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에 물꼬 트인 ‘게임 노조’, 나비효과 불러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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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제에 물꼬 트인 ‘게임 노조’, 나비효과 불러오나
  • 전기룡 기자
  • 승인 2018.09.10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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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전기룡 기자)

▲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게임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은 다수의 게임사가 위치해 있는 판교로의 모습. ⓒ뉴시스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게임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10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넥슨과 스마일게이트는 ‘넥슨 스타팅 포인트’, ‘SG길드’란 이름으로 노조를 결성했다. 게임업계에서 노조가 설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힘을 싣고 있는 친노동 정책으로 인해 그간 게임업계에서 묵인돼왔던 ‘포괄임금제’, ‘크런치모드’ 등의 노동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포괄임금제란 연장·야근근로 등 시간외근로를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지급하는 방식이다. 크런치모드의 경우 ‘갈아 넣는다’라는 의미를 지닌 업계 은어로,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길게는 수개월 동안 야근과 밤샘작업을 반복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제도(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다 보니 예전보다는 압박이 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법정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한 주52시간 근무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일한 만큼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임금 체계가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조 측에서도 해당 문제들에 대해 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3일 공개된 넥슨 스타팅 포인트의 설립 선언문에는 게임업계 제1호 노조가 가지는 의의와 함께 “포괄임금제 앞에서 야근과 주말 출근은 공짜였다”며 “회사의 매출은 매해 증가했지만 노동자의 값어치는 제 자리였고 성과에 따른 분배는 없었다”고 지적하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또한 SG길드도 설립 선언문을 통해 “언제까지 크런치 모드에 빠져 묵묵히 무료 노동을 감내해야 하는가”라며 “개발 실패의 책임을 오롯이 개발자에게만 전가하는, ‘접히면’ 이직을 강요당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넥슨과 스마일게이트를 시작으로 게임업계에 노조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잦은 야근으로 인해 ‘등대’라는 오명이 따라왔던 게임업계인 만큼, 이번 계기를 시작으로 처우 개선에 앞장 설 것이라 점쳐졌기 때문이다.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주52시간제 시행을 위해 사측과 취업 규칙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포괄임금제를 폐지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던 게 (노조 설립의)계기가 됐다”면서 “유연근무제도 도입됐지만, 이는 정시 퇴근이 가능한 직원들에게나 가능한 것이지 크런치 모드도 비일비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이 어렵지, 한번 물꼬가 트였으니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 같다”며 “게임업계가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있기에, 포괄임금제 등의 문제를 함께 해결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재계 및 게임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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