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학생들의 침묵… “‘역사교과서’ 탓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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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학생들의 침묵… “‘역사교과서’ 탓이죠”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1.07.15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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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홍대 학생들아, 현장에서 배워라③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평일 낮 12시면 홍익대학교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학교 측의 손해배상청구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정문 앞으로 나온다. 기존 4명이 한 팀을 이뤄 30분 동안 진행하던 일인시위는 14일부터 2명씩 2교대로 1시간동안 진행한다.

교문 앞에 피켓을 들고 서있는 아주머니들 앞으로 젊은 학생들과 교직원으로 보이는 어른들이 지나간다.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인원이 학교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길로 지나가지만 이들 중 어떤 이도 서 있는 노동자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스쳐지나갈 뿐이다.

15일 일인시위를 하고 있는 여자 청소노동자 두 명의 표정이 좋지 않다. 뭔가 단단히 화가 난 듯하다. 대답을 피하던 두 사람은 자꾸 귀찮게 하는 기자에게 끝내 화가 난다고, 학교 때문에 점심시간에 쉬지도 못하고 뭐하는 거냐고, 다리도 아프고 힘들다고 말했다.

피켓을 들고 가만히 서서 들어갈 시간만 기다린다. 어느 누가 관심을 가져 주는 것, 기대하지 않는다. 한 청소 노동자는 여기 학생들 대부분이 시위에 관심이 없다며 공부하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우리 애들도 24살, 26살이라 대학교 다니고 여기 홍대에도 친구가 있다는데, 근데 그 아이들 다 관심 없대. 자기 일 아닌데 누가 관심 있겠어? 여기 지나다니는 학생들도 별 관심 없어. 다들 공부하느라 바쁘지. 당장 우리 애들도 엄마일인데 별로 관심 없어. 힘들 것 같으니까 그만하라고만 하지. 인생에 공부보다 소중한 것도 배워야 한다지만 사람이 자기 문제가 아니면 관심 갖기가 어렵지”

▲ 지난 2월 15일 홍익대 청소노동자 고용승계를 위한 집중결의대회에 참석했던 홍대 재학생과 시민들의 모습. ⓒ 뉴시스
 
현재 일인시위에 대한 홍익대 학생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일인시위를 돕고 있는 홍대 재학생 서 모씨(22)는 지난 1월 고용승계 농성 때와 달리 이번 소송사건은 입장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서 씨에 따르면 시위에 직접 참여하는 학생은 적지만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학교 커뮤니티에 의사표시를 한다고 한다. 

그 곳에서 극우 성향의 학생들은 “학교가 잘한 거다. 민주노총 깡패 집단은 혼나봐야 한다.”,  “법원이 판단하도록 해라” 등의 주장을 하고 중도 계열의 학생들은 “학교가 시위관계자 6명에게 소송한 것을 마치 노동자 전체에게 한 것처럼 왜곡 한다.”,  “노동자는 지지하지만 민주노총 등 참여 단체가 거부감이 든다” 등의 의견을 내고 있다. 반면 좌파 학생들은 당연히 재학생들이 나서서 행동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극좌파 학생은 노조를 파괴하려는 학교 측의 전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서 씨는 “어차피 우파는 설득할 수 없는 일이지만 중도는 노조에 대한 입장이 다르고, 또 그런 학생들의 대부분이 잘 몰라서 그러는 경우가 많다. 행동에 대한 경험 부재 때문이다”라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노동자에 대한 마음이 있음에도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서 씨는 대학생들의 이러한 인식이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라고도 지적했다.

서 씨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우파적인 친기업정서가 기본이 돼 있고 노조에 대한 설명이나 노동자 인권에 관한 것은 거의 없다. 역사책을 봐도 투쟁사에 대한 언급은 극히 일부분이다”라며 “많은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5·18민주화운동, 6월 항쟁 등 과거의 운동은 정당하게 바라본다. 하지만 현재의 행동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어려서부터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찾는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고등교육을 책임져야 할 대학교가 노동자에게 보이는 이러한 행동(손해배상청구소송)도 교육적으로 바르지 않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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