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신맛]'유어스 직화로 구운 불닭봉', 혜자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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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신맛]'유어스 직화로 구운 불닭봉', 혜자의 배신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8.10.08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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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맛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맛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올해 초 한 제과업체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이다. 그는 당시 해당 업체가 출시한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엇갈린다는 내용의 본지 보도를 접하고 이 같이 항의했다. 그렇다. 맛이란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똑같은 음식이어도 누구에게는 맛있고, 또 다른 누구는 맛이 없을 수 있다. 개개인의 맛 평가를 객관적인 양 기사화를 했으니, 이제 와서 떠올리면 그의 항의가 참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아예 대놓고 주관적인 맛 평가 코너를 마련하기로 했다. '지극히 주관적인 신제품 맛 평가보고서', 줄여서 '지주신맛'이다. 지주신맛은 식음료업계에서 갓 출시한 제품들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기자의 주관적인 맛 평가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지주신맛은 기업의 어떠한 후원도 받지 않고 재정적 독립성을 유지한다.

'유어스 직화로 구운 불닭봉', 바가지 없는 치킨이 어디 있으랴

▲ GS리테일 유어스 직화로 구운 불닭봉 제품 전면 ⓒ 시사오늘

GS리테일은 편의점 GS25, GS수퍼마켓을 통해 닭봉을 활용한 냉장 안주 '유어스 직화로 구운 불닭봉'을 출시했다고 8일 밝혔다. 해당 제품은 닭봉을 초벌 양념 후 직화로 구워 잡내를 없애고 불맛을 끌어올린 게 특징이다.

중독성 있는 매콤달콤한 맛을 구현한 데다, 전자레인지를 이용한 간편한 조리로 닭봉 구이의 풍미를 즐길 수 있어 많은 호응이 기대된다는 게 GS리테일의 설명이다. 또한 특히 홈술, 혼술족이 겨냥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술이라면 한때 질리도록 마셨던 사람인 만큼, 안주류에 대한 평가는 자신 있다는 생각에 인근에 위치한 GS25로 달려갔다. 신제품이라서 그런가 제품이 딱 1개 남아있었다. 가격을 살펴보니 '허걱' 7500원, 좀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 GS리테일 유어스 직화로 구운 불닭봉 출시 기념으로 구매 시 제공되는 내 맘대로 덴마크 눈꽃치즈 ⓒ 시사오늘

하지만 '혜자스러운' GS25를 믿고 계산대로 몸을 옮겼다. '삐빅, 행사 상품 받아가세요', 역시 GS25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동원F&B의 '내 맘대로 덴마크 눈꽃치즈'가 출시 기념 이벤트 상품으로 딸려 나왔다. 본연의 맛을 즐기기 위해 치즈는 서랍 속에 보관해 두기로 했다.

제품 전면에는 보기만 해도 이마에서 땀이 날 것 같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과 빨간 소스를 발라 불판에서 구워진 닭봉 여러 개가 박혀있다. '직화', '불맛'이라는 단어가 각각 2개씩이나 메인에 있다. 불맛에 방점을 둔 제품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내용량은 250g, 칼로리는 490kcal, 제조원과 공급원은 각각 씨티푸드, 진주햄이다. 1일 영양성분 기준치에 대한 비율은 나트륨 25%(490mg), 지방 17%(9g), 콜레스테롤 13%(40mg) 등이다. 닭고기를 활용한 제품인 만큼, 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편이다.

당류는 10%(10g)로 보통의 과자와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데, 불닭 양념의 달콤한 부분을 살리기 위해 단 성분을 많이 담은 것 같다. 실제로 원재료를 살펴보니, 기타과당, 설탕은 물론, 쇠고기맛본다시가 들어있다. 쇠고기맛본다시는 이미 백설탕이 함유된 조미료다.

▲ GS리테일 유어스 직화로 구운 불닭봉 제품 후면 ⓒ 시사오늘

길고 긴 사전 탐색이 끝나고 제품을 개봉,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추천 조리시간은 1000W 기준 2분, 700W 기준 2분30초다. 제품을 꺼내보니, 속포장지를 살짝 뜯어 돌렸는데 뜯어진 틈 사이로 국물이 조금 흘러나와 용기에 흥건했다. 먹기도 전에 손가락에 양념이 다 묻었다. 독자들은 뜯어진 부분을 위쪽으로 향하게 해서 이 같은 불상사를 예방하길 바란다.

본격적으로 제품을 맛보기 위해 속포장지에서 닭봉을 꺼냈다. '하나, 둘…어?', 닭봉이 딱 4개밖에 없다. 야채 등 기타 건더기도 안 보인다. 7500원에 닭봉이 4개라니, 그것도 국내산이 아니라 외국산(호주, 덴마크, 태국 등) 닭봉이다.

네이버쇼핑에서 판매 중인 하림 냉동 닭봉 1kg이 7900원이다. 닭봉 크기, 양념값, 인건비 등을 감안해도 250g, 닭봉 4개에 7500원은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혜자의 배신'이었다. 맛에 대한 평가는 당연히 가격도 포함된다. 하지만 애써 이를 잊고 제품 본연의 맛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 GS리테일 유어스 직화로 구운 불닭봉 제품을 개봉해 보니, 닭봉이 4개 들어있다 ⓒ 시사오늘

일단, 소스를 젓가락으로 살짝 찍어 혀에 대어 봤다. 처음에는 단맛만 느껴지다가 이내 후끈거림이 목구멍 끝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늘향도 은은하게 풍긴다. 불맛도 확실히 나긴 나는데, 직화보다는 조미료로 낸 인위적인 불맛 느낌이 강했다.

닭봉을 들어보니 뻘건 양념이 뭉텅이로 뚝뚝 떨어진다. 집에서 조리하면 이런 찐득한 색을 내기 어렵다. 일반 고춧가루로는 사실상 불가능이다. 원재료를 살펴보니 '올레오레진파프리카'라는 색소가 있었다. 뻘건 색깔은 분명 이것으로 낸 것이다. 여기에 옥수수전분이 함유된 쇠고기맛본다시, 감자전분으로 찐득함을 살렸다.

닭봉을 크게 베어 물었다. 오도독 씹히는 연골이 주는 식감이 좋다. 역시 돼지보다 닭 오돌뼈가 맛나다. 닭고기도 조직이 잘 살아있어 쫄깃하게 씹혔다. 육류를 활용한 냉동·냉장안주는 재가열 과정에서 근조직이 풀어지거나, 속에 묵어있던 기름, 피 등이 빠져나와 텁텁하기 일쑤인데 쫄깃함이 나쁘지 않다. 

▲ GS리테일 유어스 직화로 구운 불닭봉 제품에 든 닭봉을 물로 씻었다. 양념이 없어지자 닭고기 특유의 냄새가 확 풍겼다 ⓒ 시사오늘

그런데 씹는 과정에서 양념이 다 빠지자 닭고기 특유의 냄새가 강하게 나기 시작한다. 좀 역한 냄새도 났다. 닭봉 1개만 그런가 하고, 또 다른 조각은 물에 살살 씻어서 양념을 제거한 후 입에 넣었다. 양념이 없는 닭봉에서는 그 냄새가 더 강하게 풍겼다.

닭냄새를 잡기 위해서는 처음에 닭을 잡을 때 내부손질이 가장 중요한데, 아무래도 수입산 닭봉이어서 그런지 이 부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닭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간마늘' 외에 생강 등 다른 원재료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염지가 부족해서 닭냄새가 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닭봉을 씹을 때 생각보다 짜지 않아서 좋았는데, 이게 오히려 독이 된 것 같다. 유어스 직화로 구운 불닭봉에 사용된 염지제는 '치카이드', 후추 등 향신료가 들어가 염지와 동시에 닭냄새를 잡는 역할도 한다. 짠 것도 싫지만 닭냄새는 더 싫다.

맛은 나쁘지 않지만 가성비가 확실히 떨어지는 제품이다. 가격을 생각하면 동네 장터치킨을 사서 '불닭볶음면' 소스에 찍어먹는 게 더 낫다. 치킨집이 문을 닫는 새벽 1시 이후라면 한번쯤 고민은 할 것 같다. 하긴, 요즘 바가지 없는 치킨이 어디 있으랴. 소주 생각은 확실히 난다. 그래도 닭냄새 문제는 꼭 개선해야 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신제품 맛 평가(별 5개 만점)

GS리테일 '유어스 직화로 구운 불닭봉' ★★☆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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