껑충 뛰는 월세…갈 곳 잃은 청년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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껑충 뛰는 월세…갈 곳 잃은 청년 자영업자
  • 변상이 기자
  • 승인 2018.11.13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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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장사를 시작한지 만 2년 가까이 되고 있는데, 곧 정리할 생각이에요. 그나마 핫한 골목을 피해서 오픈한 카페인데 월세가 현실적으로 감당이 안되더라고요. 재계약이 다가오면서 정리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인근 부동산을 다 들러서 조언을 구해봐도 답이 없어요. 어차피 월세는 계속 오를 테니까.”

“이 동네 유명해지기 전에 월세 80만원으로 10년 가까이 장사했어요. 지금은 얼마인지 아세요? 200만원 선이에요. 말이 안되는 거죠. 가게 접을 수밖에 없죠 뭐. 앞,뒤,옆집에 젊은이들 좋아하는 것 투성인데 누가 오래된 가게에 와서 술 마시겠어요. 직접 겪지 않으면 몰라요. 속상하죠.”

▲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15~29세 청년 자영업자 수는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 시사오늘(그래픽=김승종)

껑충 뛰는 월세에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동시에 서울시 골목 곳곳에 젊은층의 눈길을 사로잡는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을 감당해야 하는 기존의 자영업자들의 속앓이도 늘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임대료, 물가가 상승해 기존 저소득층 원주민이 떠나게 되는 현상이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15~29세 청년 자영업자 수는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경기 악화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면서 전체 자영업자 수는 오히려 감소세로 돌아섰다.

또 하루 평균 3000명의 자영업자가 창업하고, 2000명의 자영업자가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소상공인의 10명 중 4명이 1년 내로 문을 닫고, 5년 내 폐업률은 72.7%에 이르는 수치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취업난으로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청년층은 늘어나고 이로 인한 기존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여기에 최저임금까지 오르면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청년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결정됐다. 현재 7530원 대비 10.9% 인상된 금액이다. 이미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한 차례 어려움을 겪었던 자영업자들에게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2016년 9월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시행 당시보다 현 상황이 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2년 전에는 식당 자체적으로 음식 재료를 줄이고 메뉴 가격 조정이 가능했지만 이번엔 자영업자 스스로 비용 조절이 힘들어졌다는 이유에서다.

‘망리단길’이라는 명칭을 얻으며 유명세를 탄 서울시 망원동의 한 주민은 “2년 전만에도 낙후된 골목이었다. 어느새 청년 자영업자들이 가게를 하나 둘씩 차리면서 유명세를 탔지만 사정들이 좋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또 “옆에 건물 월세 오르면 자연스레 다 오르게 되니 금방 문을 닫는 곳도 많아졌다. 동네 주민으로서 장사하는 청년들 보면 딱한 마음이 들지만 정부가 임금 올리는데 어쩌겠나”며 한탄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계약서를 1년 단위로 쓰려는 자영업자들이 많아졌다. 자동으로 갱신했던 2년 계약서보다는 도중에 영업을 접어야 하는 리스크를 생각 안할 수가 없다”며 “기존 자영업자들은 건물주들이 월세 안 올리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월 한국은행에서 발간한 ‘국내 자영업의 폐업률 결정요인 분석’ 결과를 보면 임대료도 폐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임대료가 한 단위 상승하면 폐업 위험도는 1.5% 정도 증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의 소규모 상가 임대료(3.3㎡당)는 2015년 3분기 15만3700원에서 지난해 3분기 17만3000원으로 2년 새 12.6% 올랐다.

이런상황에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는 상생을 외치는 대기업과 정부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협회 관계자는 “국내 자영업자 수가 매년 증가 추세지만 자영업 생태계 상황은 최저임금 인상과 대기업의 골목 장악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무조건적으로 문을 닫는 것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자영업자들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무조건적으로 예산을 쏟아 붓는 것 보다 청년층·폐업자 등 특정 계층을 상대로 구체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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