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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아랍음악과 콜라전쟁, 그리고 저항의 노래(하)
<김선호의 지구촌 음악산책(36)>무슬림에 반기를 든 여가수
2018년 10월 11일 16:37:13 김선호 칼럼니스트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 김선호 칼럼니스트)

한편 아랍권의 여가수 중에 또 한명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가수가 있다. 알제리 출신의 Souad Massi라는 가수다. 수드 마시는 1972년생으로 알제리 출신이다. 싱어 송 라이터로서 가난한 가정의 7남매 중 하나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 오빠의 권유로 기타를 배웠고 음악 공부를 하게 됐다. 성장하면서 미국의 컨트리 음악과 뮤지컬 등에 빠져들게 됐는데 이것은 후에 그녀의 작곡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17살이 되던 해 그녀는 플라멩코 밴드에 참여하지만 실증을 느끼고 탈퇴한다. 1990년 수드 마시는 Led Zeppelin 이나 U2와 같은 세계적인 그룹의 노래에 영향을 받은 알제리의 'Atakor'라는 정치적 록 밴드에 들어가 활동하면서 머리카락도 자르고 남자 옷 같은 헐렁한 옷과 청바지를 입고 공연을 다녔다. 때문에 히잡 착용과 여성의 사회 활동을 제한하는 무슬림들로 볼 때는 수드 마시가 대단히 불편한 존재였음은 분명했다. 남자들이 대부분 지니고 있는 관음증 증세 때문에 미끈한 다리와 반쯤 내놓은 가슴은 용서될 수 있지만, 남자 비슷하게 하고 다니면서 무슬림의 전통에 반대하는 것은 절대 용서가 안 된다. 수드 마시는 7년 동안 이들과 함께 하면서 음반 한 장과 두 장의 뮤직 비디오를 내게 된다. 그러나 수드 마시가 여성 해방이나 히잡 거부 등 정치적으로 반 무슬림 행보를 계속해온 때문에 수없이 살해 협박을 받게 되고, 결국 수드 마시는 1999년 밴드를 떠나 프랑스 파리로 이주한다.

그녀의 음악은 록과 컨트리 음악, 포르투갈의 파두 등 서구 음악의 영향을 받았지만 동양적 감성이 근본적으로 배어있고 Oud 같은 중동지역의 악기도 종종 사용하며 아프리카 풍의 음악을 추구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수드 마시는 알제리 아랍어, 불어, 영어, 그리고 알제리 원주민인 베르베르족의 언어로 노래를 부른다.

여기 소개하는 곡들은 2003년 내놓은 그녀의 두 번째 독집 앨범에 들어있는 것들이다. 1집 'Raoui'는 다분히 정치적인 색깔이 강했지만, 2집 'deb'은 인간의 사랑과 고통과 슬픔 등을 잔잔하게 담아내서 듣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준다. 지금까지 그녀가 낸 음반은  2010에 낸 'Ô Houria' 등 총 5장이지만 두 번째 낸 deb이 실제로 서정성이 풍부한 대표음반이라고 할 수 있다.

   
▲ ⓒ김선호 칼럼니스트

이 음반의 첫 번째 트랙 deb(상처받은 마음)은 베르베르족 언어로 시작한다. 들어보면 말이 참 재미있다. 두 번째 트랙 moudja는 파도라는 뜻이다. 그래서 도입부에 파도소리가 효과음으로 나온다. 그녀가 잔잔하게 이야기하듯 부르는 노래는 마치 별과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노래에도 "지금 우리 여기서 별과 이야기하는 것 같아"라는 가사가 나온다. 영어인데 발음이 약간은 엉성하다.

완전히 샹송 같은 곡도 두 개 있다. 4번째 트랙 'Passe le temps'(시간을 지나서)와 9번째 트랙 'le bien et mal'(선과 악)은 완전 프랑스의 샹송이다. 이 곡에서는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느낌을, 조용히 흐르는 기타연주와 첼로 통주저음에 맞춰 전해준다. 다섯 번째 트랙의 'ghir enta'는 사랑노래이다. 뜻은 '당신만을 사랑해요'인데 가사 내용은 이렇다.

   
▲ ⓒ김선호 칼럼니스트

당신만을 사랑해요

나를 생각해요
내 마음은 이미 당신 것
오늘 당신이 내 옆에 있을 때 나는 어쩔 줄 몰랐어요
내일은 알겠지요
달콤하면서 씁쓸한 것이 삶이라는 것을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은 오직 당신뿐이에요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은 오직 당신뿐이에요
내 사랑은 오직 당신뿐
내 사랑은 오직 당신뿐

당신의 사랑은 나를 난처하게 만들어요
나는 잠을 이룰 수가 없어요
왜 당신은 나에게 그런 고통을 주시나요
봄은 영원하지 않아요
장미는 시들게 마련이에요
당신의 사랑이 없다면 나는 혼란 속에 빠져 들거에요
나를 생각해요

역시 사랑 노래는 국경을 초월해서 어디든 마음 속 깊이 간절한 것인가 보다. 원문은 아랍어를 영어 발음으로 표기해놔서 소리나는 대로 읽는 것만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 옮긴 소리는 대부분 정확하지가 않다.

10번째 트랙에 들어 있는 'houria'(자유)는 아랍적 분위기가 물씬 나는 플라멩코 음악이다. 아마도 수드 마시가 젊은 시절 열심히 공부했던 알-안달루시아 음악을 한번 불러보고 싶어서 이 곡은 작곡한 듯하다. 수드 마시의 노래에는 새소리 바다소리 전화를 거는 소리 등 효과음을 종종 사용하곤 한다.

가만히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몇 개의 문화 영역에 묘하게 걸쳐있는 음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샹송과 아랍음악과 팝이 교묘하게 혼재된 음악이면서 발성이나 기교는 본질적으로 아랍적 요소가 전체를 지배한다. 음악의 다양성도 있고 호소력도 있고 미모도 대단하다. 서두에 단순접촉효과를 언급하면서 예를 들은 "미인도 사흘이면 싫증난다"고 하는데 이 가수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미모나 노래 실력이나...

참고로, 이 글을 쓴 뒤에 포항공대 수학과 강병균 교수에게 E-Mail로 보내드린 적이 있다. 강교수는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 왔다. 첨삭 없이 그대로 옮기는 것이 좋을 듯싶어서 그대로 옮긴다. 

<글을 다시 읽었습니다. 정독했습니다.
아랍음악에 대한 관심을 폭증시키는 훌륭한 글입니다.
그런데 연예계에 아랍출신 중에 레바논 출신이 압도적인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참고로 구약 아가서에 솔로몬왕이 레바논 여인의 아름다움을 찬탄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아가서 4장을 인용합니다. 여러 번 레바논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아가서4장
4:1-5. "1 내 사랑 너는 어여쁘고도 어여쁘다 너울 속에 있는 네 눈이 비둘기 같고 네 머리털은 길르앗 산기슭에 누운 염소 떼 같구나
2 네 이는 목욕장에서 나오는 털 깎인 암양 곧 새끼 없는 것은 하나도 없이 각각 쌍태를 낳은 양 같구나
3 네 입술은 홍색 실 같고 네 입은 어여쁘고 너울 속의 네 뺨은 석류 한 쪽 같구나
4 네 목은 무기를 두려고 건축한 다윗의 망대 곧 방패 천 개, 용사의 모든 방패가 달린 망대 같고
5 네 두 유방은 백합화 가운데서 꼴을 먹는 쌍태 어린 사슴 같구나"
 
본문은 아랍에서 발전한 와스프(Wasf)에 속하는 시 형식에 따르고 있다. 와스프는 사랑하는 사람의 육체적인 아름다움을 관조(觀照) 하면서 칭송하는 시의 한 형식이다. 솔로몬은 사랑하는 연인 술람미 여인의 모습을 일곱 번이나 언급하면서 그 아름다움을 고백하고 있다. 따라서 아가서의 이 부분을 읽을 때 그 아름다움은 무지개의 일곱 색깔을 보는 듯하다.
 
4:6-16. "6 날이 저물고 그림자가 사라지기 전에 내가 몰약 산과 유향의 작은 산으로 가리라
7 나의 사랑 너는 어여쁘고 아무 흠이 없구나
8 내 신부야 너는 레바논에서부터 나와 함께 하고 레바논에서부터 나와 함께 가자 아마나와 스닐과 헤르몬 꼭대기에서 사자 굴과 표범 산에서 내려오너라
9 내 누이, 내 신부야 네가 내 마음을 빼앗았구나 네 눈으로 한 번 보는 것과 네 목의 구슬 한 꿰미로 내 마음을 빼앗았구나
10 내 누이, 내 신부야 네 사랑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네 사랑은 포도주보다 진하고 네 기름의 향기는 각양 향품보다 향기롭구나
11 내 신부야 네 입술에서는 꿀방울이 떨어지고 네 혀 밑에는 꿀과 젖이 있고 네 의복의 향기는 레바논의 향기 같구나
12 내 누이, 내 신부는 잠근 동산이요 덮은 우물이요 봉한 샘이로구나
13 네게서 나는 것은 석류나무와 각종 아름다운 과수와 고벨화와 나도풀과
14 나도와 번홍화와 창포와 계수와 각종 유향목과 몰약과 침향과 모든 귀한 향품이요
15 너는 동산의 샘이요 생수의 우물이요 레바논에서부터 흐르는 시내로구나
16 북풍아 일어나라 남풍아 오라 나의 동산에 불어서 향기를 날리라 나의 사랑하는 자가 그 동산에 들어가서 그 아름다운 열매 먹기를 원하노라"
 
본문은 '내 누이 내 신부'라는 호칭이 반복되고 있다. 이것은 솔로몬이 술람미 여인을 부르고 있는 호칭이다. 여기 7절부터 5:1절까지는 솔로몬이 술람미 여인을 위해 한 장소를 마련해 놓고 그곳으로 가서 함께 있을 것을 초청하는 일곱 번의 요청이 있다. 6절은 솔로몬이 술람미 여인을 위해 마련한 장소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날이 저물고 그림자가 사라지기 전에 내가 몰약 산과 유향의 작은 산으로 가리라" 학자들은 여기 언급한 장소는 올리브 농장과 포도원 그리고 향기로운 관목들로 펼쳐진 아름다운 들이 있는 레바논 입구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밑줄 친 부분은 강교수의 글이다. 졸고에 이렇게 지대한 애정을 표해주신 강교수께 거듭 감사 말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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