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 〈긍정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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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신간] 〈긍정의 배신〉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1.04.08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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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사고는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시크릿'은 언론으로부터 비료적 따뜻한 응대를 받았지만, 식자층의 경악과 조롱을 받았다(이것은 ‘끌어당김의 법칙’을 의식적으로 적용한 결과는 아니었다). 비판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대체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문젯거리가 풍부했다. DVD에는 쇼윈도에 진열된 목걸이를 보고 감탄하는 여성이 등장하는데 다음 장면에서 그녀는 그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있다. 그저 목걸이를 ‘끌어당기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던 게 전부였다. 책 내용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 동안 체중을 줄이려고 애썼던 저자는 음식 때문에 살이 찌는 것이 아니라고 선언한다. 음식이 살로 갈 것이라는 ‘생각’ 탓에 실제로 체중이 는다는 것이다. <본문 97쪽>

▲ '긍정의 배신' 표지 사진


<긍정의 배신>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긍정’의 신념 체계에 감히 삐딱한 시선을 들이댄 책이다. 날카로우면서도 유쾌한 사회 비평으로 널리 알려진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2009년10월 발표한 책으로 자본주의와 철저한 공생 관계를 맺고 있는 ‘긍정 이데올로기’를 현실과 역사, 그 양산자들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분석하고 파헤친 수작이다.

지은이가 긍정에 대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시각을 갖게 된 것은 유방암 진단을 받고부터다. 암 투병을 하면서 느낀 의료산업의 문제점과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자기계발서의 암시들, 하느님의 이름으로 단지 네가 원하는 것을 한껏 추구하기만 하면 된다는 초대형 교회의 설교 등에서 긍정 이데올로기를 발견하고 회의감을 느낀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밝은 면만 보고, 너 자신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라’는 긍정주의의 메시지가 불편한 사회 현실을 외면하고 저마다 자신의 쳇바퀴에만 열중하게 만드는 신자유주의의 매트릭스로 작용하고 있음을 주장한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신자유주의의 경제 통념을 비판하고, <정의란 무엇인가>가 사회와 공동체의 철학적 가치관을 재검토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면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상부구조를 형성하는 사회문화적 신념체계를 정면 겨냥함으로써, 신자유주의 비판의 빈 공백을 채워준다.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부키∥304쪽∥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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