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새해 경제정책, '활력회복'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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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새해 경제정책, '활력회복' 가능한가?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8.12.22 09:5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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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 기조 중심축 약화
망가진 경제 쳇바퀴 정책 우려 계속
기업경기 복원 저성장 탈출 非常대책 시급성
국민체감 실사구시 각론 처방이 관건
소득 3만달러 달성, 새 도약 원년 돼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정부가 2019년 새해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했다.

정책의 중점을 그동안과는 달리 ‘경제 활력 높이기’에 뒀다. '전방위적 경제 활력 제고'를 첫 번째 과제로 내놨다. '문재인 경제'의 기본 쟁점이 돼온 '소득주도 성장'은 포용성 강화라는 세 번째 과제의 하위개념으로 밀렸다.

지난해 정책 방향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첫 번째 과제로 제시했던 것에 비하면 뚜렷한 변화다. 소득주도성장론으로 국가 경제를 실험실로 만들고 수많은 부작용을 양산한 지 1년 7개월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부가 기다리지 말고 먼저 찾아나서서 기업 투자의 걸림돌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이제 제대로 정신을 차린 것인가.

경기가 급격히 하강하는 것은 물론 중장기 성장동력까지 흔들리는 지경이 되어서야 경제 활력 제고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책방향의 핵심어로 경제 활력과 기업 투자라는 말이 이제야 등장했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이 주재한 첫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는 사실은 '위기감'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문재인 경제' 정책방향의 처음과 끝이자 핵심골격 이있던 ‘소득주도’는 쑥 들어갔다. 이제는 정말 침체일로인 국가경제를 제대로 견인, 회복시기고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런지, 다각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곳곳에 위기감…정책변화 조짐

정부는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에서 경제활력 제고, 경제체질 개선과 구조개혁, 포용성 강화, 미래 대비 등 4개 영역을 중심으로 16개 핵심 과제를 추진키로 했다. 경제 활력과 경제체질 개선을 포용성 강화 앞에 내세운 것은 성장이 이뤄져야 포용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당연하다.

16개 과제는 기업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걸림돌이 된 행정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민간 자본에 공공시설 사업을 전면 개방해 투자를 활성화하는 등의 내용으로 돼 있다. 대규모 기업투자 프로젝트 착공 지원, 숙박공유 등 공유경제 활성화 등을 중점 추진 프로젝트로 추렸다. 상황의 긴박함과 한정된 자원을 고려해 정책의 ‘선택과 집중’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역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언급이 없고, 경제활력과 투자확대에 잔뜩 무게가 실렸다는 점이다. 경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소득주도 성장을 밀어붙이던 데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와 같은 수준인 2.6~2.7%를 유지하고, 일자리는 올해보다 5만 개 늘어난 15만 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또 경기ㆍ고용 하방 위험에 대응해 재정을 상반기에 61%를 조기 집행키로 했고, 공공기관 투자 규모도 54조원으로 올해보다 9조5,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대규모 기업 투자의 조기 착공 추진과 민간에 대한 공공시설 사업 개방,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 공유경제 부문 규제개혁 등도 제시했다.

상반기 중 ‘6조원+α’ 규모의 기업프로젝트 조기 착공을 지원키로 했으며,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1조6,000억원, 현대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 3조7,000억원 등 대형 민간투자 사업을 서둘러 추진하고, 공공투자 프로젝트도 조기 착수키로 했다. 16조원 규모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신속 가동하며 중소·중견기업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의 노력도 기울이기로 했다.

무엇보다 이전처럼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앞세우지 않고, 경제활력을 높이고 체질과 구조를 개선에 우선순위를 둔 것이 주목된다. 고용과 성장, 투자 등 주요 지표가 위험한 수준으로 가라앉자 청와대도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비주류 경제 ‘실험’을 계속 우길 순 없었던 모양이다.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위해 결정구조를 개편해 2020년부터 적용하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완료될 때까지 계도기간도 연장키로 한 것은 이를 반영한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인한 경제 현장의 폐해를 인정한 것은 다행이다.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고려해 국민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은 경제현장의 실상 인정과 정책변화 조짐을 읽게 한다. 남북 관계 등 외치(外治)에 치중했던 집권 1·2년차와 달리 임기 중반으로 넘어가는 내년부터는 경제 등 내치(內治)에도 중점을 두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지금 같은 비상시에는 경기 하강을 ‘방어’하면서 환부를 ‘수술’하는 양면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 내년 경제정책방향에도 이런 전략은 담겼다.

문재인 정부 첫 ‘확대경제장관회의’ 결정의 배경에는 우리 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다. 막혀있는 대규모 기업투자 프로젝트, 위기지역내 중소 중견기업 등 세부계획 곳곳에 위기감이 언급됐다.

경제부총리가 회의에서 난국에 빠진 경제의 해법을 기업 투자 확대에서 찾겠다고 보고한 것은 당연한 일인데 뉴스가 되는 것이 이 정부다. 내년 8월 일몰 예정인 기업활력법(원샷법)은 민주당이 야당 시절 '재벌특혜법'이라고 반대했던 것인데 5년 연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공공기관에 직무급도 도입키로 했으며, 밀실 야합이라고 비난하던 '서별관 회의'도 사실상 부활시키기로 했다. 이번 회의는 정부가 마침내 달라지겠다는 신호처럼 보이기도 한다.

'경제활력' 중요성 인정

문 정부가 지금이라도 혁신성장과 경제활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건 늦었지만 다행이다. 뒤늦게나마 소득주도 성장 전략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경제 살리기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한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2.3%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당연한 정책적 선회일 수 있다. 이전보다는 훨씬 유연해지고 기민해진 것은 맞는 듯하다.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처방이 이전보다는 많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노동시장 정책을 손질하겠다고 나선 것도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이다. 경기가 이토록 급속히 가라앉은 데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경직적 시행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정부가 시장을 의식하고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것은 바른 방향이다.

물론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강화나 최저임금 결정 구조개편 등 기존 대책의 확인 수준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주 52시간제로 인한 현장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말까지로 한정된 계도기간을 탄력 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입법 전까지 연장하겠다는 방침은 가장 현실적 대책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경제 활력을 찾기 위한 방안으로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서울 창동 케이팝 공연장 등 민간기업 프로젝트를 연내 착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힌 점은 주목할 만하다.

사실 그동안 비교적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들도 설비 확충을 꺼리는 이유로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호소해왔다. 보건 관광 등 서비스산업의 육성을 위해 서비스발전기본법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점도 매우 늦었지만 맞는 방향이다.

쳇바퀴 계획 미온적 제시

하지만 이 정도로 정부가 1년 반 동안 잃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아직도 이미 실패로 판가름난 소득주도성장 정책기조의 완전한 궤도수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올해 경제성과에 대해 “임금과 가계소득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소득주도성장의 기반을 닦았다”고 말했다. 이런 대통령의 평가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거의 예외 없이 현 정부의 정책 가운데 가장 잘못된 분야가 경제 분야이자 '소득주도성장' 정책기조로 꼽히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 인식과는 괴리가 크다.

2019 경제정책 방향도 사실상 올해의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쳇바퀴 계획 성격이 짙다.

‘함께 잘사는 혁신적 포용국가’라고 포장했지만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기존 세 축은 여전히 큰 변화는 없다.

서민.자영업자 지원 강화 등 경제사회적 포용성 강화도 마찬가지다. 문 정부가 추진해오던 ‘J노믹스’의 궤도에서 한치도벗어나지 않은 후속 실행방안들일 뿐이다. 파격적인 규제완화나 인센티브 같은 지원책은 아직 보이질 않는다. 좀 더 대규모적인 산업진흥 전략이 없다.

자동차·조선·디스플레이·석유화학 등 4대 분야 지원책을 이달 중에 마련하고, 4대 신산업을 내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며,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규제를 지속해서 해소하겠다고  했지만, 정책이 다소 파편적이다.
보다 대규모적인 중장기 전략이 나와야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 규제개혁도 이전보다는 훨씬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하는데, 강한 실행력이 담긴 구체적 청사진이 부족하다. 노동시장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개혁할지에 대한 언급도 뚜렷하지 않다.

구체적 성과가 이어져야 최소한의 믿음이 생겨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 투자가 더 가파르게 줄어들고 가계까지 허리띠를 졸라매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특히 최근의 악화 일로 경제상황에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의 보다 확고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애매모호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첫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새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화롭게 고려해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을 뿐이다. 정확한 판단과 요구가 없고, 원칙론의 포괄적 제시에 불과하다. 또한, 대통령이 경제 활력 강화를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선언해야 마땅하지만, 계속 미온적일 뿐이다.

구체적인 정책도 그렇다.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서비스발전기본법 조속 입법, 숙박공유와 카셰어링 등에 관한 규제 해소, 임금 체계를 공공기관부터 연공급 위주에서 직무급 중심으로 전환 등의 방안은 지난 정부에서부터 몇 년째 되풀이되는 정책과제다.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의지가 분명하다면, 이제 노동 시장 개혁·규제 완화 방안에서도 뭔가 가시적 성과가 나와야 한다.

경제 현실에 대한 판단도 그렇다. 문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여러 지표에서 좋은 성과가 있었으나 체감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고 말했다. 불과 5일 전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보고를 받으며 “경제가 엄중하다”고 했던 것과 180도 다르다. 정말 대통령의 생각이 무엇인지 궁금할 정도다.

문 대통령은 또 최저임금 인상 및 주 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해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보완이 필요한지 아닌지 아직 판단하지 못했다’고 읽히는 대목이다. “의지를 갖고 보완하겠다”는 기획재정부의 선명한 발표와도 거리가 있다.

경제 위기 - 대통령 지지율 급락

그런 점에서 정권출범 후 '문재인 경제'의 실상을 다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경제여건이 비교적 괜찮은 편이었음에도 불구, '소득주도'가 평지풍파를 불러왔다. 경제를 ‘사람 중심’으로 이끌기는커녕 오히려 위기로 내몰았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저고용→저투자→저성장'의 악순환을 초래하지 않았다면 성장률이 그토록 낮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비위축과 투자부진으로 연초 3%로 잡았던 올 성장률은 2.6~2.7% 수준까지 뚝 떨어졌고, 일자리는 재난 수준의 결과를 가져왔다. 한때 70%를 넘나들었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5%까지 급락하고 지지기반인 20대 청년과 블루칼라·취약계층이 등을 돌린 것은 피할 수 없는 결과다.

일자리 창출과 가계 소득증대는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였다. 하지만 30만명대의 신규 일자리는 10만명을 갓 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내년도 목표도 15만명 수준일 뿐이다.

가계소득은 일부 높아졌다해도 부익부 빈익빈의 결과를 초래했다.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최저임금의 과속인상이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근로시간을 줄이는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 정책은 추가고용장려금, 내일채움공제 확대 등 기존의 지원정책과 아동안전지킴이, 산림휴양서비스 매니저 등 세금으로 만드는 단기 일자리 확충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했다.

▲ 특히 최근의 악화 일로 경제상황에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의 보다 확고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애매모호하다. 사진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년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하는 문 대통령. ⓒ뉴시스

넘어야 할 산, 기업투자 활성화

실로 중요한 것은 국가경제에서 앞으로의 실질 성과다.

지금 우리는 내부적으로 소비와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으로 외부 환경도 좋지 않은 내우외환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더 큰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투자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가 무엇보다 서둘러야 할 것은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과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개혁이다.

이 두 가지 개혁이 지지부진하면 아무리 투자 활성화를 부르짖어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해 정부가 우선 추진해야 할 정책을 묻는 한국경제연구원 설문에서도 응답자들은 전폭적인 규제 개혁,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업 지원, 노동유연성 확대 순으로 대답했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에서 후순위로 밀린 혁신적 포용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을 두고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다시 반발할지 모른다. 탄력근로제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더 깊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번에 변화된 정책 의지를 되돌린다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는 고사하고 국민과 기업의 신뢰를 잃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경제정책은 일부가 아닌 국민 전체에 희망을 주는 것이 돼야 한다.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이 극심한 공유경제 활성화도 관련 공무원들이 적극 설득해야 한다. 자동차와 조선 수출이 저점을 찍고 증가할 가능성이 지난달 통계상 나타났으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보다 환골탈태의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달라지겠다고 결심한 것이라면 내년 최저임금 두자릿수 인상과 현실에 맞지 않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실감할 수 있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

정부의 대표적인 무리수 정책인 비정규직 제로, 폭력 민노총 과보호, 탈원전 등에서도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당장 7000억원이나 들여 새 원전처럼 만들어 놓고도 가동을 중단시킨 월성 1호기 재가동만 선언해도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기업투자 활성화다. 기업이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 규제혁신을 통해 기존 주력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신산업을 키우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수립, 실행돼야 한다.

저(低)성장 고착화 비상(非常)국면

내년 국가경제 전망은 매우 어둡다. 새해 경제에 대해선 국민 70.9%가 '부정적'이라고 전망할 정도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 설문에서 내년에 우리 경제를 위협할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 것은 '경제성장률 둔화'다. 미국·중국·일본의 성장세 둔화, 통상마찰 심화 등으로 기업 투자 심리가 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세계 경제를 홀로 견인하던 미국 경제가 내년에는 1%대 성장에 머물지 모른다는 전망이 등장하는가 하면, 중국 성장률이 6%에 못 미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그나마 한국 경제를 버텨주던 수출에 짙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정부도 내년엔 한국 경제가 구조적 전환기에 직면해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 혁신 지체 등으로 성장 잠재력이 지속적으로 저하할 것으로 봤다. 내년 성장률은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저성장 고착화를 시사하는 비상(非常) 국면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 경제성장률이 3%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었다. 지금은 2.6~2.7%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1년 동안 0.3~0.4%포인트나 내려갔다.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정도의 격차가 생긴다고 가정하면 실제 성장률은 2.3% 안팎에 그칠 것으로 우려된다.

내년 경제여건은 올해보다 못할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특히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 경제의 호황이 끝나 경기후퇴가 예상된다. 반도체 경기 호황도 끝나가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2.3%에도 못 미칠 위험이 다분하다.

“내년 전망은 올해와 같거나 조금 개선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현한 것”이라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설명은 ‘더 나빠지는 것만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의 다른 표현으로 보인다.

실제, 내년 경제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성장률 눈높이를 낮춘 점이다. 홍 경제부총리는 국회 청문회에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2.8~3%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는 여기에 못 미친다.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불황을 전제로 내년 경제운영의 기본틀을 짰다는 얘기다. 그만큼 내년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장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10.9%나 또 오르고, 주 52시간 근무제를 어긴 사업자에 대해선 사법처리가 가능하다.

정부가 계도기간 연장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장의 혼란은 이미 심각하다. 기업을 옥죄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친(親)노동정책으로 기업 하기가 더 어려워져 해외 이전도 현실화하고 있다.

내수가 갈수록 가라앉고 있는 데다 그동안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마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역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일자리 창출이다. 이른바 ‘일자리 정부’를 자처했지만, 전례없는 고용참사만 초래했으며, 이런 추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예비 취업자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을 따름이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겠다는 정책 추진으로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만 초래했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는 방향으로 이미 정해져 있어 내년에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고충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내년 한 해를 어떻게 버티게 할 것인지,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 방책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집권 중반기 마지막 기회

여건이 어려워도 정부가 대처를 잘하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어떤 정권도 경제와 민생에 실패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문재인 정권도 지지율 하락 추세를 뒤집지 못하면 집권 중반기 국정운영이 쉽지 않다. 잘못된 수단은 과감하게 보완해 경제의 걸림돌을 없애야 한다.

새해는 진정으로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딛고 새롭게 도약하는 원년으로 자리매김되도록 하는 것이 국민적 염원일 것이다. 내년에는 한국경제가 대내외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도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경제를 관리해야 한다. 계획했던 일은 차질없이 실행해야 하고, 부족한 것은 더 채워야 한다. 필요하면 좀 더 과감한 정책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계획이 아니라 실천이다.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려면 기업들이 왜 투자를 꺼리는지, 정확한 진단과 대책이 수반돼야 한다. 정부가 규제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기업들이 느끼는 규제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

우리 경제가 내년에도 침체의 길을 걸을지, 아니면 정부가 발표한 대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실질적 처방여부가 역시 관건이다. ‘질보다 양’ 식으로 정책을 홍보하기보다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국가 경제 전체의 활력을 위한 일련의 조치들에 대해 기업만 혜택을 본다며 반대하는 일부 시민단체, 강성 노동세력 등도 존재한다. 이런 반대 목소리를 어떻게 설득하고 극복하느냐도 아직 핵심 과제다.
이번 내년도 경제정책 회의가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라고 성급하게 해석하는 시각도 있지만, 고용·투자 현장에서 노동 시장 개혁 또는 규제 완화라는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야만 비로소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규제 혁신과 노동시장 유연화에 매달리겠다는 메시지를 한층 선명히 해야 할 때다. 불법을 저지르는 노조는 단호하게 조치하고, 발등의 불인 최저임금은 지역별·규모별로 차등 적용하겠다는 의지 또한 확실히 밝혀야 마땅하다.

경제가 위중한데 말로만 신호를 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내년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구체적 성과를 내도록 현장에서 실천하는 자세가 관건이다. 대증(對症)요법을 넘어 근원적 대책도 시급히 내놔야 한다. 친시장·친기업 정책으로의 실사구시적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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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2018-12-22 12:40:56
https://okatom.org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범국민 서명 운동. 지지 서명 부탁드립니다. 원전은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가 없이, 40년간 3조kwh 이상의 전기른 싼값에 안정적으로 공급하여, 대한민국 경제발전과 국민건강에 크게 기여해온 클린에너지 입니다. 또한 현존하는 기술중, 지구온난화 방지에 가장 좋은 에너지입니다. 에너지 95%를 수입하는 수출주도형 경제를 갖는 대한민국에서 탈원전하면 나라 망합니다! 꼭 서명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신차 2018-12-22 11:27:32
이글에 많은 부분에서 공감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말 좋은 생각인건 분명합니다.서민들이 기업으로부터 많은 월급을 받고 또 그것을 소비함으로써 경제를 이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많은 부작용이 발생..왜냐하면 재정자원이 한정적이고 소득주도 문케어 쪽으로 자원을 투입하니 기업들에게서 약가를 깍고, 투자를 적어지게되고 규제를 가하고 기업들이 힘드니 일자리가 없고..규제에 해외로 공장을 옮기고
제약바이오만 봐도 약가우대받을려면 해외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면 국내기업 조차 코리아 패싱하게 되지않을까, 제조업도 해외에 공장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