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북한 근로자에게도 최저임금 8350원을 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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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북한 근로자에게도 최저임금 8350원을 줘야 할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2.18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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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현실적 이유로 국내법 적용 안 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났다. ⓒ뉴시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남북 경제협력사업 재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2016년 2월 10일자로 폐쇄된 후 3년 넘게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 재가동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는데요. 개성공단이 대표적인 ‘성공한 남북 경협 사례’로 꼽히는 만큼,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재가동이 이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개성공단 노동자들에게도 우리나라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인데요. 지난 10일에는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이 “헌법상 북한 노동자는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죠.

이 최고위원의 논리에는 상당히 합리적인 면이 있습니다. 이 최고위원 말대로, 대한민국 헌법 제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돼있습니다. 한반도라 함은 휴전선 이북 지역, 그러니까 북한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헌법에 따르면 북한도 우리 땅,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 되는 거죠.

그리고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최저임금법이 적용되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규정합니다. 즉, 헌법과 근로기준법을 종합하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도 우리나라 최저임금 8350원(2019년 기준)을 지급받아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개성공단기업협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개성공단 근로자의 법정 최저임금은 월 74달러(한화 8만3500원가량), 평균임금은 180~190달러(한화 20만 원가량)에 불과합니다. 이 최고위원이 개성공단을 ‘반헌법적·반인륜적’이라고 비판한 이유가 여기 있죠. 헌법상으로는 엄연한 대한민국 땅인 북한에서 근로함에도, 시급 8350원이라는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딜레마를 정부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요. 정부는 ‘현실적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시사오늘>이 ‘개성공단 근로자에게도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느냐’고 문의한 데 대해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국내법의 효력이 북측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며 “따라서 개성공단에 설립된 북측 법인이나 근로자에게 남한의 노동관계법이 직접 적용될 수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무엇보다 북한은 1991년 UN에 남한과 동시 가입하면서 국제법상으로도 국가 지위를 인정받은 상황입니다. 헌법과 무관하게, 현실적으로는 국내법을 북한에 적용하기 어렵죠. 때문에 도회근 울산대 법과대학 교수는 지난해 5월 법무부가 주최한 ‘4·27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법적과제’ 세미나에서 “헌법 제3조에서 말하는 영토조항은 통일 한국의 영토를 규정한 것으로 미래지향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요컨대 북한은 우리 헌법상으로는 대한민국 영토에 속하지만, 국제법상으로는 별개 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데다 현실적으로 국내법 적용이 어려워 개성공단에는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측면이 있고, 이 최고위원 주장처럼 위헌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이유로 학계에서는 헌법 제3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4·27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법적과제’에 참석한 법무법인 지평의 임성택 대표변호사는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는 견해를 바꿔야 한다”며 “북한을 공존의 대상으로 보고 헌법 개정 또는 법 해석 변경,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정주백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은 정치가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활로를 개척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북한을 수복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헌법 제3조가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고 지적했죠. 헌법 제3조가 개정되지 않는 이상, 북한과의 경제 협력 사업 때마다 ‘위헌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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