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국중 ˝경제가 곧 문화, 문화가 곧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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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국중 ˝경제가 곧 문화, 문화가 곧 경제다˝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8.11.29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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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중 안국중경제연구소 이사장
역발상으로 대구치맥축제 성공시켜
˝청년을 주체로 보고 정책 만들어야˝
˝기업 기 살려야 결국 고용도 풀린다˝
˝희망과 용기 주는 정치인 되고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치킨의 고향은 어디일까. 전주는 비빔밥, 부산은 돼지국밥으로 유명한 것과 같이, 최근 한식(韓食)이나 다름없어진 ‘치킨’으로 떠오르는 고장은 대구다. 그 중심엔 ‘대구 치맥 축제’가 있다.

이 기발한 발상의 기획자는 뜻밖에도 ‘경제통’으로 알려진 공무원이었다. 그가 바로 대구시 경제통상국장과 문화체육관광국장을 지낸 안국중 안국중경제연구소 이사장이다. 문화에 관심이 많은 경제전문가라니, 그 흔치않은 내력의 배경과 그의 향후 행보를 들어보고자 <시사오늘>은 16일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안 이사장을 만났다.

▲ "맥주는 더울 때 먹어야 하고 치킨은 차게 식으면 맛이 없지 않나. 전국에서 가장 덥다는 대구가 제격이다. 엄밀히는 대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가장 더울 때 축제를 열자는 역발상을 했다. 결과는 아시는 바와 같다. 대 성공이다. 나는 여기서 21세기엔 문화가 곧 경제고 경제가 곧 문화라는 확신을 더 강하게 갖게 됐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력 중에 ‘대구치맥축제 개최’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치맥축제가 단순한 문화 이벤트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경제적 요인에 의해 기획됐다. 내가 대구시 경제통상국장이던 땐데, 독일 뮌헨의 옥토버 페스트와 자매도시인 중국 칭따오 맥주축제를 가보니 단순한 술꾼들만 모이는 축제가 아니라 수많은 기업들이 한데 모이는 비즈니스의 장이었다. 그래서 대구 경제도 살리고, 문화적으로도 풍성해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대구와 경북은 치킨이 발달한 곳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멕시카나’‘처갓집 양념통닭’등을 시작으로, ‘교촌치킨’‘호식이 두 마리 치킨’등이 모두 대구경북에서 태어나 전국적 성공을 거뒀다. 특히, 맥주는 더울 때 먹어야 하고 치킨은 차게 식으면 맛이 없지 않나. 전국에서 가장 덥다는 대구가 제격이다. 엄밀히는 대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가장 더울 때 축제를 열자는 역발상을 했다. 결과는 아시는 바와 같다. 대 성공이다. 나는 여기서 21세기엔 문화가 곧 경제고 경제가 곧 문화라는 확신을 더 강하게 갖게 됐다.”

 -'문화가 곧 경제'라는 말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대구에서 경제라고 하면 제조업 시절을 떠올린다. 기계와 공장이 돌아가고, 제복을 입고 근로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떠올리는데,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문화가 도시를 재생시킬 수 있고, 결국 경제를 살리게 된다. 물론 경제적 토대가 있어야 문화가 발전할 수 있으니 서로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경제와 문화 모두 경력을 쌓아왔다.

“처음 행정고시 합격 이후 고용노동부에 있을 때를 제외하면, 대구로 내려와서 경제과장, 문화과장, 경제국장, 문화국장을 번갈아 했다. 행정을 하는 사람 치고 아이디어로 칭찬받고, 꽤 많은 성과를 거두긴 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성과 속에서도 약간의 아쉬움,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다는 미련이 간혹 남았다. 공무원은 인사이동도 잦아서 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피드백을 통해 보완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정치에서 내 역할을 고민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안정된 고위 공무원을 포기하는 것이 쉽진 않았을 텐데.

▲ "정책을 만들고, 사업을 하다 보니 여러 한계를 마주하게 됐다. 공무원은 인사이동도 잦아서 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피드백을 통해 보완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선출직으로 나서면 정책을 입법화 하고, 입법화 된 것은 영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더 세상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 거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나는 원래 정책을 지향하는 공무원이다. 대한민국 공무원들 중 10% 정도가 정책을 만들어내고, 피드백하는 이들인데 난 처음부터 거기 속해있었다. 그런데 정책을 만들고, 사업을 하다 보니 여러 한계를 마주하게 됐다. 정말 국민들을 위해 뭔가 만들고, 해보려고 하려면 잦은 인사로 인해 정책활동이 중단되곤 했다. 그래서 선출직으로 나서면 정책을 입법화 하고, 입법화 된 것은 영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더 세상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 거다.

미국의 여러 도시들을 보고 나서 이런 마음이 더 강해졌다. 약 1년 반 동안, 관광지가 아니라 미국 실제 거주자들이 사는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보고, 느끼고, 공부했다. 이제 작게는 내 고향인 경산과 대구, 크게는 우리나라를 위해 내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고용노동부 사무관으로 출발했다고 들었다. 최근의 고용문제를 진단한다면.

 “사무관 시절 IMF가 터졌다. 온 나라가 실업문제 해결에 몰두했고, 정말 치열한 현장에 있었다. 당시 내가 모시던 상사가 현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당시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지금 실업문제는 정부재정을 투입해서 할 때가 아니다. 외환위기 당시처럼 실업률이 대단히 높을 때나 단기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는 거지, 지금은 그런 옛날식 대처를 할 때가 아니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모순을 겪고 있어서 단기적으로 해결되기엔 쉽지 않은 국면이다. 투자나 소비, 생산 등의 전 지표를 봤을 때 투자가 적은 게 문제다.”

-생각해본 해결방안은 있나.

“경제는 기업의 경영부분과 근로자의 노동부분이 조화롭게 박자가 맞아야 한다. 그래야 굴러간다. 지금은 노동자 부분이 워낙 크고 강해져서 기업들이 기가 죽어있다. 한쪽만 맴돌고 있는 거다. 1980년대 이전에는 기업이 너무 강해서 노동자들이 많이 희생됐지만, 지금은 역전됐다. 기업들이 잠재적 범죄집단으로 비치고, 압박이 강하니 투자를 꺼린다. 빠르게 두 바퀴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대단히 오랫동안 경제적 문제와 실업문제 속에서 해맬 확률이 높다.”

-연구소가 경북 경산에 있다. 경산을 위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한 가지만 들려달라.

“앞서 치맥축제 이야기를 했으니, 생각해본 축제 구상을 들려주겠다. 경산에서 축제를 연다면, 그건 세계 대학생 축제가 어떨까 한다. 경산에는 12개 대학, 약 12만 명의 대학생들이 있다. 청년도시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높은 곳이다. 대학생들이 방학에 집으로 돌아가면 기숙사가 빈다. 그 때 축제를 개최하면 그 동안의 도시 경제공백도 해결하고, 또 세계 대학생들이 와서 뿜어내는 에너지로 여러 가지 기발한 아이디어, 퍼포먼스가 나오면서 볼거리도 많아질 거다.

궁극적으로는 경산이 청년도시가 됐으면 좋겠다. 취업‧결혼‧육아, 자녀교육까지 ‘토탈 케어’를 제공해서 점점 젊어지고 경제적으로도 강력한 도시로 변모할 수 있는 구상을 하고 있다. 청년이 한국의 미래다.”

-'청년이 미래'라고 하지만 그간 정치권에서 청년들을 위한 정책은 없어보인다.

"나는 국가 및 지방정책을 많이 만들었다. 하지만 어른들이 만든 정책들이다. 이제 청년에 의한 청년들의 정책이 필요하다. 어른들이 일자리를 만들어 놓고, '와서 일하라'하면 다들 일단 일을 한다. 그런데 직무 만족도가 그만큼 되나. 미래사회가 '4차산업혁명이네, 대비해야하네 어쩌네' 하지만 결국 다 어른들의 구상과 생각이다. 청년들의 소위 '말랑말랑한 머리'를 사용해야 한다. 정책을 생각하고, 정치를 생각해서 말하라고 해야 한다. 이제 경험과 전문지식으로 그걸 다듬어주는 게 어른들이 할 일이다. 애초에 청년들을 대상으로 볼 것인가, 주체로 존중할 것인가의 차이다."

▲ ˝지금 국회에 있는 정치인들을 보면 부정적인 시대를 살았던 투사들이다. 투사들끼리 만나서 진검승부를 하니 국민들이 보기엔 지금 ‘저게 뭐 하는 짓인가’싶으신 거다. 새로운 정치는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정책토론이라면 얼마든지 해야 한다. 지금은 그 외의 요소로 싸우고들 있지 않나. 어떻게든 정치를 잘 해서 좋은 정책으로 풀어낼 수 있는 정치인이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고 또 희망과 용기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본인의 정치적인 목표가 있다면.

“희망과 용기를 주는 정치인이 되는 것이다. 지금 국회에 있는 정치인들을 보면 부정적인 시대를 살았던 투사들이다. 투사들끼리 만나서 진검승부를 하니 국민들이 보기엔 지금 ‘저게 뭐 하는 짓인가’싶으신 거다. 새로운 정치는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정책토론이라면 얼마든지 해야 한다. 지금은 그 외의 요소로 싸우고들 있지 않나. 어떻게든 정치를 잘 해서 좋은 정책으로 풀어낼 수 있는 정치인이고 싶다. 새로운 국가의 비전을 설정하고,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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