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서거 3주기 추모식] YS 계승 강조…‘이미지 이용’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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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서거 3주기 추모식] YS 계승 강조…‘이미지 이용’ 지적도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11.20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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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개혁대통령만 언급…공과 모두 포용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한국당은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YS 서거 3주기 추모식을 개최했다. 한국당이 당 차원에서 YS 추모식을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사오늘 김승종

위기에 몰린 자유한국당의 돌파구는 YS였다. 한국당은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식을 개최했다. 한국당이 당 차원에서 YS 추모식을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당의 YS 추모식 개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알려진 대로, 지금껏 한국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인 경제성장과 산업화를 당의 무기로 삼아 왔다. 하루 세 끼 챙겨 먹기도 벅찼던 우리 국민들에게 풍요와 번영을 안겨준 지도자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던 만큼, ‘박정희의 유산’은 한국당이 가진 최고의 자산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박정희·박근혜 부녀(父女) 대통령에게는 ‘반(反)민주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계승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인 한국당 역시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자연히 한국당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헌법을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치 세력이 아님을 입증할 필요가 있었고,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와 함께 대한민국 민주화의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는 YS를 보수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자리에 참석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김성태 원내대표 등은 한국당과 YS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박 전 국회의장은 “오늘 이 행사를 주최하는 한국당은 김 전 대통령께서 운영하시고 싸우고 길러왔던 과거 민주당의 후신”이라며 한국당이 YS를 계승한 정당임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도 “한국당이 민주주의의 정통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김 전 대통령의 통합 정신과 개혁 정신을 다시 한 번 기리는 날이 돼야 할 것”이라고 한국당과 YS의 인연을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 역시 “한국당은 김 전 대통령이 남긴 진정한 민주주의의 길, 국민과 나라를 위한 길만을 걸어가겠다”고 덧붙였다. 

▲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이제 한국당은 전열을 정비하고 이 정부가 가고 있는 잘못된 길을 비판하고 규탄하고 싸우는 야당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다만 과제도 남았다.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YS의 뜻을 이어받는’ 것이 아닌, ‘YS를 이용’만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은 까닭이다. YS의 공(功)과 과(過)를 냉정히 평가하기보다는, 민주투사라는 표피적인 이미지만 떼어와 한국당 정체성 정립에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추모식에서도 한국당은 민주투사이자 개혁 대통령이었던 YS의 모습을 되살리는 데만 치중했을 뿐, YS가 지금까지도 혹평 받고 있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3당합당이나 IMF 외환위기는 짧게 언급만 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한국당이 진정한 YS의 계승자라고 할 수 있으려면 공(功)뿐만 아니라 과(過)도 테이블 위에 올려 치열하게 토론하고 품어내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충고다.

실제로 박 전 국회의장은 “이제 한국당은 전열을 정비하고 이 정부가 가고 있는 잘못된 길을 비판하고 규탄하고 싸우는 야당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2년 전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을 기억할 것이다. 보수를 촛불로 태워버리자는 구호가 있는가 하면,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으로 가겠다 이런 구호들이 공공연하게 있었지만 저항하는 세력은 없었던 그 치욕적인 현장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YS를 구심점으로 보수 세력을 통합해 문재인 정부와 맞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도 “(문재인 정부는) 집권한 지 1년 반이 넘도록 개혁의 ‘개’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한 뒤 “(YS는) 1983년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했고 그것으로 흩어진 민주진영을 모았다. 3당 합당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물길을 바꾸는 결단을 했다. 탄핵을 겪으며 보수진영이 뿔뿔이 흩어진 상태에서 길이 기억해야 할 정신이 아닌가”라고 했다. YS를 ‘반(反) 문재인 보수 통합’을 위한 마중물로 여기고 있을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 20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국당이 지금이라도 YS를 기리려는 뜻은 좋지만, 당이 어려워지니까 YS를 이용만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만 갖고 와서 YS를 계승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진짜 YS를 계승하려면 3당합당이나 IMF 사태도 전부 갖고 와서 논쟁하면서 재평가를 해야 하는데, 오늘 행사만 봐도 YS의 일부만 가져와서 그걸 정권 비판에 이용만 하고 있지 않느냐”며 “이럴 때만 반짝 하지 말고, 꾸준히 YS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하면서 뜻을 이어받으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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