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통합 반대 목소리 나오는 한국당, 왜?
스크롤 이동 상태바
보수 통합 반대 목소리 나오는 한국당, 왜?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11.05 17: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선까지는 시간 남아…당권 장악·공천에 초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최근 자유한국당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을 중심으로 ‘보수 대통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조직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조직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양자 사이에는 반비례 관계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로사베스 모스 칸터(Rosabeth Moss Kanter) 하버드대 교수는 그 원인을 ‘내부의 힘’에서 찾는다. 조직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진화가 필요한데, 이미 조직 내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세력들은 변화가 가져올 불확실성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개혁에 저항한다는 것이다.

최근 자유한국당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을 중심으로 ‘보수 대통합’에 열을 올리고 있다. ‘All or Nothing’인 현재의 소선거구제 하에서 특정 진영의 분열은 필패(必敗)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중도부터 극우에 이르기까지 모든 보수 진영을 통합해 2020년 총선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일각에서는 내년 초로 예정된 한국당 전당대회를 ‘보수 통합 전당대회’로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친박(親朴)의 생각은 다르다. 친박 중진인 홍문종 의원은 지난 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이 완전히 다르면 보수 대통합은 있을 수 없다”며 “이 입장에 대해 서로 타협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따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우택 의원도 같은 날 YTN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집 나간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것이 보수 대통합이라고 저는 보지 않는다”면서 “제가 생각하는 보수 통합은 제도권뿐 아니라 제도권 밖에 있는 인적자원 또는 단체들과 같이 전선을 형성해서 다음 총선에서 좌파들과 한 판 벌일 수 있는 조직을 형성하는 것이지, 지금 당장 나가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실상 비대위의 뜻에 반기를 든 셈이다.

이대로만…공천권 노리는 친박

친박이 이 같은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에서는 칸터 교수가 지적한 ‘조직 변화에 대한 저항’을 꼽는다.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거 국회로 입성한 친박은, 아직까지도 한국당 내 다수파를 형성하고 있다. 허성우 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은 지난 7월 BBS <뉴스파노라마>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당 내 친박 비율이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 상황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차기 총선에서 당권을 잡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는 친박 혹은 친박이 ‘밀어주는’ 후보다.

반면 비박(非朴)이 가세할 경우, 당내 권력 지형은 완전히 달라진다. 차기 전대에서 최소 반반(半半) 싸움, 어쩌면 열세를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칸터 교수의 말을 빌리면, 친박에게 보수 대통합은 ‘불확실성 증대’를 의미한다. 현 상황을 유지하면 차기 총선에서의 공천은 확보할 수 있지만, 변화를 받아들이면 본선 무대를 밟아보기도 전에 ‘컷오프’ 당할 가능성이 생긴다. 당연히 친박이 가고 싶지 않은 길이다.

5일 <시사오늘>과 만난 야권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다음 총선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총선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어떤 정치인이든 지금은 당장 공천을 받는 데 올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공천을 받아 놓고 총선이 가까이 오면 그때 상황을 봐서 통합을 하든 하는 것이지, 지금 통합을 하자고 하면 좋아할 의원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면서 “친박뿐만 아니라 비박도 똑같이 해당된다”고 했다. 

▲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거 국회로 입성한 친박은, 아직까지도 한국당 내 다수파를 형성하고 있다. ⓒ뉴시스

“총선은 다를 것”…반사효과에 기대

데이비드 메이휴는 자신의 저서 <의회, 선거 커넥션>에 “‘재선’은 모든 의원들에게 가장 중요할 뿐만 아니라, 다른 목표들을 그려보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성취돼야만 하는 목표다”라고 썼다. 정치인의 제1목표는 언제나 ‘재선(再選)’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메이휴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당 의원들의 태도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강연에서 “한국당이 몰락한 원인은 보수=수구꼴통=한국당이라는 이미지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한국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이미지 변화가 필요하고, 현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혁신 방법은 보수 통합을 통한 친박·수구 색채 탈색이다. 한국당 의원들의 재선을 위해서는 보수 대통합이 필수라는 뜻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본다. 앞선 야권 관계자는 “한국당은 다음 총선에서 완패한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있다”며 “총선이 문재인 정부 4년차에 있는데, 5년 단임제 하에서 정권 4년차에 치러지는 선거에 지는 야당이 어디 있겠느냐. 아무리 못해도 지금 의석수는 나온다고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이 소선거구제를 지키겠다는 쪽으로 말을 하고 있는데, 아마 이건 대부분이 같은 생각일 것”이라며 “소선거구제가 그대로 유지되면 일대일 구도가 될 것이고, 여기에 문재인 정부 심판론이 먹혀들면 한국당이 112석(현재 의석수)보다 적게 먹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덧붙였다. 지금 당장의 이미지 개선보다는 눈앞의 공천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는 여당의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효과에 기대보겠다는 말로 풀이된다.

통합 전대는 비현실적…진짜 승부는 총선 직전

이러다 보니 전문가들은 통합 전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전망한다. 다음 총선까지 1년 6개월여가 남아 있는 시점에 무리를 하면서까지 통합 전대를 치를 이유가 없다는 관측이다. 결국 내년 초 통합 전대보다는, 각 당의 지지율을 관망하면서 총선 직전에야 이합집산(離合集散)을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5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친박도 통합 전대를 탐탁찮아 하겠지만, 한국당 밖에 있는 사람들도 지금 (한국당에) 들어가는 것은 자살 행위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지금처럼 한국당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은 상태에서 통합 전대를 치르면 유승민 의원 같은 사람들의 이미지도 나락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당도 바른미래당도 일단 자기들 길을 가면서 총선 직전까지 민주당과 지지율 차이가 많이 나면 그때 제대로 된 통합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김병준 위원장이나 전원책 위원이나 정치를 잘 모르는 건지 뭔가 성과를 내려고 무리수를 두는 건지 모르겠다”고 첨언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