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아로 본 소비자운동의 위치 ②>
“한국, 자율시장 속에 기업보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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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아로 본 소비자운동의 위치 ②>
“한국, 자율시장 속에 기업보호론”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1.06.24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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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본부장 “소비자 입장에선 개발 덜 된 시장…더 성숙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오늘날 시장경제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더욱이 IT가 발달함에 따라 소비자의 권익실현을 위한 움직임이 빠르고 활발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약육강식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공급자의 힘 또한 강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키워놓은 기업에 발등을 찍히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거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소비자의 요구는 쉽게 달성되지 않는다.

최근 이러한 기업과 소비자 마찰의 일례로 삼성전자의 휴대폰 옴니아 사례가 있다. 옴니아 시리즈는 당초 삼성이 의도했던 ‘아이폰의 대항마’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통신장애, 느린 작동시간, 기기 오작동 등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온라인상에 모여 ‘옴니아집단배상준비카페’(전 옴니아2집단보상준비카페, 이하 배상카페)를 만들고 8만여 명에 이르는 회원들이 삼성을 상대로 공개사과와 적절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옴니아 사례를 통해 소비자 움직임을 돌아보고 나아가 현대 시장에서 대기업과 소비자의 관계, 그 사이에서 소비자 운동을 성과 있게 풀기 위한 방안 등에 대해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본부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 옴니아 배상카페 회원들은 옴니아의 이상 증상을 동영상으로 제작, 유튜브 등에 올렸다. 사진은 옴니아2 기기 이상 동영상 캡쳐 이미지. (자료제공=옴니아집단배상준비카페)


- 옴니아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시장 형태에서 소비자의 권리가 높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날은 과거에 비해 소비자가 시장을 움직이는 힘이 훨씬 강해진 것은 확실합니다. 경쟁시장에서 소비자 선택의 힘이 강해졌고 소비자 주권, 소비자 기본권 등이 논의되는 시대입니다. 시장에서 선택되지 못하고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은 망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소비자들의 요구와 반응이 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만큼 조직화 되고 발달돼 있느냐, 그건 또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 철저하게 사후시장관리체계를 이용해 보이지 않는 손(시장)을 관리합니다. 제도적으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punitive damages)와 집단소송(class action)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자가 손해를 입으면 법원에서 손해를 계상, 손해액만 배상하면 끝이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은 배상뿐만 아니라 징계의 개념도 같이 있습니다. 기업이 윤리적이고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모든 노력을 다했느냐를 묻고, 주의를 기울였으면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합니다.”

“또 집단소송 제도가 있습니다. 집단소송은 집단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한 소비자가 소송을 제기할 때 집단소송으로 진행, 승소하게 되면 기업은 동일한 피해를 입은 소비자를 모두 찾아낼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소비자에게 해준 배상을 그대로 해줘야 합니다. 잘못하면 기업이 무너질 수도 있죠. 우리나라는 엄밀히 말하면 집단소송이 없습니다. 옴니아의 경우 소송을 하면 집단이 하게 됩니다. 8만 명이 소송을 한다면 8만개의 서류를 모두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집단소송이 인정되는 것은 대표소송이라고 말하는 소액주주 소송뿐 입니다.”

“그와 반대로 유럽은 단체소송제도를 도입합니다. 우리나라도 유럽형 제도 아래 있죠. 단체소송제는 우리말로 행위금지소송이라고도 합니다. 조직된 단체가 대표가 돼서 소비자에게 유해를 가할만한 행위를 하는 기업의 활동을 중단시키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 이것은 피해보상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옴니아가 사용자에게 상해를 입히는 제품이라고 가정하면 대표 단체가 옴니아 생산 중지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식 시장 속에 유럽식 제도가 있습니다. 자율경쟁시장에서 제도는 사전적 규제, 사후 기업보호로 돼 있죠. 시장이 다양화되고 발달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개발이 덜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나라가 성장하는 과도기적 시점에서 여전히 기업이 살아야 국민이 산다는 척박한 시장주의가 남아있습니다.”

- 시장구조를 극복하고 소비자 운동을 성과있게 풀기 위한 방법이 무엇입니까.

“시장구조의 문제도 있지만 소비자 또한 의식을 높여야 합니다. 정보를 다루는 방식, 법에 대한 이해 등 소비자의 수준도 전체적으로 높아져야 합니다. 물론 최근 2~3년 사이 소비자 의식 수준은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교육도 다양해지고 수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도 점점 더 많이 성장해 갈 것입니다.”

“옴니아 소비자들도 많은 사람이 뭉쳐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대처하는 수준까지 갈 것이냐 하는 게 핵심입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힘은 머리수가 아니라 사회가 합의한 제도의 방식대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입니다. 옴니아의 문제는 분명히 소비자가 문제삼을만한 것이고 기업이 적극적으로 상대하기 충분한 사안이기 때문에, 사회 제도 아래서 전략적인 방법을 찾아서 소비자들의 힘이 기업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힘으로 연결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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