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의 正論직구]재벌家 자손과 일감몰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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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正論직구]재벌家 자손과 일감몰아주기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8.08.22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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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남의 회사에서 직장생활 하는 것은 마뜩잖고 내 가게에서 사장 노릇을 해보고 싶다.’ 재벌가 자손이라면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이런 생각이 현실화하는 걸 골목상권의 변화에서 목격할 수 있다.

창업주 한 명에서 시작된 재벌 기업의 자손이 이젠 수백 명으로 늘어났다. 챙겨야 할 재벌가 자손이 많이 생긴 것이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도 재벌가의 가족환경 변화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모기업이 계열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위에서 결심을 하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기업 인수 후 모기업 계열 카드사의 실적을 생각한다면 인수된 회사 직원의 출입카드를 카드 겸용으로 바꿔버리는 일은 시빗거리 축에도 들지 못한다. 멀쩡해 보이는 수천 개의 책걸상을 근무환경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새 것으로 교체하면 거액의 돈이 이동을 한다.   

한진의 총수 일가가 대한항공 기내 면세점 ‘통행세 갑질’로 사익을 편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항공은 기내에서 파는 면세품 중 일부를 면세품 수입업체에서 직접 공급받는 대신에 트리온 무역을 거쳐 납품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수료를 통행세 형태로 한진가의 자손 3남매가 편취했다는 것이다.

재벌가 자손들은 돈 욕심에 물불을 가리지 못하는 것 같다. 1개를 얻으면 2개를 가지려 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지만 재벌가 사람들은 안하무인(眼下無人)의 행동을 서슴지 않아 마치 딴 세상에서 온 외계인 같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현행 공정거래법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및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에 개정된 공정거래법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 일부 개선효과가 있었지만, 사각지대가 생기는 등 내부거래 비중은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대기업들의 내부거래 문제는 심각하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9~30%인 상장사의 경우, 2014년 내부거래 비중이 평균 5000억원(비중 20.5%)이었지만 지난해에는 평균 8000억원(비중 21.5%)으로 높아졌다.

대기업들은 광고대행사를 차려 내부거래로 일감을 몰아주고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HS애드를 계열사로 둔 LG를 포함해 삼성(제일기획), 현대자동차(이노션), 롯데(대홍기획)가 여기에 해당된다.

대기업 광고대행사 한 곳은 당초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로 설립됐지만, 2014년 공정거래법이 개정된 이후에 총수일가의 지분이 29.9%로 낮아졌다. 규제 때문이다.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상장사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율이 30.0% 이하면 규제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문제는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낮아진 이후 내부거래는 꾸준하게 늘었다는 점이다. 2013년 1376억원에 불과했던 이곳의 내부거래액은 지난해 2407억원으로 1.7배나 증가했고, 전체 매출액 비중에서도 절반이 넘는 57%까지 치솟았다.

대기업 광고주가 매체에 광고비를 지급하면 광고대행사에서 대행수수료라는 명목으로 광고비의 일부를 가져간다. 모기업의 지원과 도움으로 가만히 앉아서 돈을 챙기는 셈이다. 브랜드 홍보 영상이나 회사 이미지 광고 제작에 들인 비용이 있다면 광고주가 지불할 것은 마땅한 일이지만, 광고주와 매체 간에 진행하는 광고홍보와 관련해 광고비 일부를 떼어간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광고주가 관계사인 광고대행사에 대행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이익을 몰아주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진 총수일가의 대한항공 기내 면세점 통행세 갑질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인지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는 90년대 이후부터 광고주가 광고대행사와 매체에 각각의 서비스에 맞는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공정위는 사익편취 규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사도 비상장사와 같이 총수일가 지분을 현행 30%에서 20%로 낮추고, 간접지배 형태의 일감몰아주기 역시 규제형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강력한 규제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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