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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2016?…반갑지 않은 한국당의 데자뷔
<기자수첩> 역사를 잊은 정당에게 미래는 없다
2018년 06월 26일 18:25:58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2018년 한국당 앞에 놓인 길은 두 개밖에 없다. 2016년의 실패를 답습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느냐다 ⓒ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2016년 새누리당

2016년 4월 13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現 자유한국당) 당사에 마련된 제20대 총선 개표상황실은 ‘패닉(Panic)’에 빠졌다. 최대 180석, 못해도 과반 의석 획득은 확실하다던 예상과 달리, 방송사 출구조사는 새누리당의 패배를 가리켰기 때문이다.

출구조사 발표 전까지만 해도 환하게 웃으며 당직자들과 악수를 나누던 강봉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얼굴은 펴질 줄을 몰랐고, 원유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쏟아지는 땀을 닦기에 바빴다. 옆에 앉은 황진하 사무총장의 입에서는 연신 한숨이 터져 나왔다. 기대로 가득했던 제20대 총선은, 그렇게 새누리당에게 아픔만 남긴 채 마무리됐다.

불의(不意)의 패배를 당한 새누리당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은 일괄 사퇴했다. 당대표 권한을 대행하게 된 원유철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선거 참패 뒷수습을 맡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신속한 대처’는 여기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직후, 당내에서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비박(非朴)은 ‘원유철 비대위’가 친박(親朴)의 당권 장악을 위한 포석이라고 생각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으니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비박의 주장이었다.

결국 원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 자리를 내놨다. 당을 수습한 책무는 다음 원내대표로 선출된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 원내대표가 비박 중에서도 강성으로 꼽히는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하자, 친박은 조직적 비토로 전국위원회를 무산시켰다. 내홍(內訌)이 극에 달한 순간이었다.

새누리당 ‘변화의 노력’은 거기서 끝났다. 김 의원이 던져버린 혁신비대위원장 자리는 김희옥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에게 돌아갔다. 재임기간 내내 ‘친박 대리인’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던 그는, 두 달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렸던 이정현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뒤로 물러났다. 새누리당의 혁신은, 그렇게 유야무야(有耶無耶) 마무리됐다.

2018년 자유한국당

2018년 6월 13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 마련된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4곳을 ‘싹쓸이’한 것과 달리, 한국당은 대구·경북 단 두 곳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난 까닭이다. 홍준표 대표는 개표가 시작된 지 10분 만에 자리를 떴다.

한국당은 곧바로 ‘수습 프로세스’를 가동했다. 홍 대표는 선거 다음 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당대표 권한을 대행하게 된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어서 ‘중앙당 해체’를 골자로 하는 쇄신안을 발표하고, 추인(追認)을 위한 의원총회를 열었다.

하지만 의총은 친박과 비박 간 ‘갈등의 장’이 됐다. 국민에게 반성과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향후 수습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열린 의총에서 친박과 비박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주력했다.

김 원내대표는 공개 발언에서 “계파 갈등과 이해관계에 따라서 분열하고 또 다시 싸워야 하는 구조는 제 직을 걸고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정작 의원들 사이에서는 ‘메모 사건’ 당사자인 박성중 의원에 대한 비난과 김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의총 다음 날, 김 원내대표는 “친박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 같아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정말 지긋지긋한 친박의 망령”이라고 말했다. 이러자 정우택 의원 등 중진들은 김 원내대표의 사퇴와 혁신비대위 준비위 해체를 요구하며 맞섰다.

‘강성 친박’ 김진태 의원도 “김 원내대표가 선거 참패 책임을 모면하려고 있지도 않은 친박을 만들어 당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하루빨리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힘을 보탰다. 2016년 4·13 총선 패배 이후 새누리당의 모습과 유사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2016년 새누리당과 2018년 자유한국당

2016년 새누리당과 2018년 한국당은 여러모로 닮아 있다. 큰 선거에서 패배를 당했으며, 지도부가 물러났고,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을 대행하면서 비대위 구성에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이 그렇다. 여기에 원내대표에 대한 비토와 사퇴 요구마저도 비슷하다.

문제는 이것이 한국당에게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라는 점이다. 당내 잡음으로 ‘뼈를 깎는 혁신’ 대신 적당한 선에서의 봉합을 택했던 새누리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유탄을 고스란히 맞고 추락을 맛봤다.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참패는 2016년 국민이 때린 ‘회초리’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렇다면 2018년 한국당 앞에 놓인 길은 두 개밖에 없다. 2016년의 실패를 답습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느냐다. 한 쪽 길은 가기 쉽지만, 이미 결과가 정해진 길이다. 다른 쪽 길은 힘들고 어려운 길이지만,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수도 있다. 한국당은 과연 역사에서 교훈을 얻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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