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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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요?”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8.01 19:4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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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수입 200만 원도 안 되는 편의점 50% 넘어…상생 방안 찾아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7월 8일 <아시아경제>가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소속 회원사 편의점 점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주 절반 이상인 50.7%는 한 달 순수익이 2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뉴시스

‘최저임금 논란’이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19년도 최저임금 결정 이후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된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의 ‘재심의 요구’로 이어지며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특히 편의점 업주 등 소상공인들은 이 문제를 생존권과 직결시키면서 대대적으로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까지 전개하고 나섰다.

전례 없는 갈등 앞에 마주선 정부와 소상공인들은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시사오늘>은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온 대립의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7월 31일 서울시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50대 점주와 이야기를 나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타격이 큰가요.

“아직은 아니죠.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오르는 것은) 내년부터니까….”

-언론에는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는데요.

“작년에 (최저임금을) 많이 올렸잖아요. 1000원 넘게 올렸으니까 한 달에 200만 원도 못 벌던 가게는 다 문 닫겠죠. 경제가 안 좋으니까 사람들이 돈을 안 쓰는데, 최저임금만 1000원을 올렸으니 버티는 데가 얼마나 있겠어요.”

실제로 7월 8일 <아시아경제>가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소속 회원사 편의점 점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주 절반 이상인 50.7%는 한 달 순수익이 2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월 순수익이 300만 원 이하라고 답변한 편의점주도 31.8%에 달해, 편의점주 중 82.5%가 한 달에 3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매장은 사정이 좀 나은 편인가요.

“그렇지도 않아요. 이 동네는 땅값이 싼 편이라서 다른 데랑 비교하면 월세를 많이 내는 건 아닌데, 그래도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 벌죠.”

-내년에 최저임금이 오르면 운영이 어려워질까요.

“당연하죠. 사람들이 1000원 오른다고 하니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게 적은 돈이 아니거든. 하루 24시간 문을 연다고 하면 최대한 내가 가게를 본다고 해도 12시간은 알바(아르바이트생)를 써야 돼요. 그럼 하루에 12000원이죠. 한 달이면 이것저것 합해서 50만 원은 더 들어가는 거지 인건비에. 이 근처 편의점들, 한 달에 200만 원도 못 버는 데 수두룩합니다. 그 사람들한테 인건비 50만 원 더 쓰라고 하면 어쩌겠어요. 200만 원도 못 버는 가게는 그냥 문 닫는 거죠. 어느 날 기자님 월급이 50만 원 깎인다고 생각해보세요.”

앞선 조사에서 편의점주의 50%가량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 이후 한 달 인건비 부담이 50만 원에서 100만 원 늘었다고 답했다. 올해보다 820원 오른 내년 최저임금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편의점주의 인건비 부담은 올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편의점주들은 임대료·가맹비 인하로 자영업자들의 지출 여력을 높여놓은 뒤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옳은 순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

-혹시 사람들이 편의점주 비난하는 내용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지요.

“나도 틈틈이 인터넷을 하니까…. 많이 보죠. 특히 인터넷에서 욕 많이 하는 것 같던데. 아니, 요새 근무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인다고 하잖아요 문재인 정부가. 그런데 기자님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내가 하루에 12시간씩 일해요. 이러면 일주일에 80시간이잖아요. 그런데 가게들 중에 한 달에 버는 돈이 200만 원도 안 되는 데가 수두룩하거든. 알바들보다 일은 더 하고 돈은 덜 버는 거예요. 알바들 잘 살게 해주는 것도 좋은데, 우리도 좀 먹고 살게는 해줘야 할 것 아닙니까.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에요?”

-‘200만 원도 못 버는데 왜 편의점을 하냐, 사장님 소리 듣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비판도 많더라고요.

“나도 직장 다니다가 퇴직한 사람이에요. 나도 마음 편하게 직장 다니면서 월급쟁이 하고 싶지. 근데 있던 직장에서는 나이 먹었으니 나가라고 하고, 다른데서는 안 받아주고…. 누가 우리 나이에 취직을 시켜줍니까. 있는 사람도 나가라고 하는 판에. 그러니까 편의점 차리고 치킨집 차리고 하는 거예요. 기자님도 생각을 해보세요. 기자가 몇 살까지 (일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50~60쯤 되면 계속 (회사에) 못 붙어 있어요. 그럼 나와서 뭐 할 거 같아요. 퇴직금 갖고 평생 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 뭐라도 해야 되는 거잖아요. 근데 할 수 있는 게 뭐 있어. 편의점 열거나 치킨집 차리는 거죠. 그런데 (정부가) 계속 죽어라 죽어라 등을 떠미니까 환장한다는 거예요 우리가.”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라 임대료와 가맹비 때문이다’라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맞지. 좋다 이거예요. 다 맞아. 똑똑한 사람들이 하는 말인데 틀리겠어요? 월세 낮춰주고 로열티 낮춰주고 하면 우리도 좀 살만 하겠죠. 근데 상식적으로 그러면(어려움의 원인이 임대료와 가맹비 때문이면) 먼저 월세 낮춰주고 로열티 낮춰준 다음에 최저임금을 올렸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일단 뭐 줄 게 있게끔 만들어놓고 줘라 마라 해야지, 줄 게 없는데 계속 주라고 하니까 우리는 환장하는 거예요. 아니, 우리가 무슨 대기업도 아니고 줄 게 있는데 쌓아놓고 안 준다는 게 아니잖아요. 좀 같이 살자 이거예요 내 말은.”

-‘편의점주들이 최저임금을 내려달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건물주들이나 프랜차이즈 본사에 임대료와 가맹비를 내려달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요.

“그렇게 따지면 나라에서 최저임금은 왜 올리라고 합니까. 알바들이 알아서 사장들이랑 얘기해서 더 받아내라고 해야지. 안 그래요? 알바들이 힘이 없으니까 나라에서 도와주는 거잖아요. 알바랑 우리 관계나, 우리랑 저쪽(본사) 관계나 똑같아요. 우리가 무슨 힘이 있냐고요. 우리한테 알바들 돈 더 주라고는 하면서, 저쪽(본사)이나 주인(건물주)들한테 우리 돈 좀 덜 가져가라고는 왜 못하냐 이거예요. 둘 다 하든지 둘 다 하지 말든지 그러라는 건데, 이게 우리가 그렇게 욕먹을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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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긴한데 2018-08-02 01:54:54
맞는 말씀이긴한데...
그럼 프렌차이즈 수익 줄어드니 ..프랜차이즈 사업자는
가맹수입 적어지고 ..최저임금오르고 해서 수익이 안나면?!
적자로 사업할까요?!
그럼 이제 배송 하시는분들 그와 연관된 종사자들
점주님들이 피해볼꺼 더 피해보는거는 생각 안하시는지
나만 아니면돼!!도 아니고....결국 을끼리 싸우게 만드네요
...뭐만 하면 임대료, 카드수수료, 가맹점수수료.. 언제까지?!
카드 수수료 /임대료 0원되면?!.. 0원했는 데도 힘들면?!
그땐?! 다른핑계?!

소상공인 2018-08-02 01:19:16
분위기 타서 대충 쓴 기사가 대부분인데 이기사는 조목조목 맞는말 하시는 점주님 인터뷰가 정말 속시원하게 해주네요 특히 마지막 부분
점주님 힘내세요!

리프리스트 2018-08-01 22:24:28
최저임금 올려서 이득보는건 외노자 밖에 없다.지금 필리핀에서는 한국어 배우고 일하러간다고 사람 모집하는 브로커가 극성이다.외노자들이 최저임금에 눈이 뻘게져 있거든 .전세계최고로 외노자한테 임금주는 나라, 전세계 최고로 외노자한테 복지혜택 주는 나라라고 소문이 파다하다.호구나라라고 하더라.ㅅㅂ일본보다도 거의 2배가 넘는 월급을 받는다고 한국가면 로또 맞는다고한다.지금 우리나라 청년들을 한번 봐라 이 한심한 정부세끼들아.

누굴까? 2018-08-01 21:49:58
정말로 딱 맞는 말씀 하셨네요.
편의점주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다. 적어도 문정부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