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높아진 국회 환노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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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 높아진 국회 환노위, 이유는?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7.19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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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환경노동위원회 역할과 연관성 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자유한국당이 10년 만에 담당하게 된 환노위원장 자리에는 김학용 의원이 앉았다. ⓒ뉴시스

지난 16일 제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이 마무리된 후,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후반기 가장 주목해야 할 상임위원회를 한 군데 찍어 달라’는 기자의 말에 “환노위(환경노동위원회)지 뭐”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여야 전부 힘을 빡 줬더라.”

전통적으로 환노위는 ‘비인기 상임위’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환노위는 국토교통위원회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처럼 지역구 활동에 도움이 되는 상임위도 아니고, 정무위원회나 법제사법위원회처럼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도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첨예한 대립을 거듭하는 경영계와 노동계 사이에서 화해점과 절충점을 찾아내야 하는 ‘고생’을 감수하고도, 격려는커녕 양쪽 모두에서 날아오는 비판을 온몸으로 떠안아야 하는 자리다. 국회의원들의 ‘기피 1순위 상임위’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환노위는 초선 의원들의 ‘데뷔 무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 당내 입지가 크지 않은 초선 의원들은 당의 뜻에 따라 상임위를 배정받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실제로 전반기 환노위는 70%가량이 초선 의원들로 채워졌던 바 있다.

외면 받던 환노위, ‘별들의 전쟁터’ 됐다

하지만 후반기 환노위 구성은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할 만큼 크게 변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당 정책위원회 의장인 김태년 의원을 환노위에 배치했다. 김 의장은 당·정·청 간 정책 논의의 ‘중심축’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기본 경제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성인 ‘포용적 성장’에서 고용창출 문제와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가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환노위는 고용·노동문제 등에서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원내 비중이 강화돼야 하는 상임위다.” 김 의장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4선의 설훈 의원을 비롯해 윤호중(3선) 의원, 전현희(재선) 의원 등도 환노위에 전면 배치했다. 전반기에 맹활약했던 노조 출신 한정애·이용득 의원도 환노위 잔류가 결정됐다.

민주당의 ‘환노위發 개혁 드라이브’를 의식한 듯, 한국당은 ‘파이터’ 중심으로 진용을 꾸렸다. 먼저 한국당이 10년 만에 담당하게 된 환노위원장 자리에는 김학용 의원이 앉았다. 김무성 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학용 의원은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도 친분이 깊다. 대여(對與) 투쟁도 마다하지 않는 ‘전투력’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재선의 이장우 의원 역시 대표적인 ‘저격수’ 중 한 명이다. 그밖에도 신보라 의원은 한국당에서 몇 안 되는 ‘파이팅 넘치는’ 초선 의원이며, 노조 출신인 문진국·임이자 의원도 그 뒤를 받친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도 환노위에 힘을 줬다. 바른미래당에서는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의당에서는 이정미 대표가 환노위에 배치됐다. 이름값만 따지면, 전반기와는 비교도 하기 어려울 만큼의 무게감 있는 구성이다. 

▲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환노위에 중진급 의원들을 대거 투입한 것은 환노위가 ‘최전선’에 해당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뉴시스

개혁 드라이브 vs. 독주 브레이크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환노위에 중진급 의원들을 대거 투입한 것은 환노위가 ‘최전선’에 해당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미 환노위는 전반기에 주52시간 근로제 도입과 최저임금법 산입범위 확장이라는 굵직굵직한 사안들을 처리해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뒷받침하는 법안들이다.

후반기에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과 특수고용직 보호 법안 등이 환노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노동문제 뇌관(雷管) 중 하나인 통상임금 산입범위 조정 문제도 남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ILO(국제노동기구) 협약 비준도 환노위를 거쳐야 한다. ILO는 8개 핵심 협약 중 한국이 아직 비준하지 않은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호)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호) △결사의 자유·단결권·단체교섭권에 관한 협약(87호·98호) 등의 비준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은 더 이상 노동 분야에 대한 민주당의 독주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학용 환노위원장은 19일 CPBC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실패했다”며 “이런 실패하는 실험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또 “일자리를 늘리고 싶으면 기업에 관한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서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리게 해야지, 정부에서 일자리를 세금으로 늘린다는 것은 소위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계획경제가 되는 것이랑 다를 바가 없다”며 “정부가 근본적으로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지적했다. 여야 간 갈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ILO 협약 비준에 대해서도 한국당은 군복무가 존재하는 우리나라 특성 상 강제노동 폐지 등의 ILO 협약을 모두 비준할 수 없으며, 전교조를 비롯한 공무원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것도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제20대 국회 후반기 내내 환노위는 여야 간 ‘충돌의 장’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 과거 새누리당에 몸담았던 한 정치권 관계자는 1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제19대 국회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개혁이니 뭐니 할 때, 이인제 의원을 환노위에 배치한 적이 있다”며 “이번에 민주당이 환노위에 넣은 분들 면면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후반기에도 노동 쪽에 드라이브를 걸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최저임금 이후에 민주당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던데, 이러면 한국당도 노동문제 쪽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다”면서 “(제20대 국회의) 남은 기간 동안 제일 재미있는 상임위는 환노위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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