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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마저 빼앗기면 보수의 미래는 없다
<기자수첩> 권위주의 리더십의 종말…‘민주화 상징’ YS에 주목해야
2018년 06월 28일 17:41:52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YS는 ‘민주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지도자다. ‘포스트 박정희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보수정당에게, YS는 충분히 ‘해답’이 될 수 있다 ⓒ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그와 함께, 보수에는 위기가 찾아왔다. ‘보수의 상징’이라던 박 전 대통령의 몰락은, 보수정당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혔다.

표면적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최순실 게이트’에서 비롯됐다. 최순실 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관여했다는 <한겨레신문> 보도에 이어, JTBC가 최 씨의 태블릿PC를 입수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이 사건은 온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며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졌다. 보수 위기의 원인을 선형적으로 진단하면, 그 시작점에는 최순실 게이트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이 단순히 하나의 사건에서 촉발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오랜 기간 축적된 ‘권위주의적 리더십’에 대한 반감(反感)이, 최순실 게이트를 트리거로 폭발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국회를 압박하고, 여당 원내대표를 ‘찍어내는’ 등 비민주적 리더십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국민적 반대를 무시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야권의 ‘필리버스터’를 부른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등도 박 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한국 보수는 민주주의의 역전도 불사할 만큼 권위주의적 권력 행태를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렇게 보면,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시대착오적인 권위주의적 리더십에 대한 응징의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그 ‘응징’의 대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계승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생시킨 보수정당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6·13 지방선거에 대해 “박정희 신화가 이제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완전히 시대가 바뀐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수 위기의 본질은 최순실 게이트가 아닌, 권위주의적 리더십의 종말에 있다는 뜻이다.

보수 혁신의 시작, 힌트는 YS에게 있다

보수정당이 김영삼 전 대통령(YS)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얼마 전까지 자유한국당 당사에는 세 명의 전직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 김영삼(YS) 전 대통령. 각각의 사진은 한국당이 물려받은 정치적 유산을 의미한다. 이 전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박 전 대통령은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YS는 반독재와 민주화를 상징한다.

지금까지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 유산의 가치를 높이 샀다.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이론’에 따르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리적 욕구다. 생리적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사회적 욕구는 추구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 때문에 배곯는 시기를 경험한 산업화 세대에게는 ‘가난을 구제한 나라님’인 박 전 대통령이 절대적 지지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고, 한국당은 그 절대적 지지 세력에 집중했다.

하지만 윤여준 전 장관의 지적대로, 이제는 완전히 시대가 바뀌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치러진 두 차례 선거에서, 우리 국민들은 더 이상 ‘권위주의적 권력 행사’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똑똑히 보여줬다. 이런 환경 속에서는 결과를 위해 과정을 희생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마키아벨리즘적 리더십도 더 이상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한국당은, 나아가 대한민국 보수정당은 더 이상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대표하는 정당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 결과였다면, 국민들에게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야말로 보수 복원의 최우선 과제다.

그리고 YS는 ‘민주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지도자다. YS는 그 누구보다 군부독재 정권과 치열하게 맞서 싸운 정치인이었으며, 실질적으로 대한민국 민주화를 이끌어낸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진 군부독재 이후 최초의 민주정부를 만든 대통령이라는 역사적 의미도 갖고 있다. ‘포스트 박정희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보수정당에게, YS는 충분히 ‘해답’이 될 수 있다.

YS에 다가가는 민주당, 손 놓은 한국당

문제는 더불어민주당 역시 ‘YS 끌어들이기’ 작업에 착수했다는 점이다. 제19대 대선 직전인 지난해 6월,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는 YS의 측근이었던 김덕룡 전 의원과 YS 차남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를 영입했다. 지역주의를 넘어, ‘민주세력 재결집’을 통해 정권을 창출하겠다는 의지였다.

대통령 당선 후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 2주기 추도식에 참석, YS의 업적을 일일이 거론하며 “문민정부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남긴 가치와 의미는 결코 폄하되거나 축소될 수 없다. 저는 문민정부가 연 민주주의의 지평 속에서 대통령님이 남기신 ‘통합’과 ‘화합’이라는 마지막 유훈을 되새긴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6·13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15일 국립현충원을 찾아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잇따라 참배했다. 이를 두고 호남과 PK(부산·경남)를 석권한 민주당이 YS와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산을 함께 계승한다는 메시지라는 해석을 내놨다. 시나브로 민주당이 YS와의 거리를 좁혀가는 모양새다.

이처럼 민주당이 YS와 DJ의 유산을 모두 상속할 경우, 민주당과 한국당의 구도는 ‘민주 대 반민주’로 고착화될 공산이 크다. 이는 지방선거 패배보다도 큰 문제일 수 있다. YS를 잃은 보수정당은 ‘박정희 유산’에 더더욱 집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은 태생적으로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보수 위기의 본질이 ‘권위주의의 종말’에 있다는 분석이 사실이라면, YS를 잃는 순간 보수는 구렁텅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다시 태어나겠다’는 한국당이 반드시 YS를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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