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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인조의 표창을 거부한 김상헌과 자유한국당의 내홍
김상헌이 정쟁의 늪에 빠진 한국당의 현 모습을 보면 무슨 말을 남길까
2018년 07월 01일 19:19:46 윤명철 논설위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 부끄러움을 아는 정치인 김상헌 선생이 정쟁의 늪에 빠진 한국당의 현 모습을 보면 무슨 말씀을 남길지 의문이다.영화 <남한산성>에서 김상헌 역을 맡은 배우 김윤석(좌),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우) 사진제공=뉴시스

인조는 병자호란의 참화에도 불구하고 남한산성에서 자신을 호종했던 신하들에게 표창을 내렸다. 하지만 주전파의 대표인 김상헌은 인조의 조치에 반발하며 자신의 죄를 고백한 상소문을 올렸다.

<조선왕조실록> 인조 15년 5월 28일 을미 기사에 따르면, 전 판서 김상헌(金尙憲)이 상소하기를, “뜻밖에 들으니 남한산성에서 호종했던 여러 신하가 모두 표창을 받았는데, 신의 이름도 그중에 있다고 합니다. 신은 처음에는 놀라고 의심하다가 마침내는 두려움에 쌓여 날이 갈수록 더욱 불안합니다”라고 간했다.

김상헌은 자신의 죄를 세 가지로 규정했다.

“어가가 산성에 계셨을 때 대신과 집정이 다투어 출성(出城)하기를 권했으나 신은 감히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는 의리로 망녕스레 탑전에 진달했으니, 신의 죄가 하나이며, 항복하는 문자를 차마 볼 수 없어서 그 초본을 찢어버리고 묘당에서 통곡했으니, 신의 죄가 둘이며, 양궁(兩宮)이 친히 적의 진영에 나아갔는데, 신은 이미 말 앞에서 머리를 부수지도 못했고 질병으로 또한 수행하지도 못했으니, 신의 죄가 셋입니다.”

그는 “신이 이 세 가지의 대죄를 지고도 아직 형장(刑章)을 받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감히 끝까지 수행한 제신과 함께 균등하게 은전을 받겠습니까”라며 거듭 자신의 표창을 거부했다.

자유한국당의 내홍이 극에 달하고 있다. 국민의 시선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비박계와 친박계, 잔류파와 복당파, 초·재선과 다선 의원 등 내홍도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계파 갈등의 중심에는 당권이 있다. 차기 당 대표가 차기 총선 공천권을 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인사들 중에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한민국 보수 정치 역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하고도 진정한 책임을 자인하는 이는 찾기 어렵다. 물론 홍준표 전 대표가 선거 직후 “모두가 제 잘못이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사퇴했지만 400여년 전 김상헌처럼 처절한 자기 반성을 고백한 것은 아니다.

또 인조의 측근 챙기기도 꼴불견이다. 몰락하는 명 왕조와의 사대 명분론에 취해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무시하고 수백만 명의 백성들을 전쟁의 참화로 몰아갔던 인조가 자신을 호종했다는 이유로 측근들에게 표창을 하는 행태도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패장이 패전의 책임을 외면한 옹졸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다. 당의 쇄신안을 의논하자며 의총을 개최하면 할수록 ‘상대방 내쫓기’에 몰두하는 구태만 보이고 있다. 친박계는 자파의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탈당하자 비박계의 수장인 김무성 의원의 탈당을 촉구하고 있다. 당의 쇄신보다는 자파 수장 챙기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상헌은 부끄러운 표창을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백만 명의 백성이 패전의 참화로 신음하고, 수십만 명의 백성이 인질로 끌려가는 수모를 당한 상황에서 표창을 받는 것을 수치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후일 그는 효종의 부름으로 좌의정에 임명돼 인재 양성과 대업 완수를 주청하며 충성을 다했다.

부끄러움을 아는 정치인 김상헌이 정쟁의 늪에 빠진 한국당의 현 모습을 보면 무슨 말을 남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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