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窓] 담장 허물기와 상생(相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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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窓] 담장 허물기와 상생(相生)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2.19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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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학교와 어린이대공원이 담장을 허물고 아름다운 변신을 했다. 높은 담으로 둘러쳐졌던 수년 전의 교정과 공원이 지역주민들 품으로 다가온 것이다. 담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공간을 막기 위해 흙이나 돌, 벽돌 등으로 쌓아 올린 것’이다. 외부로부터 오는 적이나 위협을 막기 위해 더 높고 튼튼한 담이 필요했던 것이다.

‘담을 쌓는다’는 말은 ‘들어오지 말라’는 의미와 함께 ‘교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相生)의 삶이 강조되는 요즈음, 담이 반드시 필요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학교와 어린이대공원의 변신은 그러한 사고의 전환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서로 간에 벽이 없어지고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소통의 문화가 꽃필 것은 당연하다. 

▲ '담 허물기는 또 다른 발전적 건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담은 달리 생각해 보면 우리가 하나씩 쌓아온 마음속 불신의 벽인지도 모른다. 열린 공간, 열린 마음은 우리가 지향해 가야 할 생활 속 미덕이 아닐까. ⓒ 인터넷커뮤니티

담을 허문 뒤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의 경우 방문객이 늘었다고 한다. 시민의 품으로 더 가까이 다가섰기 때문이다.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와 소통이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수목이 주는 싱그러움을 만끽하며 마음을 풀어놓는다. 끝내 풀어내지 못한 마음의 티끌도 이곳에선 한순간 사라진다.

‘담 허물기는 또 다른 발전적 건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담은 달리 생각해 보면 우리가 하나씩 쌓아온 마음속 불신의 벽인지도 모른다. 이웃을 의심하고 적대시하지는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또한 담 허물기는 더불어 살겠다는 상생의 의미를 담고 있다. 열린 공간, 열린 마음은 우리가 지향해 가야 할 생활 속 미덕이 아닐까.

일사일촌(一社一村) 결연, ‘1현장 1이웃 맺기’ 운동이 수년 동안 지속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상생 나눔의 문화가 확산됐다. 기업이 농촌마을과 자매결연을 해 도시와 농촌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외 건설현장에서 인근 사회복지기관과 연계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땀 흘리지 않고 얻은 돈은 화(禍)를 부른다. 복권 당첨으로 거액을 거머쥐어 하루아침에 인생이 뒤바뀐 사람들이 불행한 삶을 산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영국의 칼리 로저스는 복권에 당첨된 후 달라진 자신의 삶에 대해 고백한 바 있다. 로저스는 16세의 나이에 우리 돈 28억원의 복권에 당첨됐는데, 10년 후인 2013년에 340만원 정도의 금액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파티, 쇼핑, 성형수술 등에 돈을 소비했으며 심지어 마약까지 했었다고 털어놨다. 2002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에 사는 잭 위태커는 당시 4000억원의 복권 당첨금을 받았지만 행복하지 못했다. 엄청난 돈을 도난당하고 자신의 딸과 손녀딸이 숨지는 등 온갖 궂은일을 당한 끝에 빈털터리가 됐다.

세계적인 거부(巨富)인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이웃을 위해 많은 돈을 쓰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돈이 복(福)을 짓는 원천이라는 점이다. 두 사람은 나눔과 베풂을 인생의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워런 버핏은 보유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뒤 매년 보유 주식의 5%를 기부하고 있다. 워런 버핏이 지금까지 기부한 누적 총액은 현재 시장가치로 따지면 우리 돈으로 52조 원에 달한다. 빌 게이츠 역시 자신이 설립한 재단을 통해 30조 원 이상을 기부했다. 감동적인 사실은 빌 게이츠가 2008년 경영에서 손을 떼고 자신과 버핏이 기증한 재산으로 자선사업에 몰두한다는 점이다.

나눔과 상생에는 동서고금이 따로 있지 않다. 우리에게는 일찍부터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려는 미풍양속이 있었다. 근심과 재난이 생겼을 때 서로 도와주는 환난상휼(患難相恤)과 상부상조(相扶相助)의 삶이 그것이다.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면서 상생 나눔의 정신이 옅어진 감은 있지만 아직도 우리 마음속에는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인간미가 면면히 흐르고 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생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 그러기에 이웃이 잘 돼야 나도 발전할 수 있다. 무소유의 삶을 실천했던 법정 스님은 살아생전에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며 상생 나눔에 대한 좋은 가르침을 주기도 했다. 관심이 사랑을 낳는 법이다. 상생 나눔의 삶이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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