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협력사 착취' 발언 홍영표…안팎 거센역풍 심상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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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협력사 착취' 발언 홍영표…안팎 거센역풍 심상찮네
  • 김기범 기자
  • 승인 2018.07.20 09:3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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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내부서도 비판론… ´홍영표 정치적 리더십 치명타´
"사회주의 연상 시키는 위험 발언" 질타 쏟아져
"정치가 경제 흔들지 말고 시장경제 기본 지켜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기범 기자) 

▲ 지난 13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사진)가 한국여성경제포럼에서 한 삼성 관련 발언이 지난 일주일간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가운데, 경제성장을 위해선 기업에 대한 정부·여당의 거리감을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뉴시스

“신입사원 시절 몸담았던 제일합섬의 옷을 팔러 가두에 좌판을 깔았다. 제일제당의 세제와 중앙일보를 팔았다.

시계, 카메라, 세탁기와 냉장고까진 괜찮았지만 IMF 시대에 자동차를 팔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일 외에 왜 그것들을 팔아야 하는지를 묻지 않았다. 보너스를 대신한 삼성자동차의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었을 때도 그랬다.

우리라는 것에 대한 당연한 희생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삼성인력개발원 사장을 지낸 손욱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성 OB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라며 게재한 한 ‘삼성 퇴직자’의 글이다.

이 글은 게재 이후 네티즌과 직장인 사이에 확산되며 적지 않은 파장을 낳았다. 그 파장은 이 시간 현재에도 나름 이어지고 있다.

16년간 삼성에 재직했고 떠난 지 18년이 됐다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는 1984년 대졸공채를 거쳐 ‘삼성인’이 된 이후 신입사원 시절부터의 일상을 되돌아봤다.

입사한 후 “TV도 신문도 없는 28일간의 신입사원교육에서 사람의 가치를 배웠다”는 이 삼성 퇴직자는 “'LAMAD'에서 삼성전자의 볼품없는 카세트를 팔다 개에게 혼비백산 쫓기면서 돈의 가치를 배웠다”며 “1997년 세계 최고의 IT 교육센터를 완공하고 1등의 가치를 배웠고, 그 후 벤처기업을 키우면서도 항상 삼성인의 자세로 살았다”고 자신의 삶을 회고했다.

이 글이 있게 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내표의 삼성에 대한 최근 발언이 연일 화제다.

◇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삼성이 협력업체들을 쥐어짜 세계 1위 만들었다"

홍 원내대표의 발언이 있은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재계를 비롯한 각계 반응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네티즌들과 전·현직 직장인은 물론, 홍 원내대표의 소속정당인 민주당의 양향자 최고위원까지 질타하고 나섰다.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대다수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위해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한편으론 여전히 국내기업과 산업계를 정치권이 길들여야 할 지배 대상으로 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 13일 홍 원내대표는 한국여성경제포럼에서 “삼성이 협력업체들을 쥐어짜고, 쥐어짜서 오늘의 세계 1위를 만들었다”며 “삼성이 작년에 60조 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여기서 20조 원만 풀면 200만 명한테 1000만 원씩을 더 줄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집권 여당의 현직 원내대표가 한 발언이라 여론의 반향은 뜨거웠다.

더구나 노조와 시민단체 등에서 주요 경력을 채운 3선의 홍 원내대표는 대표적 친문 인사로 꼽힌다. 1982년 대우자동차에 입사해 대우그룹 노동조합협의회 사무처장을 지냈다. 이후 참여연대 정책위원, 개혁국민정당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정계 입문 후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일조하기도 했다.

그러한 홍 원내대표의 당시 발언은 여권 핵심 인사의 의견이라 현 정부의 정책 방향으로도 인식될 수 있었다. 특히, 지난 9일 인도 현지에서 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만남이 있은 직후라 또 다른 차원의 삼성 압박이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도 나왔다.

이른바 여권의 ‘당근과 채찍’ 전술이라는 것.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며 삼성의 곳간을 풀라고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반향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홍 원내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있은 다음날 아침부터 급히 진화에 나섰다.

1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 원내대표는 “삼성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설명하는 하나의 예에 불과했다”며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삼성은 약 20조 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했고 소각했는데 이는 불법이 아니지만, 후계 승계에 활용되거나 기존 주주의 이익에 봉사할 뿐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효과는 크게 없다”고 역설했다.

재벌에 갇혀있는 자본을 가계로, 국민경제의 선순환구조로 흘러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또한, “삼성 돈 20조를 200만 명에게 나눠주자는 게 아니라 200만 명에게 1000만 원 정도의 혜택이 돌아갈 정도로 큰돈이라는 점을 예시한 것”인데 일부 언론에서 과민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소위 ‘거위의 배’를 가르자는 게 아니며 삼성에 속하지 않은 국민도, 삼성이 아닌 다른 작은 기업들도 반드시 잘 살 수 있는 기회와 수단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기업 성장의 원인은 착취가 아냐"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거의 좋지 않았다. 홍 원내대표의 기업에 대한 인식 결여와 ‘나눔’ 논리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가 비판의 핵심이었다. 

강력한 포문을 연 곳은 의외로 같은 당의 양 최고위원이었다. 

▲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뉴시스

삼성그룹 역사상 첫 여상 출신 임원으로 유명한 양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홍 원내대표의 ‘삼성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섰다.

양 최고위원은 “홍 원내대표가 지난 20년간 국민소득에서 기업 비중은 크게 늘었지만 반대로 가계 비중은 크게 줄어든 상황을 지적했는데 공감한다”며 “그러나 대기업의 매출과 이익 비중은 크게 늘었는데 고용 비중은 감소한 것이 대기업의 하청 기업이나 노동임금 착취 결과로 보는 문제의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성장기 기업들의 과오는 인정하되 기업 성장의 원인을 무조건 착취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평가였다. 더불어, “정부가 혁신성장을 위해 대기업과의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좁히려는 현재 당도 호흡을 맞춰야 한다”며 기업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재계의 반박은 더 통렬하고 절실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홍 원내대표가 주장했듯 단순 셈법으로 20조를 200만으로 나누면 1000만 원이 돌아간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안다”며 “아무리 20조의 가치를 환산하기 위해 든 예시라고는 하나, 이를 논함에 있어 무조건 보다 많은 이들에게 머릿수만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은 양적 공리주의를 지나 마치 사회주의를 연상시키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경제적 효과를 설명하는 차원이라도 굳이 그런 식의 말초적 접근이 과연 요즘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중을 가볍게 보고 선동하는 ‘포퓰리즘’적 행동 양식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기업의 관계자는 “삼성을 비롯한 기업은 엄연히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주식회사이고 그 회사 단위들이 모여 오늘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이룬 것”이라며 “기업은 생산성을 늘려 발생한 이윤을 직원과 주주들에게 나눠주고 그들의 생계 및 권익을 보장한다”는 원칙론을 내세웠다.

아울러 “각 기업이 이윤을 늘려 사회 구성원들에게 경제적 파급 효과를 미치게 하고, 이어 조세부담과 사회공헌을 통해 자연스레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이라며 “대기업과 관련업체 임직원도 엄연한 이 나라의 국민인데, 주로 노동계와 정계에만 머물던 홍 원내대표가 정작 기업 경영과 회사 업무에 대한 기본 인식은 결여된 게 아니냐”고 반박했다.

삼성이 협력업체들을 ‘쥐어짜’ 오늘의 세계 1위를 만들었다는 홍 원내대표의 주장에 대해 우리 산업계를 착취와 피착취의 극단적 관계로 몰았다는 견해도 있다.

19일 주요 그룹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각 협력업체들을 쥐어짰다면 그 협력업체들이 과연 가만히 있었겠느냐”며 “삼성의 1·2·3차 협력업체들은 해외에서 오히려 삼성의 브랜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게 현실이며, 홍 원내대표의 논리대로였다면 지금의 반도체 호황기가 아닌 십 수 년 전에 이미 많은 협력업체들이 연쇄 부도가 났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부터 반도체 협력사 환경안전 인센티브를 매년 1월과 7월 두 차례 지급해 왔다. 지난해엔 상반기 201억 원을 포함한 500억 원의 역대 최대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이달 중에도 작년 금액을 상회하는 인센티브가 지급될 전망이다.

◇ 정치가 경제를 흔들어선 안 돼… 시장경제 자본주의의 기본 지켜야

기업과 산업계를 여전히 정치권의 지배 대상처럼 보려는 근시안적 행태에 대한 학계 전문가의 따끔한 충고도 있었다.

19일 기업 전문가인 김성은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인도 현지에서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난 것을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하는 현실부터가 안타깝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의 ‘삼성 20조원 배분론’에 대해선 “정치가 경제를 지나치게 흔들어서는 안된다. 생산원가 절감을 주목적으로 한 기업들의 '탈(脫) 코리아'를 가속화시킬 뿐”이라고 우려하며 “시장지배력의 실체가 무엇이든 간에 공정한 시장경제 자본주의의 기본을 훼손시켜서는 안 되며 기업하고 싶은 나라, 부자도 살고 싶은 나라가 되는 것이 일자리 창출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년의 한 평범한 회사원은 이날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손 교수가 올린 삼성 퇴직자의 글 중 일부를 인용하며 직장인으로서의 자괴감을 토로했다.

 “대한민국의 국력이 미약했던 때, 해외 출장 중 외국 도심에 외로이 선 삼성의 간판은 내게 반가움보다 도리어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세계를 이끄는 삼성이 되어 그 출신이란 인증서를 가졌다는 게 너무도 가슴 벅차고 고맙다.

이는 나의 16년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정을 극복해 나가고 있는 삼성의 후배 여러분들이 내게 준 최고의 선물이다.

하지만 한 무책임한 사람이, 16년간 가슴에서 단 하루도 배지를 떼지 않았던 그 자랑스런 삼성을 무참히 짓밟아버렸다”

한편, 홍 원내대표는 한미 양국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원내대표단의 일원으로 지난 18일부터 4박 6일 일정으로 방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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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철 2018-07-20 15:44:00
저는 실제 하도에 하도협력사 대표입니다 물론 지금도 삼성이란 거대한회사덕분에 밥먹고살고는있습니다 그러나 느끼는점이 있습니다 을에을로 살다보니 정말 힘드네요 갑업체 한마디에 회사자체가 좌지우지하고 어떻게보면 재주는 우리가 부리는데 그재주가 끝나면 항상버려지고 힘든건 저희인것같네요 갑업체 무서워 방귀도 소리내어 못뀌는 실정입니다 저는 정치는잘몰라 무엇이 맞는진모르겠지만 인맥이아닌 실력과성실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라는바입니다 ㅜㅜ

곽영 애 2018-07-20 13:07:42
홍영표씨 ㅡ무식하고 위험한 인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