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과 박정희>“박정희는 불법과 무법을 동원한 반란의 수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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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과 박정희>“박정희는 불법과 무법을 동원한 반란의 수괴”
  • 노병구 자유기고가
  • 승인 2011.03.22 14:1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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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프롤로그-<上>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독재자의 부정부패 산실이고, 밀실정치의 아지트인 궁정동 안가에서 다섯 발의 총소리가 났다.
이날 저녁 6시 50분 인기 가수인 심수봉과 여대생인 신(辛)씨가 박정희를 접대하기 위해 안가 술자리에 들어갔다. TV 속 저녁 7시 뉴스에서는 삽교천 방조제 준공식 장면이 방영됐다. 안가에서는 박정희 김재규 차지철 김계원 등이 술자리를 하고 있었다. 김재규는 밖으로 나가 부하들에게 거사 결행을 준비하라고 지시하고 돌아왔다.

7시 20분께 박정희는 TV를 껐다. 이어 심수봉이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했고, 차지철은 노래를 따라 불렀다. 김계원이 김재규의 몰리는 분위기를 의식해 농담을 했고, 심수봉이 다시 노래를 불렀다. 7시 35분쯤 술좌석으로 김재규의 부하였던 남효주가 들어와 김재규에게 귓속말을 했다. 김재규가 옆방으로 나가자 박선호는 “준비 끝났다”고 했다. 김재규는 술자리로 돌아오고 다시 정치문제가 화제에 올랐다.

박정희: 미국의 국방장관이 오기 전에 김영삼을 구속 했어야 하는 건데, 국방장관 회의고 뭐고 볼 것 없어. 법대로 하는데 뭐가 잘못이란 말이야. 미국 놈은 범법(犯法)해도 처벌 안하나.

김재규: 김영삼은 사법조치는 아니지만 이미 국회에서 제명된 것으로 처벌받았다고 국민들이 봅니다. 같은 건으로 두 번 처벌하는 인상을 줍니다.

박정희: 중앙정보부가 좀 무서워야지, 당신네는 신민당 의원의 비행조사서만 움켜쥐고 있으면 뭐하나. 딱딱 구속해야지.

김재규: 알겠습니다. 하지만 정치는 대국적으로 상대방에게도 구실을 주고 나오라고 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나오지 않을 겁니다.

차지철: 각하, 신민당 국회의원 놈들은 제가 다 잘 압니다. 정말로 국회의원 사퇴하고 싶은 놈은 한 놈도 없습니다. (데모도) 언론을 타고 반정부적인 놈들이 선동해서 그러는 거지,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새끼들 까불면 신민당이고 학생이고 간에 전차로 싹 깔아뭉개버리겠습니다. 캄보디아에서는 몇 백만명을 죽여도 그만인데, 그까짓 십만 이고 이십만 이고 탱크로 깔아뭉개지요.

김재규: (오른쪽에 앉아있던 김계원을 오른손으로 툭 치면서) 각하를 똑바로 모셔요. (차지철을 쳐다보며)각하 이따위 버러지 같은 자식을 데리고 정치를 하니 올바로 되겠습니까.

이어 김재규는 권총을 뽑아 차지철에게 총격을 가했고, 이어서 박정희의 이마에도 권총을 발사했다. 박정희는 즉사했다. 18년 동안 철권통치를 해왔던 박정희는 그렇게 사라져갔다.

‘유신의 심장을 쐈다’

'박정희 물러가라’며 며칠을 계속해서 항거하는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고, 오히려 김재규에게 ‘김영삼을 구속하지 않냐’며 비난하다 박정희는 비참하게 죽어갔다. 역시 박정희는 독재자의 속성이 뼛속 깊이 박힌 사람이었다.

이날 김재규는 차지철을 향해 먼저 권총을 발사했다. 첫 발이 차지철의 손에 맞자, 그는 화장실 쪽으로 몸을 피했다. 김재규는 그를 쫒아 두 번째 탄알을 쐈다. 이어 돌아와 박정희의 이마에 연거푸 세발을 쐈다. 세발의 총탄을 맞은 박정희의 얼굴은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박정희의 주치의가 와서 얼굴 말고 다른 신체 부위의 특징을 찾아 ‘박정희가 맞다’고 해 의사들이 검시(檢屍)를 시작한지 1시간이나 지나서야 박정희임을 확인하고 비로소 최규하 총리가 ‘박정희 사망’을 국민에게 알렸다.

김재규는 계엄하의 군법회의 재판정에서 “나는 독재로 망해가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유신(維新)의 심장을 향해 총을 쏘았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5·16은 10·26을 잉태하고 갈 수밖에 없다’

10?26 당일 궁정동 만찬에 참석했던 가수 심수봉은 일본 아사히신문에 그날의 비화를 들려줬다. “TV 저녁 뉴스에 YS(김영삼 총재)가 나오자 박정희 대통령이 ‘정치인도 아닌 놈이…’라며 투덜댔다.” 국가를 이끌어가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총칼과 힘의 정치로 군림하는 시대는 갔다.

국민을 제 몸같이 사랑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도덕적 규범이 몸에 배여 합리적이며 합법적인 모범을 보이지 않는 지도자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됐다. 국민도 정치인도 박정희처럼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는 지도자를 원치 않는다. 이것은 개인의 불행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게도 더 없는 불행이다.

건국의 아버지가 될 뻔한 이승만 대통령도 탐욕, 그리고 독선과 오만으로 불행한 하야를 했고, 이집트의 무바라크도, 리비아의 카다피도, 세계의 어떤 지도자도 무력과 힘의 정치로 국민을 탄압하며 공포 분위기로 국정을 농단하는 세상은 이제 없다.

박정희는 시작부터 불법과 무법을 동원한 반란의 수괴였다. 더욱이 통치기간 내내 그는 탐욕과 오만으로 흘러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5·16 쿠데타를 일으킨 날. 박정희는 이미 10·26의 비참한 죽음을 자신의 운명으로 떠안고, 조그마한 양심의 가책도 없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18년이나 휘둘러왔는지 모른다. 결국 독재의 시작이었던 박정희의 5·16은 10·26을 함께 잉태하고 가는 것 이라고 역사는 말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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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찌망 2011-03-27 06:57:36
우리의 민주주의를 망치고 마누라 총에죽게하고 영호남을 갈라 지역감정을 만들고 서울과 제고향 경북과 구미만 발전시킨 나쁜 like dog인간 잡던 매국노,총칼로 민주주의를 망친 매국노,교육이 어찌되었길래

바끄네 2011-03-27 06:48:37
우리는?참민주주의를 시행하며 초반 처음맛보는 민주주의에 조금 혼란스럼을 구실로 감히 쿠데타를 일으켜 우리의 민주주의를 18년5개월이나 막고 긴급상황도 아닌데 긴급조치로,비상시도 아닌데 비상계엄으로 군인을 동원하여 국민의 민주,자유를 억압하고 비판언론에 광고탄압을하고 재야,학생근로자를 죄없이 전과자로 만들고 세계가 우리의 초라한 민주정치를 비판했다.박소장 18년간 민주정치가 있었나?9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