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계륵, ‘태극기 부대’…“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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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의 계륵, ‘태극기 부대’…“어떡해”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10.22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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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의 확실한 지지와 부정적 이미지 사이에서 갈등…묘안 없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한쪽은 ‘확실한 지지 세력’인 태극기부대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자유한국당의 ‘재탄생’을 위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맞서는 상황이다.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자유한국당이 딜레마에 빠졌다. 이른바 ‘태극기부대’를 놓고, 정치권에서 격론(激論)이 벌어지고 있다. 한쪽은 ‘확실한 지지 세력’인 태극기부대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한국당의 ‘재탄생’을 위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맞서는 상황이다. 미래를 향한 한국당의 나침반이 태극기부대라는 자력에 흔들리는 모양새다.

“절대적 지지…보수 부활의 바탕 돼야”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은 지난 15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태극기부대는 극우가 아닌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가장 열렬한 지지자 그룹”이라며 “‘그분들을 보수 세력에서 제외할 것이냐’라고 한다면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2일에도 KBS <정준희의 최강시사>에 나가 “태극기부대를 현 정권, 더 나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두고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아주 잘못된 시각”이라며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이고 직전 대통령이 구속돼 추락한 국격을 걱정하는 분들”이라고 규정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17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래의 새로운 비전을 내놓고 새로운 꿈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사회 전체를 통합해나가야지 ‘누구랑 이야기를 못 한다’ 이렇게 선 그을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인적 쇄신을 위해 전권을 주고 영입한 외부 인사 두 사람이 공히 태극기부대 포용에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이 같은 김 위원장과 전 위원의 태도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현실의 벽’을 절감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좀처럼 지지율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최소 20%를 보장하는’ 태극기부대와 완전히 결별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했다는 이야기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15일부터 19일까지 수행해 22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20.8%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대선 이후 1년 넘게 15~25% 박스권을 이탈하지 않고 있다. 크게 상승하지도 하락하지도 않는 정체 국면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태극기부대를 필두로 한 ‘절대적 지지 세력’의 힘으로 본다.

이에 대해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22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정치에서 제일 중요한 건 ‘무슨 일이 있어도 밀어줄’ 지지자를 얻는 것”이라며 “바른미래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인데, 누가 감히 그분들(태극기부대)을 무시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지지율 20% 남짓한 ‘확실한 자산’을 포기하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악화가 양화 구축한다…과감하게 결별해야”

문제는 태극기부대의 이미지다. 태극기부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자체를 비판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여적죄(적국과 합세해 대한민국에 항적한 죄)로 고발하는 등 ‘극우의 상징’과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의 핵심 가치는 헌법이고 법치주의”라며 “태극기 세력은 헌법 부정뿐만 아니라 폭력까지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앞선 한국당 관계자 또한 “태극기부대가 확실한 지지 세력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분들이 확장성에 걸림돌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이 태극기부대를 포용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수구적 이미지가 강한 태극기부대가 당내에서 입지를 키워가면,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는 지지층이 이탈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즉,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정두언 전 의원은 1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국당은 지금 지지율을 올리려면 건전 보수, 중도 세력을 다시 끌어와야 하는데, 이렇게 강경 보수적인 입장을 계속 고수하면 그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며 “그러니까 지금 한국당 쇄신은 어렵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18일 KBS <정준희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태극기부대와의 통합이) 실익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지금 한국당에는 약간의 개혁적인 보수가 있는데 이게 이탈할 것”이라며 “결국 플러스 마이너스 해보면 항상 어느 경우에도 한국당을 지지하는 약 25%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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