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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필담] 많은 설명이 필요한 김병준의 국민성장론
투자 중시한다는 점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비슷…무엇이 다른지 답해야
2018년 09월 30일 10:50:44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자유한국당은 국민성장론이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미래로의 전진’을 위한 담론임을 증명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 ⓒ뉴시스

“무턱대고 소득을 올리려하는 정책 대신,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통해 소득과 소비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성장모델을 제안한다. 국민성장모델은 우리 국민의 뛰어난 역량을 바탕으로 생산력을 높이고, 시장의 자율 배분 기능을 강화하는 자율주의적 성장론이다.”

지난 16일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 담론으로 ‘국민성장론’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비판하면서, 기업의 투자 의욕을 고취시켜 생산과 고용을 늘리고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의 설명을 그대로 옮기면, 국민성장론이란 “경제의 기본 원리로 돌아가 기업의 투자 활성화가 생산 – 소득 – 소비로 이어지도록 하는” 모델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취임 초부터 문재인 대통령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내세워 소득주도성장론을 밀어붙였다. 소득주도성장론이란 저소득층의 소득을 인위적으로 높여줌으로써 소비를 늘어나게 하면, 경기가 살아나면서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을 증가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는다는 논리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소득주도성장론이 “경제의 축소 재생산을 불러일으킬 뿐”이라면서 소득이 아닌 투자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국민성장론의 구체적 실현방안이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국민성장론의 핵심은 ‘투자 활성화’다. 그리고 그 실현 방안으로는 ‘규제 개혁’을 꺼내들었다. 규제를 완화해야 기업의 투자가 보다 원활해지고, 투자가 확대돼야 생산과 고용이 늘어나 경제도 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성태 원내대표 역시 “국민의 창의성과 기업 발전을 가로막는 이런 행위의 대못을 뽑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논리,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 시계를 2007년 대선 직전으로 돌려보자.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MB(이명박 전 대통령)는 이른바 ‘4대강 사업’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사실 MB의 핵심 공약은 ‘규제 완화’였다. MB는 후보 때부터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으며,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못을 뽑겠다’며 규제 완화 정책을 밀어붙였다.

박근혜 정부의 기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경제민주화’를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으나, 당선된 뒤에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 기조를 답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체적인 틀만 놓고 보면, 국민성장론은 ‘기업의 투자를 증진시켜 경제를 살리겠다’는 측면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태도와 다른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국민성장론을 “지난 10년간 보수 정권이 추진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이름만 바꾼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이런 비판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젊은 청년들이 마음대로 뛰게 하고, 소상공인들에게 규제를 풀어 기회를 주자는 것인데 왜 대기업 위주의 낙수효과라는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소득주도성장론이 옳은지 국민성장론이 옳은지를 놓고 한 번 토론하자”고 답했을 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정책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각종 지표로 판단할 때, 적어도 아직까지는 소득주도성장론의 목표가 제대로 달성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론이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이 낳은 양극화를 극복하려는 목적으로 등장한 개념이라면,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한국당은 국민성장론이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미래로의 전진’을 위한 담론임을 상세히 설명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 국민성장론에 대한 한국당의 태도가 아쉬운 이유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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