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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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 안철현 변호사
  • 승인 2011.06.2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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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등록까지 마쳤는데 보증금을 보호받지 못한다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철현 변호사)

김씨는 2008년 2월15일 이씨로부터 상가건물 중 점포 한 칸을 보증금 1억 원에 임차기간을 2년으로 정해 임차했다. 김씨는 보증금을 전부 지급하고 점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면서 같은 해 3월20일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고, 다음 날 사업자등록까지 마쳤다.

한편 최씨는 이씨에게 1억5000만원을 빌려주고 담보조로 위 점포를 임차받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4월경에 점포가 이미 김씨에게 임대된 사실을 알고는 이씨에게 고소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자 급해진 이씨는 김씨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점포의 원만한 운영방법을 논의했다.  이씨의 중재로 김씨와 최씨가 최종 합의했다. 김씨가 5월30일 최씨에게 점포를 전대하고, 슈퍼마켓 운영을 그만두는 대신 운영 수익 중 일부를 최씨로부터 전대차의 월차임으로 지급받기로 했다.

이해당사자들 간에 불만도 없고, 큰 무리도 없는 방안을 찾은 듯 했다. 그러나 그 사이 이씨는 6월2일 은행으로부터 20억 원을 대출받으면서 담보로 상가건물에 관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줬다.

그 후 이씨가 대출금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자 은행은 상가건물에 대해 부동산임의경매를 신청한 후 최근에 상가건물을 15억 원에 낙찰 받았다. 부동산임의경매사건의 경매법원에서는 그 다음 절차로 김씨에게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있다고 보고 배당순위에서 은행보다 먼저 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를 작성했다.

배당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은행은 배당기일에 출석해 배당이의를 진술하고 일주일 후 법원에 배당을 다시 해달라는 내용의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했다. 과연 김씨의 임차보증금은 보호받을 수 있을까? 김씨가 그대로 영업을 했으면 사실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기에 이런 질문을 던졌을까 생각해 보기 바란다.

임차인이 근저당권자인 은행에 대해 대항력을 가지고 우선해서 보증금을 변제받기 위해서는 임대차의 목적인 상가건물을 인도받고 부가가치세법에 의한 사업자등록을 구비하고, 관할세무서장으로부터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 법은 사업자등록은 대항력 또는 우선변제권의 취득요건일 뿐만 아니라 존속요건이기도 하므로,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존속하고 있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좀 더 설명하자면 이렇다. 부가가치세법이라는 것이 있는데 여기에 의하면 신규로 사업을 개시한 이후에 휴업 또는 폐업하거나 사실상 사업을 개시하지 아니하게 되는 때에는 지체 없이 관할세무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반대로 사업장 관할세무서장은 그런 경우 지체 없이 그 등록을 말소해야 한다. 그래서 법원에서도 이런 부가가치세법 규정 취지에 비춰 위 사례처럼 상가건물을 임차하고 사업자등록을 마친 사업자가 임차 건물의 전대차 등으로 사업을 개시하지 않거나 사실상 폐업한 경우에는 그 사업자등록은 부가가치세법 및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상가임대차의 공시방법으로 요구하는 적법한 사업자등록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 경우 임차인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물을 직접 점유하면서 사업을 운영하는 전차인이 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점포의 임차인인 김씨가 사업자등록 후인 2010년 5월30일 최씨에게 점포를 전대하고, 그 무렵 슈퍼마켓 영업을 그만두어 사실상 영업을 폐업하게 됐으니 그 사업자등록은 관련법이 요구하는 적법한 사업자등록으로 볼 수 없게 된다. 

한편 점포를 전차해 슈퍼마켓 영업을 한 최씨는 점포에 대하여 자신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한 바가 없으니 최씨 역시 점포에 대하여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이 없다고 판단하게 된다.

김씨의 입장에서는 은행보다 먼저 점포를 인도받아 사업자등록을 마쳤기 때문에 경매사건에서 은행보다 우선해서 배당받을 수 있었을 텐데, 잘못된 법률 판단으로 자신의 임차보증금을 보호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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