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SJ푸드 고성배 대표이사
빚만 들고 시작…10년만에 매출 6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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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SJ푸드 고성배 대표이사
빚만 들고 시작…10년만에 매출 60억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1.04.28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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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신화 쓰는 식품업계 ‘미다스의 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얼마 전 개인 일로 죽전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을 찾은 적이 있다. 백화점을 가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식품매장. 그 날도 어김없이 지하 1층으로 향했다. 초밥 돈까스 샐러드 케익 각종 음식의 홍수 속에서 특히 구미가 당기는 것은 떡볶이와 튀김이었다. 헌데 떡볶이를 먹으러 간 코너에서 찬찬히 살펴보니 순대와 족발은 또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뭘 먹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에 알게 된 이름. ‘돼지를 삶는 집’이란 뜻의 ‘돈자당(豚煮堂)’이었다. 순대 족발 편육 등 한식을 깨끗한 이미지로 연출해 젊은 여성의 발길을 잡기에도 충분했던 먹거리는 알고 보니 젊은 대표이사의 작품이었다. 

매출 60억 회사의 젊은 대표 고성배

일찍이 축산물 가공업에 뛰어들어 서른여섯의 나이에 매출 60억 규모 회사의 대표로 있는 고성배 사장.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게 됐는지가 궁금했다.

▲ (주)SJ푸드 대표이사 고성배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일을 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이 분야에 30년 정도 계셨어요. 백화점 분식코너에 개인사업자로 계셨죠. IMF때는 많이 어려워서 가세가 기울었습니다. 집안 가업이라 일으켜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죠. 또 이 분야가 아직 크지 않아 블루오션일수도 있겠다 생각했구요. 사실 20대에는 무조건 사업을 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외가 친가 어른들이 다 사업을 하셔서 그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그러나 당시 어머니께서는 고 사장의 결정에 절대 반대를 하셨다고 한다. “사업 하겠다고 할 때 제일 반대하셨던 분이 어머니입니다. 지금은 말이 좋아 축산물 가공업이지 당시 어른들 생각에는 3d업종이었거든요. 무척 힘든 직업이니까요. 그래서 저희 어머니도 반대하셨죠. 아들이 대학 졸업 잘 해서 넥타이 매고 출근하는걸 보고 싶으셨을 거에요. 그래도 지금은 회사를 이만큼 키워오니 능력을 인정해 주십니다.”

고성배 사장은 2002년 어머니 사업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면서 성지식품(주)으로 사업을 전환했다. 그후 2년 뒤에는 (주)SJ푸드를 설립하고 체계적인 사업구분에 나섰다. 모기업인 성지식품은 제조를 담당하고, SJ푸드는 유통을 담당한다. 현재는 인력을 공급하는 SJ MD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돈자당은 성지식품과 SJ푸드의 통합브랜드로 현대·신세계·롯데 백화점과 이마트에 25개의 직영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대학에서 국제경영을 전공하면서 교수님들께 많이 배웠던 것이 산업유통의 전?후방통합 입니다. 제조부터 유통 혹은 소매까지 담당하는 사업개편이죠. 그래서 소매업만 하시던 어머니께 제조업을 권유했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결과 당시 연 매출 1억 원이었던 회사를 10년 만에 60억 원 까지 끌어올렸죠. 또 지난해 11월에는 성지식품 제조공장을 신규시설로 이전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있던 공장은 원료를 전처리(가공 전 물체의 오물 등을 완전히 제거하는 작업)하는 업체로 수리중입니다. 밑에 단계를 하나 더 만드는 거죠. 원재료부터 제조 유통 소매까지 함께 작업하는 수직 계열화 형태의 시너지효과가 굉장히 큽니다.”

이는 최근 구제역 사태로 어려움이 있을 때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10년만에 찾아온 구제역으로 업계에서는 축산업을 20년~30년 하신 분들도 많이 힘들어하시고 실제 문을 닫은 업체들도 많았습니다. 그때 우리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수직계열화가 갖춰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학부시절 익힌 이론이 아무리 좋아도 실무에 적용하기는 쉽지만은 않다. 결단력과 추진력, 그리고 이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용기가 필요 하다. 사업을 확장시키기 위한 고 사장의 이러한 용기는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도 큰 역할을 했다. IMF이후 사업을 시작한 터라 재정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젊은 투지와 용기, 젊은 아이디어로 회사 이끌어…

“2002년 제조업을 시작하면서 돈이 없어서 어려웠어요. 물건을 사서 제조하고 판매할 때까지 공백 시간을 버틸 자금이 없는 거에요. 또 IMF때 누적된 부채도 있구요. 그래도 어떡합니까. 할 수 있는건 하나죠. 거래처 사장님들을 하나하나 찾아갔습니다. 부채가 있는 분도 부딪혔습니다. 당시 27살의 젊은이가 보기에 그분들은 상당히 부자였고 저한테 돈 못 받아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었죠. 그분들에게 가서 제가 해보려고 하니 도와 달라고 했습니다. ‘물건을 주셔야 제가 더 열심히 해서 이익을 낼 수 있고, 그래야 돈을 드릴 수 있는 것이지 지금 없는 상황에서는 사장님도 받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마음을 보여줬죠. 모두들 도와주셨습니다. 20대가 이 업계에서 열심히 하려고 하는 모습이 좋아보이셨나 봐요.”

▲ (주)SJ푸드 대표이사 고성배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당시 고 사장을 도와준 대부분의 사장님들이 아직도 거래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젊은이다운 투지와 용기가 지금의 성지식품을 있게 했다. 이제 고 사장은 젊은 아이디어로 해당 업계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는 식품의 레시피를 만드는 작업에 한창이다.

“1세대들은 장인정신 갖고 가족에게 하듯 정성을 다해왔습니다. 물론 그 기본은 너무 좋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있죠. 위생 개념이 현대와 다르고 무엇보다 식품의 매뉴얼이 없는 게 큰 문제입니다. 한식 세계화의 큰 걸림돌이 되죠. 예전에는 레시피도 없고 있어봐야 ‘맛소금 약간’, ‘설탕 많이’ 등 기준이 명확하지가 않았잖아요. 저는 보쌈, 족발 등 음식에 어머니가 하셨던 원천기술을 토대로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을 몇 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또 5월까지는 새로 이전한 성지공장 쪽으로 사무실을 모을 방안이다. 추후에는 세 개의 회사를 통합시킬 예정이다. 고 사장은 사무실 이전 작업이 정리가 되면 앞으로 소매 부문 사업을 강화시키겠다고 한다.
“프랜차이즈로 돈자당의 브랜드를 확산시키고 패밀리레스토랑 형태의 식당도 운영하면 좋을 것 같아요. 단순 축산물 가공품이 아니라 돼지고기를 이용한 요리를 전문적으로 파는 레스토랑이죠.”

이러한 계획 뒤에 회사 성장을 위해 고심하는 고 사장의 마음이 비쳤다. “고민이에요. 조직은 커가는데 제가 사회 경험도 부족하고 조직에 해줄 수 있는 게 많지가 않습니다. 지금도 제가 대표이긴 하지만 저보다 더 대표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제가 그 분 참모로 있을 의향이 충분히 있습니다. 꼭 제가 사장을 할 필요는 없잖아요. 지금까지 사장이 아니라 조직을 끌고 갈 사람이 필요했다면 지금부터는 업무를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고 사장이 인수합병(M&A)을 생각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시장논리에서 앞으로 덩치 큰 기업과 싸우려면 작은 기업끼리 힘을 합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좀 더 큰 회사에 인수합병 할 의사도 충분히 있습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SJ MD도 고 사장 자신이 인사노무에 취약함을 인정하고 아웃소싱을 전문으로 하신 분과 법인을 설립한 것이다. 사실 회사의 대표 입장에서는 현상유지만 해도 부족하지 않게 생활할 수 있다. 그러나 고 사장은 기업이 현재에 안주하는 것은 직원들에게 누를 끼치는 일 이라고 말한다. 직원들이 실력발휘를 할 수 있도록 회사를 함께 성장시키는 것이 직원에 대한 도리라는 것이 고 사장의 말이다.

“큰 일을 해보고 싶다”며 큰 기업을 꿈꾸고 언젠가는 정치를 하고 싶다는 고 사장. 똑똑하게 기업을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거대기업일 수 있는 국가의 경영도 현명하게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SJ푸드 대표이사 고성배
- 1976년 1월 25일 전북 김제 출생
- 1993년 서울 인헌 고등학교 졸업
- 1995년 경희대학교 국제경영학부 입학
- 2000년 ~ 2002년 ㈜에프엠커뮤니케이션 프로모션팀 근무
- 2002년 ~ 현재 성지식품㈜ 이사 재직중
- 2004년 ~ 현재 ㈜에스제이푸드 회사 설립 및 대표이사 재직 중
- 2005년 백화점 입점 델리 브랜드 돈자당(豚煮當) 런칭
-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이마트에 돈자당 브랜드로 25개 매장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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