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창업자 울리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의 맹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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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창업자 울리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의 맹점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8.07.24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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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1. 지난 6월 소프트웨어개발업체를 차린 A씨는 최근 청년추가고용장려금 관련 문의를 위해 지역 고용복지센터를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소속 청년 직원 3명이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창업 준비 단계에서 인력 채용을 진행한 뒤, 보험관계성립일과 동시에 채용을 확정지은 게 화근이었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시행지침에는 보험관계성립일 이후에 채용된 청년 인원에게만 장려금이 지원된다고 명시돼 있다. A씨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수천만 원의 인건비 폭탄을 맞은 셈이다.

#2. 최근 어느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 노동자 B씨는 사업주로부터 황당한 제안을 들었다. 일단 근무를 시작하되, 4대보험 가입은 다음달부터 적용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을 지원 받으려면 한 달 간 기다려야 한다는 게 사업주의 설명이었다.

이에 B씨가 고용노동부에 문의해 보니, 바로 4대보험 가입을 진행해도 장려금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사업주는 그게 아니라며 지역 고용노동지청에서 받은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시행지침을 보여줬다. 해당 문서에는 보험관계성립일이 속한 달의 다음달 청년을 채용해야 장려금이 지원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 지난 3월 열린 청년일자리대책 보고대회 겸 제5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해당 회의에서 청년추가고용장려금 확대 개편안이 논의됐고, 이후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되면서 청년추가고용장려금 확대 개편안이 지난달부터 시행 중이다 ⓒ 뉴시스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제도에 대한 비판이 몇몇 신규 창업자들로부터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신규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1일부터 확대 시행된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제도(이하 장려금 제도)는 청년을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하고, 전체 노동자 수가 증가한 기업에게 인건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3명의 청년 채용 시 1명의 인건비를 지원했으나, 지난 3월 정부의 청년일자리대책이 적용되면서 30인 미만 기업 1명, 30~99인 기업 2명, 100인 이상 기업 3명 등 청년을 채용하면 1인당 연간 900만 원 가량의 인건비를 3년 동안 지원받을 수 있다.

아울러, 일부 유해업종을 제외한 5인 이상 중소·중견기업까지 지원대상을 확대했으며, 5인 미만 기업이라도 성장유망업종, 벤처기업 등은 장려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편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새로 창업한 업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6일자 최종 확정된 고용부의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지원사업 시행지침'에 따르면 2018년 고용보험 신규 성립사업장의 경우 '보험관계성립일 기준 또는 보험관계 성립 이후 피보험자 수가 5인(성장유망업종 등은 1인) 이상이 되는 월의 말일 기준 피보험자 수를 기준으로 기업규모별 최저 고용요건 이상 청년 정규직을 추가 채용해 기업 전체 근로자 수가 증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쉽게 풀이하면, 신규 사업장은 보험관계성립신고 이후 채용된 청년 정규직 인원에 한해 장려금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앞선 사례1과 같이 신규 사업장은 창업 준비 단계에서부터 필요한 인력을 채용한 뒤, 차후 사업장을 열고 보험관계성립신고와 동시에(같은 날) 채용을 확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에 있다. 이 경우 채용 시점이 보험관계성립 이후라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장려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같은 이유로 장려금을 신청하지 못했다는 한 업자는 "개업을 준비하면서부터 필요한 인력이 있고, 이 인력들이 개업 후에도 계속 유지되는 경우가 상당한데 신규 사업체만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인건비 절약 차원에서 청년들을 채용한 부분도 있는데 인건비 폭탄을 맞게 됐으니 폐업하고 다시 차려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신규 업자도 "지역 고용복지센터와 한참 실랑이를 벌였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하루 차이로 장려금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악의가 아닌 선의의 실수인데 구제가 안 되느냐고 물었는데 방법이 없다더라. 좋은 취지에서 경력직이 아니라 청년 직원들을 뽑았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사례2와 같은 혼선도 새로 창업한 업체들에게 혼란을 주는 대목이다.

고용부는 지난 16일자 최종 확정 시행지침에서 신규 사업장에 대한 적용 예시로 '2018년 5월 1일 보험관계 성립일 현재 피보험자 수가 5명인 사업장은 2018년 5월 2일 이후 청년 1명을 추가 채용하고, 6명 이상으로 기업 피보험자 수를 증가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5일자에 나온 최종 확정 전 시행지침에서 예로 든 '2018년 5월 1일 보험관계가 성립하고, 성립일이 속한 달의 말일 기준 피보험자 수가 5명인 사업장은 2018년 6월 1일 이후 청년 1명을 신규 채용하고, 6명 이상으로 기업 피보험자 수를 증가시켜야 한다'와 다소 차이가 있다.

전자는 보험관계성립 후 '하루', 후자는 '한 달'이 지난 후 장려금을 신청할 수 있다고 돼 있는 것이다. 신규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물론, 최종 확정된 지난 16일자 시행지침을 살펴보지 않은 사업주의 책임이 있는 건 사실이다. 문제는 몇몇 지역 고용노동지청이나 고용복지센터에서 지난 5일자 시행지침을 통해 장려금 제도를 홍보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실제로 서울강남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경우 지난 5일자 시행지침이 인터넷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게시돼 있는 상황이다. 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신규 업자는 오인을 할 여지가 상당해 보인다. 이는 곧 사례2처럼 청년 노동자에게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 몇몇 지역 고용노동부지청과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는 최종 확정된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시행지침이 아닌 개정 전 시행지침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고용복지플러스센터 공지사항 캡처. 빨간 박스 부분을 살펴보면 지난 16일자 시행지침이 아닌 지난달과 지난 5일자 시행지침을 공지사항에 게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시사오늘

"핵심 취지는 청년 '추가' 고용…무분별한 지원은 혈세 낭비"
"일부 신규 사업장 불만 알고 있지만…현실적으로 구제 어려워"

이에 대해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장려금 제도의 핵심 취지는 청년 '추가' 고용에 있다. 창업 준비 단계에서, 그리고 사업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인력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당연히 필요한 인원인 만큼, 국민 혈세로 지원하는 건 그 취지에 맞지 않다"며 "게다가 보험관계성립일을 기준으로 장려금 대상을 나눈 건 확대 개편안 이전에도 그랬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행지침상 신규 사업장 적용 예시가 바뀐 것에 대해서는 "지난 16일자 최종 확정 시행지침이 더 혜택을 강화한 것이다. 보다 많은 청년과 사업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보험관계성립일이 속한 말일 기준'이라는 요건을 완화했다"며 "각 지청과 센터의 홍보 문제에 대해서는 검토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근로복지공단의 한 관계자도 "일부 신규 사업장에서 이런 불만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면서도 "사업장의 보험관계가 성립된 후 추가적으로 고용이 이뤄져야 최소한의 고용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구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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