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재구성③>
‘노회찬+유시민’ 비민주 연대…“대선 판 흔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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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재구성③>
‘노회찬+유시민’ 비민주 연대…“대선 판 흔들어라”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3.19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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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가설정당 꺼내자 조선일보 “눈속임용” 견제
유시민 선(先)진보통합 주장…진보정당에 시그널
노회찬, 비민주연대 가능성 언급…“합당은 아니다”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 문자 그대로 물리적인 실체 없는, 서류상 회사다. 이는 쓰이는 용도에 따라서 기업의 조세 회피 용도로, 혹은 세금 탈루와 비자금 창구로 악용될 수도 있다. 회사의 실질적 대표가 누구냐에 따라서, 그가 가지고 있는 경영철학에 따라서 합법이냐, 불법이냐가 결정된다. 리더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에도 페이퍼 정당 논의가 제기됐다. ‘아웃사이더’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가 지난 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선거연합 가능한가>라는 토론회에서 “선거연대 기구를 일시적으로 만들어 등록하자”며 페이퍼 정당, 즉 가설정당을 주장했다. <진보집권플랜>의 저자 조국 서울대 교수가 가설정당을 언급한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제도권에서 받아들인 셈이다.

가설정당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강력한 야권단일후보의 출현 가능성이, 중립적으로는 정책 없이 인물 중심 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부정적으로는 권력재편 중심의 정치공학으로 흐를 가능성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 수준의 야권연대와 야권단일정당론에 방점을 찍는 ‘백만 민란’, ‘빅 텐트론’ 등은 실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또 한 정당이 아닌 여러 정당이 참여하는 국민경선제는 현행 선거법상 불법이라는 점에서 ‘가설정당’은 야권 선거연합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노 전 대표가 제안한 이후 조국 서울대 교수는 즉각 트위터를 통해 “의미 있는 제안”이라고 환영한 반면, <조선일보>는 지난 4일자 신문을 통해 “정당 정치의 뿌리를 흔드는 것…아예 눈속임용 가설 정당을 만들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게 지금 야권의 상황”이라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조선일보가 국회의원 1석에 불과한, 또 지난해 6·2 지방선거 참패 이후 정치권과 언론에서 멀어진 노 전 대표의 주장에 반응한 것을 보면, 가설정당의 파괴력은 간접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 지난 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2012년 야권연대 및 야권연합을 위한 토론회. 왼쪽부터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 강기갑 민노당 의원.ⓒ뉴시스
가설정당…민주 독주 체제가 안 되려면?

가설정당이 성사되더라도 지금의 야권구도로는 제1야당인 민주당이 대마불사에 의한, 대마불사를 위한, 대마불사의 야권연대를 고집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가설정당 안에도, 소수정당의 ‘새 판짜기’가 필요하다.

민주당 중심의 야권 연대·연합 전술의 재탕은 그 자체로 국민적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치지형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골수 한나라당 지지자와 골수 야당 지지자들은 어차피 표심 이동의 변화가 없다. 결국 중도층의 흡수할 수 있는 흥행도구가 필요한 셈이다.

‘노회찬 유시민 심상정 이정희…’ 진보신당과 민노당, 국민참여당의 당 간판 얼굴들이다. 이들이 뭉친다면,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야권연대 안에 ‘민노+진보+참여’가 소연대를 이룬다면, ‘유시민 VS 손학규’ ‘노회찬 VS 손학규’는 그 자체로 흥행카드가 될 수 있다. 

또 노 전 대표의 주장대로 100만 명의 국민참여경선인단이 모인다면, 허수 당원에 의존해 계파 줄 세우기 경선에 그칠게 뻔한 한나라당 경선 자체를 외곽으로 밀어버릴 수도 있다.

가설정당의 글자그대로 이런 가설이 가능할까. 가설정당 창당이 창당된다.→‘손학규 유시민 노회찬’ 등 각 당의 대표와 당원들이 모두 참여한다.→뜻이 있는 국민들도 참여한다.→100만 명의 선거인단이 만들어진다.→ 야권 지지율 1위 유시민 원장과 경선 흥행 메이커 노회찬 전 대표가 소연대를 이뤄 손학규 대표와 1대 1구도를 만든다. 정말 가능한 일일까.

그간의 유 원장과 노 전 대표의 발언을 따라가 보면 하나의 큰 그림이 그려진다. 일단 유 원장의 발언이다.

“정치권 바깥 활동 30여 년까지 포함하면 (정치적) 동지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많다. 야권 대통합은 어렵지만 (민주당을 제외한) 진보세력 통합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열린우리당이라는 자유주의 연합정당이 비극적 종말을 맞았는데, 그 정당보다 폭이 넓은 자유주의 진보연합정당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 진보정당이 많은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지 못하느냐. 자유주의를 적대시하기 때문이다. 진보대통합을 진보의 확장으로 보고 자유주의 토대를 획득할 필요가 있다.(지난 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선거연합 가능한가>토론회)”

“민주당 안에서 정당지형·선거구도·정치문화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전망이나 확신, 그런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없다.(지난 1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

유 원장은 ‘민노-진보-참여’ 간 선(先)진보통합-후(後)민주당과의 대연합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는 민주당을 배제한 비민주 연대로 귀결된다.

유 원장이 잇따라 민주당을 비개혁적 정당으로 몰아붙이자 천정배 최고위원은 “야권연대 대상인 민주당을 폄훼하지 말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민주당의 냉소적 반응은 오늘(19일) 당 대표로 선출될 유 원장이 선(先)진보통합을 넘어 적극적인 비민주 연대의 시도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지난해 지방선거 하루 앞둔 6월 1일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가 집중유세를 펼치는 자리에서 운동원들이 피켓을 들고 홍보하고 있다.ⓒ뉴시스
노 전 대표의 행보는 그야말로 거침없다. 연일 인터뷰 강행군이다. 그만큼 가설정당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뜨겁다.

“야권 단일정당은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회의적이다. 일단 야권의 선거연대 기구를 일시적으로 만들어 등록하자. 현재로서 야권연대를 확실히 하는 것은 이 방법밖에 없다. 기존 당원들은 가설정당 당원으로 등록해 2012년 총·대선을 치르고 다시 소속 정당으로 복귀하면 된다.(지난 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선거연합 가능한가> 토론회)”

이어 노 전 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진보대통합에 참여 시그널을 보낸 유 원장에게 “자유와 진보가 함께 가는 것은 역사적으로 맞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18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수 야당이 ‘비민주연대’를 구성해 민주당 후보와 경쟁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진전된 반응을 보였다.

그간 “진보정당은 진보통합을 통해 자유주의 토대를 획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유 원장에게 절반의 답을 안겨준 셈이다. 통합이 아닌 비민주연대로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다만 적어도 가설정당 창당 후 유 원장과의 비민주 연대를 할 의사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진보신당의 다른 축인 심상정 전 대표도 노 전 대표와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민노당은 이미 반성과 성찰을 전제로 참여당을 통합 대상으로 규정지었다. 이쯤 되면 ‘노회찬 유시민 심상정 이정희’의 호화군단의 출현이 멀지 않은 셈이다.

‘노+유’ 연합이 가시화되면 소수정당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민주당의 패권적 선거연합을 압박할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2월 첫째 주부터 3월 첫째 주까지 실시한 진보계 유력주자군 선호도 정례조사 결과를 보면 유 원장은 18.7%→18.5%→18.8%→19.9%→19.9%였고 노 전 대표는 4.4%→3.0%→3.8%→3.1%→3.2%였다.

이 경우 충성심 높은 ‘반(反)한나라당-비(非)민주당’ 성향의 유권자들을 한데 묶을 수 있게 돼 연대 자체의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 당내 반응은 조심스럽다. 정호진 진보신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은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당내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지는 않았다”며 사견임을 전제로 “노 전 대표가 주장한 가설정당을 긍정적으로 본다. 지금 ‘안 된다, 못 한다’라고 선을 긋는 것보다는 최대한 열린 자세로 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양순필 국민참여당 대변인도 사견임을 전제로 “노 전 대표가 주장한 가설정당이라는 아이디어나 고충은 이해한다. 다만 선거 연대·연합을 믿지 못해서라면 다른 방식으로 하는 것이 감동이 있겠는가. 상호 간 신뢰를 쌓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호남 패권성과 대마불사(大馬不死)가 횡행하는 야권선거연대 판을 뒤 흔들 수 있는 비민주 연대의 열쇠는 ‘노회찬 유시민’ 등에게 달려있다. 진보나 진보자유주의도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이념적 가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반(反)한나라당-비(非)민주당’ 성향의 유권자들은 그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3김의 남긴 ‘영남-호남-충청’의 지역주의 패권성을 타파해달라고. 또 정당 지지율과 의석수가 일치되는 선거구제를 만들어달라고. ‘노회찬 유시민’은 비민주 연대라는 동력으로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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