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窓] 난향(蘭香)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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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窓] 난향(蘭香)을 기다리며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2.08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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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창으로 비쳐 드는 햇살에 금빛 미소를 머금는 난초 한 분(盆). 지금 나에게 와 보금자리를 튼 난초는 지인이 준 선물이다. 그동안 쌓은 도타운 정을 잊지 않고 오래도록 이어 가자는 마음의 표시임을 나는 잘 안다. 그러기에 하루빨리 꽃대가 오르고 그 지향의 끝에서 난향(蘭香)이 번져 나기를 손꼽아 기다려 보는 것이다.  

▲ 난초는 마음이 통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기에 알맞다. 친분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낯선 이웃에게도 난초 한 분쯤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지녀 봤으면 좋겠다. ⓒ 인터넷커뮤니티

“믿음을 버리지 않고 정성을 쏟으면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다”는 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난 화분에 물을 주며 내일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꽃으로 피어나기를 빌어 본다. 개화는 결실을 위한 몸짓이요 새로운 세계를 여는 움직임이다.

난초를 대하면서 사람살이의 정도(正道)를 생각해 보는 것은 살아가는 데 소중한 자산이 될 듯하다. 오랜 시간 기다리며 정성을 쏟아야 꽃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서 세상사 이치를 체감하기도 한다. 어쩌면 기다림과 정성이 더해짐으로써 난초가 지닌 소통의 에너지가 꽃으로 발현되는지도 모른다.

난초는 마음이 통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기에 알맞다. 친분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낯선 이웃에게도 난초 한 분쯤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지녀 봤으면 좋겠다. 난초를 주고받으며 웃을 수 있고 정을 쌓아 갈 수 있다면 더없는 기쁨이 될 것이다. 난초를 통한 소통과 교류는 자기 발전의 자양분임에 틀림이 없다.

갓난아기의 볼우물에 터지는 웃음은 막 벙그러지는 난초 꽃을 닮았다. 아기의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기들이 잠을 자다 배시시 웃는 것은 천상의 꽃밭에서 신나게 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갓난아기는 몸과 마음이 깨끗해 순진무구(純眞無垢) 그 자체다. 아기의, 난초의 순진무구를 닮아볼 일이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사람구실 하기가 쉽지 않은 요즘이다. 상처를 주고받으며 눈물을 짜내는 비정상의 관계가 일상이 돼 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일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혼자만의 억측은 아니리라. 난초가 지닌 소통의 에너지를 체득할 수는 없을까. 자주 웃을 수 있는 마음의 눈을 틔워 갔으면 좋겠다. 

난초를 가까이 대하고 있으면 웃음 지을 수 있어 좋다. 난 화분에는 선물하는 이의 애정과 배려가 배어 있기 때문이다. 웃음이 주는 효과는 대단하다. 웃음이 많은 낙천가는 많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번 웃으면 5분 운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고, 쾌활하게 웃을 때는 우리 몸속 650개 근육 가운데 231개가 움직인다고 한다. 그래서 웃을 바에야 크게 웃는 것이 좋다. 

우정(友情)이 깊은 사귐을 두고 금란지교(金蘭之交)라 한다. 금란지교는 ‘두 사람이 마음을 하나로 하면 그 날카로움이 쇠를 끊고, 하나 된 마음으로 말하면 그 향기가 난초의 향과 같다’는 의미다. 마음이 맞고 교분(交分)이 두터우면 천하무적이다. 난향과 같은 진한 우정을 쌓아 갔으면 좋겠다. 

거친 바람이 여린 잎을 침범하려 해도 난초는 꽃을 피울 것이다. 비바람 속에 피어난 꽃의 향기는 오래간다. 내적 강인함에서 번져 나오는 품격이라고 할까. 난 화분에 꽃대가 쑥 오르고 그 지향의 끝에서 난향이 은은히 번져 나기를 손꼽아 기다려 본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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