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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화국] 지방자치의 미래, 마을자치가 ‘해답’
자치단체 중심 지방자치제, 주민참여 부족 지적…대안으로 떠오른 마을공화국
2018년 08월 24일 17:31:22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제의 한계가 주민 참여 부족이라고 지적하면서, 마을공화국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시사오늘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도 20년이 넘었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단식 투쟁을 벌여가면서까지 강하게 주장하고,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과감하게 실시한 지방자치제는 어느덧 우리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그러나 ‘우리 지역 문제는 우리가 직접 해결한다’는 지방자치제의 당초 취지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주민 참여’라는 필수 요소가 빠져있는 까닭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자치 단위를 축소해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을공화국’은 그 대표적 대안 중 하나다. <시사오늘>은 지난 8월 16일 개최된 ‘마을 원권 시대, 마을을 새롭게 말한다’ 포럼을 중심으로 지방자치제의 미래를 들여다봤다.

험난한 과정 거쳐 재도입된 지방자치제

1990년 10월 9일. 신문 1면에는 ‘김대중 총재 무기한 단식’이라는 제목이 찍혔다.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였던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는 △내각제 개헌 포기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 △민생문제 해결 △군의 정치개입 근절·보안사 해체 등 4개 요구조건을 내걸고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그 중 가장 핵심적인 요구는 지방자치제 실시였다. DJ는 1992년 대선 전에 지방선거를 실시해 자신의 인기가 높은 서울 등 대도시에서 평민당 측 인사(人士)를 당선시켜 놓으면,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동아일보>는 이때의 상황을 아래와 같이 분석했다.

정부여당은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8일 단식투쟁이란 초강수로 대여 공세를 강화하자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중략)

민자당은 김 총재의 단식투쟁이 △등원조건을 관철하기 위한 압력 △야권 내부의 분열을 재정비하는 대내용 △민자당 내 각 계파의 갈등을 최대한 증폭시키는 교란작전 등의 다목적 의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목적의 저변에는 김 총재의 집권 기회를 철저히 차단하려는 기도에서 출발한 3당 합당을 원인무효화시키고 김영삼 대표의 위상과 이미지에 최대한 흠집을 내려는 뜻이 내포된 것으로 민자당 측은 보고 있다. (중략)

바닥시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민자당의 지지도 등을 감안할 때 야당이 반대할 경우 내각제 개헌이 어려울 것으로 김대중 총재 자신이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김 총재가 노리고 있는 핵심은 지자제 관철, 특히 자치단체장 선거 실시에 있는 것으로 민자당 측은 보고 있다.
김 총재가 지방의회 및 단체장 선거를 지난 연말 여야 4당의 합의대로 실시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차기 대권의 쟁취전략과 연계를 맺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시도 등 단체장선거를 다음 대통령 선거 이전에 실시, 서울 등 대도시에서 평민당 측 인사가 당선될 경우 여당프리미엄과 행정선거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고 평민당 측이 계산하고 있는 만큼, 이에 순순히 응해줄 수 없다는 것이 민자당 측의 입장이다.
1990년 10월 9일자 <동아일보> ‘단식 배수진에 당황하는 여권’

   
▲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는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단식 투쟁을 벌여가면서까지 강력하게 주장한 것을 노태우 정부가 받아들이면서 재도입됐다. ⓒ김영삼민주센터

이유야 어쨌든 DJ의 단식은 정부여당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는 시·도 의회 의원과 시·군·구 의원 선거를 1991년 6월 말까지, 시·도 지사와 시·군·구청장 선거를 1992년 6월 말까지 실시하도록 하는 지방자치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시·도 의회 의원과 시·군·구 의원 선거가 치러진 지 반년이 지난 1992년 1월,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시·도 지사와 시·군·구청장 선거를 연기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지방자치제를 발전시켜온 나라들을 보면 의회가 정착한 후 단체장을 선출하는 것이 관례다. 또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위해 많은 것을 참고 견뎌왔으나, 더 이상의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되면 경제도 망가지고 지금까지 가꿔온 민주주의도 더 이상 가꿀 수 없는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면서 자치단체장 선거 시기 결정을 제14대 국회로 넘기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DJ와 정주영 당시 국민당 대표는 선거 연기가 ‘부정선거·관건선거’를 치르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YS가 “선거 연기는 경제를 살리자는 결단에서 나온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데다, 대선이 임박하면서 자치단체장 선거는 YS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인 1995년에 열리게 된다.

정부와 민자당이 22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일러야 오는 95년에나 실시할 방침을 세우고, 야당이 이에 크게 반발하고 나섬으로써 14대 국회 개원협상에서 파란이 예상된다.

정부와 민자당은 이날 오전 민자당사에서 이동호 내무장관, 김용태 정책위의장, 정시채 당 지자제특위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회의를 갖고 단체장 선거를 지방의회 의원선거와 동시에 실시하되 국회의원 선거와의 중간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당정은 그러나 이날 구체적인 실시 시기에 대해서는 95년안과 98년안으로 찬반이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는데, 98년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략)
여권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연기 방침에 대해 민주당의 장석화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법정정치일정을 정권연장 목적과 당리당략에 따라 무시하는 반민주적이고 불법적인 처사”라며 “대통령 선거에서 행정력을 동원한 관건 부정선거를 자행하겠다는 음모”라고 비난했다.

조순환 국민당 대변인도 성명을 내어 “김영삼 민자당 대통령 후보의 첫 작품이 단체장 선거 연기라는 데 대해 개탄한다”면서 “더욱이 단체장 선거 시기를 놓고 95년 또는 98년 운운하는 것은 민자당이 이번 대권에서 승리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이는 터무니없는 어불성설”이라며 대통령 선거 전에 단체장 선거를 실시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1992년 5월 23일자 <한겨레> ‘단체장 선거 95년 이후 연기’ 여권 방침에 야당 거센 반발

주민 참여 저조…‘마을공화국’ 대안 제시

우여곡절 끝에 재도입된 지방자치제는,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후 조금씩 자리를 잡아나갔다. 대한민국헌법 제117조의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는 규정처럼, 이제 국민들도 ‘우리 지역 살림을 맡을 담당자를 우리 손으로 뽑는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시사오늘>과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국회의원(4선·제주시갑)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마을공화국 포럼'이 8월 16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시사오늘

그러나 전문가들은 23년 동안 우리나라 지방자치제가 실질적으로 발전해 왔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지방자치제의 궁극적 목표는 ‘지역 문제를 주민들이 직접 해결하는’ 데 있으나, 실제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는 ‘주민’보다는 ‘자치단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즉 행정 주체는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바뀌었지만, 지방자치제의 본질인 ‘주민 참여’는 여전히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등장한 개념이 ‘마을공화국’이다. 주민 자치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신용인 제주대 로스쿨 교수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제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이유로 ‘자치 단위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지목한다. 인구 100만 명이 넘는 시·군·구를 자치 단위로 하다 보니, 주민 개개인이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읍·면·동으로 자치 단위를 축소해야 진정한 주민 자치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주민들이 직접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읍·면·동에 정부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하자는 이야기다. 신 교수는 8월 16일 ‘마을 원권 시대, 마을을 새롭게 말한다’에서 마을공화국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왜 마을공화국인가. 우리가 폴리스를 도시국가로 번역하지만, 아테네 기원을 보면 인구 규모 상 도시국가가 아닌 마을국가라고 칭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본다. 마을이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원형인 셈이다. 저는 본래의 권한이 주민에게 있는 마을 원권을 말함에 있어 보충성의 원리를 가장 강조하고 싶다. 민주주의에서 권한이란 원래 큰 단위가 아닌 보다 작은 단위, 가장 작은 단위에 주는 것이다. 그게 보충성의 원리이자, 민주공화국의 구성원리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때문에 보충성의 원리에서 가장 작은 단위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껏 권한은 작은 단위의 마을이 아닌 큰 단위의 국가에 있었다. 오히려 거꾸로 왔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민주공화국의 구성원리가 지방분권이란 말도 틀렸다고 본다. 마을 원권이란 개념은 혁신적인 것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원리다. 헌법정신에 맞게 보충성 원리에 입각해 가야하고,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공화국이 굉장히 중요하다.

자치는 스스로 만든 법으로 스스로를 다스리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읍면동은 3500개다. 따라서 읍면동 차원의 자치 핵심은 스스로 만든 법에 의해 통치기구를 꾸리는 것이다. 즉, 마을헌법, 마을정부에 의해 통치가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사례를 언급하고 싶다. 2년 전부터 도는 추첨제를 통한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민주주의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야 하는데, 선거를 할 경우 잘난 사람만 참여하고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추첨제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도 주민자치위원회는 제주도특별법을 개정해 주민 자치를 운영하고, 마을헌법을 만들고, 마을정부를 세우도록 할 방침이다. 주민투표에서 과반수가 동의하면 마을헌법을 제주도의회에 상정할 수 있고, 상정안에 따라 조례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조례에 따라 마을정부를 꾸리는 것이 기본적인 구상이다. 만약 투표를 통해 주민이 관심 없고, 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그럼 안 하면 된다. 마을공화국을 할지 말지 역시 주민의 권한과 결정에서 나오는 것이 주민 자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주민 자치가 성공한다면, 우리나라 풀뿌리 자치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 전문가들은 23년 동안 우리나라 지방자치제가 실질적으로 발전해 왔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현실적 제약…‘이상론’ 비판도

비판도 만만치 않다. 마을공화국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주된 논거는 ‘주민들의 자치 역량 부족’이다. 마을공화국의 핵심은 읍·면·동 단위로의 권한 이양인데, 3500개의 읍·면·동이 모두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만한 리더십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마을 원권 시대, 마을을 새롭게 말한다’ 포럼에 토론자로 참여한 남기업 토지 자유연구소장은 “제주도 실험과 별개로, 마을공화국의 읍·면·동 권한을 대폭 늘릴 경우 이권에 눈 먼 사람들이 이를 역이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준비가 안 된 곳에 자치권 권한만 강화하는 것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지문 연세대 연구교수도 “지방자치가 부활돼 30년이 지났지만, 실질적 주민자치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흡한 부분이 많아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며 “주민들이 서비스를 받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좋아진 것 같지만, 주민으로서의 자치 활동이 강화된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도시와 농촌의 인구구조 차이를 마을공화국 건설의 장애물로 꼽기도 했다. 농촌의 읍·면 거주자 대부분이 노년층인 상황에서, 인사권·예산권 등을 부여하는 것만으로 마을공화국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마을 원권 시대, 마을을 새롭게 말한다’ 포럼 토론자 중 한 명인 안현찬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해외 사례를 보면, 주민들에게 실질적 권한과 자유가 주어질 때 역량도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뜻 있고 역량 있는 분들이 마을공동체를 위해 일하다가 실망하고 돌아가는 일이 적지 않았다”며 “해외의 경우 주민자치조직이 재산을 소유함으로써 행정 보조금 의존도를 줄이기도 하고, 주민세를 스스로 집행할 권한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주민들에게 많은 권한을 줬을 때, 진정한 의미의 주민자치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반박했다.

노년층이 대부분인 농촌의 인구구조를 우려하는 데 대해서도 김종호 한국마을지원센터연합 사무국장은 “역으로 생각해 보면, 어르신들이야 말로 동네일을 자발적으로 했던 분들이다. 과거 동네의 신작로가 망가지면 자발적으로 동네 어르신들이 나와서 일을 하던 기억이 난다”면서 “마을에 일정 자산이 있기 때문에 품앗이를 통해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던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민과 시민을 믿고 정책을 도입·시행한다면, 주민들은 그에 걸맞게 역량을 키워나갈 것”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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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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