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총선 청년 진출 쾌거 이루는 새판짜기 구심점 될까
˝호랑이 그리려다 고양이 그리는 격 될 수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바른미래당의 살길은 ‘청년’에 있다. 구체적으로 ‘청년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새판 짜기’에 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이라는 양당 회귀론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바른미래당을 떠날 사람들은 있겠지만 남아서 끝까지 해보려는 정치인들의 고군분투 또한 2020 총선을 앞두고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맨땅에서부터 다시 써 나가야 하는 외로운 정치역정의 막은 오른 거나 마찬가지다. 그 길 끝에 쟁취하려면 굳은 의지와 각오가 남달라야 할 것이다.
어쩌면 젊은 피의 수혈이 대안일 수 있다. 손학규, 박주선, 정병국, 하태경, 이준석, 김수민 등 청년 정치인들의 진입로를 넓히려고 애썼던 선배 정치인들이 어벤저스팀(최강 조합)을 결성하고, 안철수 유승민 등판이 구심점이 돼준다면, 가능하지 않을 일인 것만도 아니다. 청년 정치인 시대의 서막이 본격 오를까. ‘취재일기’를 통해 가늠해봤다.
지난 26일 KBS1 <신년대토론회> 시민과 정치 토론회 현장. 방청석의 한 청년 패널로부터 이런 말이 들렸다. 지금의 나이 든 정치인들은 절실함이 없다고. 청년들이 처한 절실함을 제대로 아는 정치인들이 그만큼 보기 드물다는 경종의 메시지였다.
맞는 말이다. 국회에는 등 따시고 배부른 정치인들이 너무 많다. 그러니 딴 세상 얘기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내부고발 저의를 문제 삼으며 “대학 입학 후 10년 만에 행정직 공무원이 됐다. 고시 기간이 긴 편”이라고 조소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전국 공시생만 50만 명에 육박하는 대한민국에서 높은 경쟁률에 치이는 청년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내몰린다. 월 기백만 원대가 소요되는 고시 생활은 달리 말하면 가족들에게 미안한 실업자 기간이기도 하다. 수년간 고배를 마시다 불가피하게 진로를 트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런 상황에서 들려온 것은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및 민주노총 채용비리 의혹 등 신고용세 습 문제였다. 어디 그뿐인가. 문재인 대통령 팬카페 리더가 코레일 사외이사가 되고,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따져보니 365일 하루 한 명꼴이었다는 혹평도 들려왔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얼마 전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를 꼬집으며 과거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관련 강원랜드 채용비리가 있었듯 “정부와 여권 또한 신 적폐의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2018년 9월 분석 기준) 공공기관 310개 기관의 총 임원 수가 2750명이다. 이중 문재인 정부 들어와 임명된 인원이 1533명이고, 그중 24%인 363명이 캠코더 낙하산 인사”라고 지목했다.
때로는 우리나라 고용지표 현실과 대비를 이루며 뚜렷한 명암을 남기는 모습이다. 이달 20일 고용행정통계 발표 결과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은 6조 7000억 원으로 2008년 실업 규모 통계 작성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도 실업자 숫자도 107만 3000명으로 연간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저소득계층 및 청년 실업 문제는 재난 수준에 가깝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구하기 어렵다는 대학생의 푸념도 적잖았다. 단적으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동연 학생(남)은 몇 달 전 <시사오늘>과의 대화에서 정부의 남북 관계 개선에는 긍정 평가를 보내면서도 “단순히 제 시각에서 보면 정부가 진짜 일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주변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아르바이트 찾기가 힘들다. 어려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일련의 대비되는 현상은 부조리한 이면을 더욱 부각시키며 청년들의 희망을 빼앗는 격이라는 일갈도 제기됐다. 관련해 청년정치크루 이동수 대표는 작년 10월 통화에서 “청년들이 우리 사회에 절망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공정한 경쟁의 기본 수칙마저 안 지켜질 때이다. 불공정한 채용 과정이나 그런 문화나 분위기가 오히려 청년들의 근로 의욕, 취업 의지를 꺾는 데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여야 막론하고 고용세습 문제 등은 털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울림을 줬다.
더불어민주당 심기준 의원은 작년 11월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취업문제가 이렇게나 심각한 데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다른 무엇보다 청년들한테 희망을 뺏고 좌절감을 주는 건 방치해서는 안 된다. 고용세습 채용비리 전수조사 싹 해야 한다. 모조리 골라내 발본색원해야 한다. 만일 하나라도 밝혀지는 것이 있다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혀 공감을 자아낸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청년들은 왜 분노하지 않는가”라는 물음도 던져졌다. 근래 만난 한 정치평론가는 “과거 민주화운동을 하며 저항했던 청년들과 달리 요즘 청년들은 실업률은 악화일로인데 반해 고용세습 등 엽관제는 만연한 사회를 목도하면서도 좀처럼 문제 제기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며 청년들의 무기력한 모습에 씁쓸해했다.
하지만 모 대학에 재학 중이라는 박영락(남·25)군은 그 시대와는 처한 현실이 다르다는 견해도 내비쳤다.
박 군은 2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제가 생각할 때는 옛날에는 눈에 보이는 부당함이 컸다면 민주주의 사회인 지금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분산돼 거꾸로 작아진 경향이 된 것도 원인인 듯 보인다”고 짐작했다. 박 군은 “게다가 60,70년 때는 절대적 빈곤률이 높은 데 비해 상대적 기회는 많았다. 반면 현 사회는 과거에 비해 절대적으로 잘 먹고 잘 살지만 상대적으로 기회가 줄고 팍팍해졌다”며 “청년들 본인 삶 자체가 힘들고 다들 공부에 치우쳐 상향평준화 되다보니 고용세습 등 그른 것을 보더라도 감내하면서 본인 일만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사실 옳지 않은 것임에도 정부는 그것이 그르다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지 않느냐”며 “아마 (문재인) 대통령과 청년들이 이 문제에 대해 한 시간 간담회를 한다 해도 캠코더 인사 등 정책 자체가 잘못됐는데 제대로 된 답변이 나올까 의문이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라고 회의적 시각을 보내왔다.
이처럼 무기력한 목소리가 들리는 와중에도 역설적이지만,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청년 정치인이 많이 배출돼서 직접 그들이 처한 현실과 고통과 절박함과 필요성을 세밀히 분석해 그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각성이 필요할 때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고, 설렁설렁 대충대충 넘어가려는 기성 정치인들 갖고는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걸친 난제들을 풀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정치판을 새 물결로 바꾸려는 바른미래당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 당은 지리멸렬한 지지율과 결국 양당제로 회귀되고 말거라는 당 안팎의 우려에도 청년들의 정치 진입로를 넓히기 위해 다각도 모색을 강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손학규 대표가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다당제로의 기틀 마련에 진력 중이다. <시사오늘>과도 인터뷰한 박주선 의원도 새싹론을 제시하며 젊은 정치인들의 출현을 독려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정병국 의원도 지난달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국회의원 300명 중 50명은 청년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며 “청년 정치인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정치 플랫폼인 블록체인 정당 시스템 구상에 몰두 중”이라고 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성 제도권에서 아무리 뭘 만들어도 한계가 있다. 신기술, 트렌드를 주도할 청년들이 나서 자신들을 위한 정책을 직접 생산해야 국가도 발전하고, 청년 전체의 비전도 마련된다”고 피력했다.
당내 행동대장 격인 하태경 의원과 이준석 최고위원, 그리고 김수민 의원 등은 청년 토론 배틀, 청년비전위원회, 청년 정치학교 등 다양한 활로를 통해 청년들과 소통하며, 담론 형성 및 정책 생산을 하는 한편 김홍균·김현동군 청년대변인 영입 같은 청년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바른미래당 창당 주역인 안철수 유승민 등판론이 불거지고 있는 점은 새로운 기대를 걸게끔 한다. 유 전 대표는 이미 정치 재개를 표하며 다음 달 8~9일 경기 양평에서 열리는 당 연찬회에 참석해 공식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그는 지난 24일 바른정당 창당 2주년을 기념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죽음의 계곡에서 모진 풍파를 맞고 있지만, 아직도 함께하는 동지들이 꿈과 의지를 버리지 않는다면 언젠가 희망의 새봄이 올 거라고 확신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독일에서 유학 중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대표 역시 조귀 복귀론이 예상되며 아내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안식년이 끝나는 올 8월 귀국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손 대표도 지난 23일 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안 전 대표가 내년 총선 전에는 돌아와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직 총선이 1년 넘게 남아 있으니 충분히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안 전 대표는 청년 멘토로 익히 유명하다.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치를 하게 됐다고 누차 강조해왔다. 유 전 대표도 대학 강연 등을 통해 청년들과의 교감을 중요시하는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이들이 등판해 청년 정치 시대의 개막을 성공적으로 여는 구심점 역할을 해줄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과연 청년 정치인 육성에 노력해온 ‘손학규, 박주선, 정병국, 하태경, 이준석, 김수민’ 등과 어벤저스를 이뤄 내년 총선에서 실제 젊은 정치인이 대거 국회에 진출하는 쾌거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이준석 최고위원은 그 가능성에 대해 2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현재 어떤 입장인지는 모르지만, 유승민 전 대표의 경우는 청년 이슈나 문제에 대해 많이 챙기고 소통하고 생각이 많은 줄 안다”며 “향후 연찬회 등을 통해 당내 노선을 정리하고 당력을 모아 청년 정치인들과 함께 2020 총선을 차별화 있게 준비한다면 가능성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 최고위원은 “실제 우리가 영입했던 청년 인재들과 토론 배틀 등을 보면 다른 당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평이 굉장히 좋다”며 “앞으로는 이를 더 특화시켜 정치 문화를 바꾸고, 공천제도를 개선해 청년 정치인들의 진입 장벽을 낮춰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벽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전문가의 관측도 제기됐다.
김행 위키트리 부회장은 통화에서 “호랑이 그리려다 고양이 그리는 격이 될 수 있다”며 “(안철수 유승민) 두 리더가 희망을 별로 주지 못하고 있는 데다 2030 청년층은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지,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부회장은 “정당을 옛날에 무리 도(徒)자 써서 도당이라고도 했다. 그만큼 도당의 성격이 강하다. 도당에서는 당수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정당 민주주의에서는 정당의 대표, 리더 급의 정치 지도자 비중이 굉장히 크다는 말”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안철수 유승민) 두 리더가 차세대 정치 인재 육성을 논할 수 있는 지도자 위치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미 그들도 ‘영 제너레이션’의 ‘영 리더’가 아니다. 한때는 제3의 물결을 높이 평가한 적이 있지만 그건 차세대를 부르짖는 리더가 굉장한 카리스마와 대중적 지지도가 있어야 할 때”라며 “그 점에서 두 사람은 너무 많은 점수를 까먹었다”고 평가했다. 또 당 내 여타 인사들의 역량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이 청년 정치로의 돌파구 마련은 어렵고 종국엔 “양당의 구심점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거기 들어가던지 소멸되던지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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