상 추진' 문재인정부, 박근혜정부의 담뱃값 떠올려야
<기자수첩>적당히 할 거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2018년 06월 22일 14:17:03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이 공개된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22일 오후 '바람직한 부동산세제 개편방향' 토론회를 열고 부동산 보유세 개편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논의되는 내용은 토론 과정에서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28일 재정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부동산 보유세 개편 권고안'으로 최종 확정돼 정부에 제출되고, 정부는 관련 절차를 밟은 뒤 이를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할지, 세율을 올릴지, 아니면 두 가지를 조합하는 방향으로 갈지, 1주택자에 대한 과세강화 방안은 어떻게 검토될지, 그리고 최종 인상폭은 어느 정도 수준에서 결정될지, 특위 내 견해충돌이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는 당연하다는 반응, 집이 재산의 전부인 서민들만 세금폭탄으로 피해를 볼 것이라는 주장, 집값 안정화를 위해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 우리나라 특성상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국가경제가 초토화될 것이라는 전망 등이 쏟아진다.

이처럼 다양한 견해가 제기되고 있고, 온 나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문재인 정부의 고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6·13 지방선거 압승으로 힘을 받긴 했지만 부동산 보유세 개편방안이 시행되는 그날까지 여러 가지 압박과 진통이 예상된다.

그러나 조세 정책은 외교 정책과 더불어 행정부의 고유 권한으로 분류된다. 정권의 방향성과 나라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사안이다. 다양한 의견수렴도 중요하지만 정책의 본디 목적을 잊어선 결코 안 된다. 이는 선거 당시 현 정권을 지지한 국민의 열망을 배신하는 것임은 물론, 정권의 생명력을 잃게 한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담뱃값 2000원 인상을 결정했다.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증세를 꾀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담배 판매량은 2015년 33억 갑에서 2016년 36억 갑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담배 관련 세수도 10조 5000억 원에서 2016년 12조3000억 원으로 늘었다. 흡연율 감소효과는 전혀 없었다.

국민건강이라는 본디 목적을 잃고, 정부의 곳간 채우기로 전락해 버린 조세 정책은 국민적인 지탄을 받았고, 보수정당은 담배 주 소비층이자 자신들의 텃밭인 노년세대와 블루칼라의 지지를 잃어 총선에서 완패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몰락의 시발점이 됐다. 만약 국민건강 하나만 바라보고 담뱃값을 강력하게 인상했다면 어땠을까. 가정은 삼가야겠지만 아마 지금과는 다른 결과나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보유세 인상의 본디 목적은 주택시장 안정화다. 문 대통령은 보유세 규모를 임기 안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1% 규모로 끌어올리는 등 부동산 과세 강화를 통해 투기세력의 부동산 매도를 유인하고 집값 연착륙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을 대선 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본말전도 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보유세 인상 시 연간 세수가 3000억 원 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고, 몇몇 경제단체에서는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부동산 시장 침체를 유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거래세는 OECD 가입국 평균 대비 높은 실정이니 보유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투기세력 잡겠다는 조세 정책인데 거래세를 낮춰서 투기꾼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는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을까. 또한 부동산 시장 침체는 바꿔 말하면 주택시장 안정화 초기 단계 신호라고 볼 수 있다.

민간소비 위축은 걱정할 필요조차 없다. 불로소득을 원천 차단하고 노력소득을 추구하게끔 도우면 경제는 되레 활성화될 것이다. 세부담 전가는 임대차보호법 등 세입자를 위한 제도를 차후 강화하면 될 일이다. 아울러, 국민 주거권 보장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지도 않았는데 세수를 운운해선 안 된다.

주택시장 안정화라는 본디 목적을 잃는다면 보유세 인상은 정부의 곳간 채우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투기세력들에게는 성실 납세자라는 면죄부만 준다. 집권여당은 부동산 시장 내 실수요자이자 자신들의 텃밭인 젊은세대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길 원하는 국민들의 지지를 잃을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몰락의 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토지자산은 개인의 경우 상위 10%가 전체 토지의 65%를 차지하고, 법인의 경우 상위 1%가 전체 토지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천문학적인 수치일 것이다. 부동산 보유세 인상이 불평등과 불공정을 해소할 수 있는 핵심 개혁 정책인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 정부의 기치이기도 하다.

모든 개혁이 그렇듯, 적당히 할 거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식음료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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