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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한민국 경제①]무너지는 자영업
준비 안 된 사장님의 몰락, 주 52시간 시행·최저임금 인상 탓일까
2018년 07월 16일 16:14:26 박근홍 기자 변상이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변상이 기자)

생존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거듭된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주 52시간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와 상반된 분석이 나온다. 면밀한 사전작업 없는 창업이 대부분인 가운데 대기업들이 자영업자들의 치킨게임을 부추기면서 벌어진 사안이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주 52시간 시행·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들의 생존에 보탬이 된다는 주장도 들린다.

   
▲ 700만 자영업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사진은 서울 이대앞에 문을 닫은 점포 ⓒ 뉴시스

지난해 국세청이 공개한 '2017 국세통계 1차 조기공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개인사업자(자영업자) 창업자 수는 110만726명, 폐업자 수는 83만9602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3016명의 자영업자가 가게 문을 열고, 2300명은 문을 닫는다. 산술적으로 전체 자영업자 중 3분의 1만 살아남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생존율은 매년 하락하고 있다. 수익형부동산 전문기업 상가정보연구소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시스템을 분석해 지난 4월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전국 8대 업종 폐업률은 2.5%로 창업률 2.1%을 뛰어넘었다. 살아남는 자영업자보다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인구 고령화, 취업난 등으로 많은 이들이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경쟁 심화, 관광객 감소,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저하, 임대료·인건비 상승 등 악재가 쌓여 자영업 경기가 심각하게 위축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풍전등화 처지에 놓인 자영업자들은 정부를 향해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으로 폐업까지도 고민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이 없다면 동시 휴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세웠다. 비슷한 시기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불복종을 선언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주 52시간제 도입이 자영업자의 생존에 걸림돌이 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소상공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직접적인 요인은 아니지만 최근 미투운동에 이어 주 52시간제까지 시행되면서 회식문화가 위축된 건 사실이지 않느냐"며 "요식업이나 숙박업 자영업자들은 애가 타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영업자들의 위기는 자업자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제대로 준비하지도 않고 창업전선에 뛰어든 결과라는 것이다. 또한 대형 프랜차이즈 등 대기업들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약 26%로 OECD 가입국 평균 16.5% 대비 높은 수준이다. 자영업자 생존율이 3분의 1에 불과함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의 길에 들어서는 이유는 단 하나 '생존' 때문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이자 IMF 경제위기를 겪은 5060, 은퇴를 앞둔 40 등이 재취업에 실패하고 경력이 단절되면서 별수 없이 자영업에 내몰린 것이다.

뚜렷한 목표 없이 들어선 창업, 제대로 된 준비작업이 있을 리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사업준비 기간은 3개월 미만(51.4%)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이어 6개월 미만(22.0%), 1년 미만(15.4%), 1년 이상(11.2%) 순으로 집계됐다. 수능에 도전하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보다 짧은 시간을 투자한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자신의 전문 분야도 아닌 업종에 미래를 맡긴다는 데에 있다. 평생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제대로 된 식당에서 식사를 챙기지 못했던 사람들이 음식점을 차린다. 여행이라고는 출장이 전부였던 이들이 숙박업에 퇴직금을 쏟아붓는다. 라면도 못 끓였던 사람이 치킨을 튀긴다. 과연 시장의 흐름과 트렌드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다.

이 대목에서 마치 구원의 손길인 양 나타나는 게 대기업이다. '빠른 창업', '짧은 준비로 가게 오픈' 등을 앞세운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인지도 높은 상호를 사용하게 해주고, 장사 노하우를 알려준다. 직원 교육은 덤이다. 수년 이상 걸릴 사업준비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준다.

하지만 매장 인테리어 교체 압박, 단가 인상, 광고비 걷기, 제품 밀어내기 등 본사의 갑질에 대해 사전 설명하는 업체들은 전무하다. 최근 남양유업, 미스터피자, BBQ 등에서 벌어진 갑질 사례가 그 방증이다.

그리고 경쟁을 부추기기 시작한다. 한 골목에 같은 프랜차이즈 간판이 3~4개씩 걸린다. 과다출점으로 과다한 경쟁에 몰린 자영업자들은 돈은 돈대로 대기업에 내고, 문을 닫게 된다. 폐업도 쉽지 않다. 수천만 원에 이르는 위약금을 물어내야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챙긴다.

건물주들의 횡포도 자영업자들에게 큰 타격이다. 영업이 잘 되면 갑자기 세를 올리고 임차인을 쫓아낸 뒤, 자신들이 그 자리에서 똑같은 간판을 걸고 장사하는 일이 다반사다. 권리금과 보증금 대부분을 대출로 감당한 자영업자들은 순식간에 빚더미에 앉게 된다.

   
▲ 자영업자 관련 단체들이 국회 앞에서 대기업-중소상인 카드 수수료 차별금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뉴시스

때문에 최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라 시장을 싹 쓸어가는 유통재벌의 시장 독점야욕과 가맹점 수탈 체계 때문에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방기홍 전국문구점살리기협회 회장은 "재벌의 시장 독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노동자 소득이 아무리 증대돼도 그 효과가 골목상권에 이르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자영업자들의 불만 대상이 된 주 52시간 시행·최저임금 인상이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자영업자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 52시간제가 정착되면 임금 노동자들이 자신의 미래를 위한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고, 최저임금 인상은 미래를 위한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무작정 창업이 아니라 준비된 창업을 할 수 있는 사회구조와 환경이 조성된다면 자영업자의 위기는 자연스럽게 불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자영업자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며 "자영업자의 폐업에 따른 가계부채, 기업부채의 증가는 국가경제를 위협하기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은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또 다른 약자인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대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며 "또한 오랜 고질인 대기업의 약탈적 납품단가 인상을 저지할 획기적이고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을 연장하는 등 임차인 보호대책을 강화하고, 영세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도 대폭 인하해야 한다"며 "재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확대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도 실행해야 한다. 본사 갑질로부터 가맹점을 보호하도록 가맹사업법도 개정해야 한다"고 대책을 제시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식음료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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