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키워드/건설] '당근과 채찍'…위기 속 절박함 드러난 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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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키워드/건설] '당근과 채찍'…위기 속 절박함 드러난 신년사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1.03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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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2019년 기해년이 밝았다. 새해를 맞은 건설사 CEO들은 일제히 신년사를 통해 자신들이 한 해 동안 어떤 경영전략을 펼칠 것임을 시사했다. <시사오늘>은 5대 건설사(시공능력평가 기준) CEO들의 평범한 신년사 속에 숨어있는 의미를 짚고, 이들의 2019년 행보를 전망해 봤다.

▲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등 국내 5대 대형 건설업체(시공능력평가 기준)들은 2019년 새해 어떤 행보를 보일까 ⓒ 시사오늘

삼성물산 이영호, '합리성 강조'…추가 구조조정 가능성↑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내고 기술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새해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프로젝트와 엔지니어가 중심이 되는 회사로 지속적으로 변모하고, 모든 임직원이 기술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정작 눈에 띄는 건 그 다음 단락이었다. 이 사장은 "냉정하고 입체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사업 체계를 정비해 업무 객관성과 합리성을 도모하고 경쟁 우위를 창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말 만 4년 이상 근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바 있다. 이 가운데 냉정하게 사업 체계를 정비해 합리성을 도모하겠다는 이 사장의 발언은 아직 인력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암시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상당해 보인다.

현대건설 정진행, '명가재건 방점·소통문화 초점'…투톱 체제 안정화 포석

현대건설의 올해 신년사는 박동욱 사장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온 정진행 부회장이 맡았다. 정 부회장은 이날 서울 종로 사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건설명가의 재건과 소통문화의 확립을 강조했다.

그는 "현대건설의 강한 프라이드와 불굴의 개척정신으로 과거 명성과 시장 1위 자리를 되찾는 게 우리 모두의 과제"라며 "힘을 합치려면 원활한 소통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현재 회사가 자신과 박동욱 사장 투톱 체제로 운영되고 있음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명가재건이라는 초심을 들어 어수선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동시에 소통문화를 앞세워 결집력 재강화를 주문한 것이다. "내 일 남일 구분 짓지 말라"는 일성은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대림산업 김상우, '현금창출·용인한숲시티 거론'…강한 채찍질

대림산업은 석유화학사업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상우 사장이 대표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건설부문 대표이사 박상신 부사장은 따로 신년사를 내지 않았다. 김 사장의 신년사는 당근이 아니라 강한 채찍질이었다.

김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실적부진을 질타하듯 이례적으로 '현금창출능력 제고'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현금 창출 능력이야말로 미래 성장의 한계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모든 의사결정은 현금 흐름을 중심으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한숨시티'라는 오명을 얻을 정도로 대림산업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를 신년사 말미에 거론하기도 했다. "출발부터 어려운 사업이었지만 임직원들의 놀라운 열정으로 위기를 탈출할 수 있었다", 겉으로는 당근처럼 보이지만 경각심을 불어넣는 언중유골로 풀이된다.

▲ (위, 왼쪽부터)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김상우 대림산업 사장, (아래, 왼쪽부터) 김형 대우건설 사장, 임병용 GS건설 사장 ⓒ 각 사(社) 제공, 뉴시스

대우건설 김형, '지속성장 위한 골든타임'…매각 위한 골든타임?

김형 대우건설 사장은 지난 2일 회사 로비에서 출근길 임직원들에게 떡이 담긴 복주머니를 전달하는 것으로 2019년 시무식을 대신했다. 임직원들과의 직접적인 스킨십을 통해 소통을 강조한 이색 시무식을 치른 셈이다. 하지만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신년사는 다소 궤가 달랐다.

김 사장은 △중장기 전략 이행 △임직원 간 소통 강화 △정도경영의 실현 등 2019년 3가지 당부 사항을 제시하면서 "올해는 회사의 지속성장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업계에서는 '임직원 간 소통 강화'는 신년사 단골 멘트고, 주목해야 할 내용은 '중장기 전략 이행'과 '정도경영의 실현'이라는 게 중론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대우건설은 다른 대형 건설사들과 비교했을 때 2배 가량 많은 빚(2018년 9월 기준 2조1606억 원)을 지고 있다. 또한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금품을 살포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 입장에서 모두 매각에 장애가 되는 것들이다.

GS건설 임병용, '클린 수주·안전·고객' 강조할 듯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5대 대형 건설사(시공능력평가 기준) 중 유일하게 아직 신년사를 내놓지 않고 있다. 회사 신년모임이 오는 14일로 예정된 만큼, 신년사도 그때를 전후로 공개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임 사장이 '클린 수주', '안전', '고객'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클린 수주는 임 사장의 공(功)이자, 과(過)다. 주택시장 소비자들에게 깨끗한 이미지를 심어줌과 동시에 과도한 출혈경쟁과 관계당국의 수사망으로부터 피하는 효과를 얻었지만, 일선현장 임직원들은 애로사항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또한 다른 업체의 불법행위를 제보해 동종업계에서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임 사장 성격상 클린 수주의 성과를 다시 한 번 과시하며 정면돌파할 공산이 커 보인다.

또한 안전도 신년사에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임 사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안전을 유독 강조했지만 정작 GS건설은 그해 GS포천그린에너지 폭발사고, 서초무지개 재건축 현장 사망사고, 서부간선도로 사고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아울러, 포항자이 하자보수 처리 과정에서 '미친 강성' 논란이 불거져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만큼, 고객과의 소통을 언급해 경각심을 심어줄 것으로 보인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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