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과전법 실패와 국민연금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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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과전법 실패와 국민연금 대란
  • 윤명철 논설위원
  • 승인 2018.08.20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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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논란은 ‘대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 국민연금은 대한민국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다. 국민연금 폐지론까지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국민연금 논란은 ‘대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제공=뉴시스

조선을 건국한 신진사대부는 고려 말 자신들의 경제 기반을 마련코자 과전법을 실시했다.

신진사대부는 과전법을 통해 국가재정을 확보하고, 자신들의 관직 복무에 대한 대가로 토지의 수조권을 가졌다. 문제는 과전법의 대상이 전·현직 관리였고, 원칙상 세습이 불가했으나 수신전, 휼양전 등 예외 규정이 있어 후대 관리가 받을 토지가 부족해지는 단점이 도출됐다.

해당 업무를 담당한 관리들의 미숙함도 과전법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려 했다. 아울러 태종과 세조의 집권과정에서 급격히 증가한 공신들에게 줄 공신전을 남발하다보니 토지부족 상태는 더욱 심화됐다.

현직 관리들의 불만은 고조됐고, 조정의 불안감은 심각해졌다. 절대 군주 세조는 결단을 내렸다. 그는 종래의 세습을 일체 폐지하고 현직 관원에게만 지급하는 직전법을 단행했다.

하지만 직전법도 막상 시행을 해보니 문제점이 터져 나왔다. 토지를 받은 관리가 경작자로부터 직접 도조(賭租)를 징수하게 했으나 이를 남용해 과도하게 수취하는 폐단이 발생해 농민에 대한 수탈이 심해졌다.

직전법은 관리의 경제적 기반을 넘어 백성의 삶을 위협하는 무기로 작용했다.성종도 직전법을 손보기로 했다. 그는 관수관급제(官收官給制)를 실시했다. 즉 조정이 도조를 받아서 전주(田主)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토지 부족 현상은 해결되지 않았다.

마침내 성종 시절 직전법 폐지론이 등장했고, 명종 때에는 직전의 지급이 불가능하게 됐다. 결국, 임진왜란을 겪으며 직전법은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됐다.

현행 국민연금제도가 유지되면 2057년에 적립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17일 국민연금추계위원회, 제도발전위원회, 기금운용발전위원회는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이 2041년 1778조 원을 정점으로 점차 축소돼 2057년에는 완전히 고갈된다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물론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시대의 흐름도 국민연금 고갈에 한몫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의 운영에 문제가 더 크다로 볼 수 있다.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수익률이 0.49%(2018년 5월말 기준)에 불과하고, 국민연금 주식투자 손실금액이 3조106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아울러 기금운용을 지휘할 기금운용본부장마저 1년 넘게 공석이니 국민연금 대란은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

국민연금은 대한민국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다. 국민연금 폐지론까지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국민연금 논란은 ‘대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과전법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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