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8천이 억울한 홍대 가오리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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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8천이 억울한 홍대 가오리 “투쟁”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1.07.20 2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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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홍대 학생들아, 현장에서 배워라④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홍어일 수 없는 가오리의 비애을 아는가. 문화노동자 김성만 씨는 20일 홍익대학교 앞에서 가오리의 설움을 노래했다. 같은 모양을 하고서도 10만 원을 훌쩍 넘는 홍어와 달리 3만 원 가량의 저렴한 가격으로 팔리는 가오리를 보며 비정규직 노동자를 생각했다고. “아~ 싸다 가오리 아싸아싸 가오리”를 신나게 외치며 노동계의 가오리 홍대 청소노동자들에게 “힘을 내. 힘을 내. 용기를 줄게”라고 응원의 노래를 불렀다. 

손해배상소송 철회를 요구하며 청소노동자들이 일인시위를 벌이던 홍익대학교 정문 앞이 20일에는 600여명의 인파로 가득했다.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이하 서경지부)는 이날 오후 4시30분 학교 측의 손해배상소송을 규탄하는 집중 결의대회를 열고 홍대 청소노동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도 고대 연대 이대 성신여대 등의 청소노동자들이 일을 마치고 홍익대 정문 앞으로 모여 ‘아줌마 부대’를 이뤘다.

▲ 서경지부는 20일 오후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집중 결의대회를 열고 홍익학원과 대학당국의 지난 1월 170명의 노동자들을 집단해고 한 것에 대한 잘못 인정과 손해배상소송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고 있다. ⓒ 권희정 기자

이날 집회에서는 학교 측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박명석 서경지부 지부장, 이숙희 홍대청소노조 분회장 등이 학교 측의 행태를 비판하고 손해배상을 즉시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박명석 지부장은 “여러 학교가 노조들과의 마찰이 있었지만 그 중 어떤 학교도 노동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는 않는다. 홍익대는 이제 학교도 아님을 스스로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숙희 분회장은 “소송 뒤 학생회장이 찾아와 ‘어머님(이숙희 분회장)은 우리 편이니 명단에서 어머님만 빼 주겠다’더라. 애나 어른이나 어쩜 그렇게 똑같냐”고 나무라기도 했다.

이들은 교직원들이 먹은 떡볶이 값, 커피 값 등이 청구돼 있는 손해배상 내역을 억울해 하며 “한겨울에는 얼려 죽이려고 하더니 이제 태워죽이려 하나보다. 그래도 우리는 든든한 지원군이 많다. 그래서 힘이 난다”고 말했다. 특히 “홍대 동문과 재학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홍대 졸업생인 홍대민주동문회 장창준(건축학과 92학번)씨는 학교의 만행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사죄의 큰절을 했다. 장 씨는 “너무도 사랑했던 홍익대, 홍익재단이 이러한 반인륜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학교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무참히 짓밟혔습니다”라며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전개해 홍익재단과 이사장이 학교의 실추된 이미지를 살릴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민주동문회는 서명운동을 하며 학교 측의 소송철회를 요구, 뜻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동문들의 명예 훼손을 근거로 법적소송을 검토할 계획이다.

홍대 재학생들도 집회 장소에 함께했다. 방학기간임에도 불구하고 30여명의 재학생들이 이 자리에 참석했다. 재학생들은 “학교가 방학 때마다 이렇게 일을 벌이는데, 학생들이 노동자들과 더 열심히 연대하라는 뜻으로 알겠다”며 “방학이라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고향에서, 학원에서, 각자 있는 자리에서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은 노조와 함께 활동하며 청소노동자들의 일인시위에도 동참하고 있다. 재학생들은 앞으로 홍익대학생 행동연합을 조직하고 온라인 서명 운동 및 청소 노동자 지지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이날 낮 12시 일인시위를 진행한 홍대 청소노동자 박모(58)씨는 한 손에 캔커피를 들고 “그래도 학생들이 이렇게 커피도 갖다 주며 관심을 갖는다. 이건 우리가 정당하다는 얘기다. 매일 일인시위를 하는 것도 얼핏 진전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분명 헛일하는 것은 아니다”며 학교재단과 대학 당국이 잘못을 인정하고 소송을 철회할 때까지 앞으로도 지속적인 시위와 투쟁집회에 참여할 것을 다짐했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등과 홍대분회조합원을 비롯한 고대 연대 이화여대 분회조합원 등이 참여했다. 또 홍익대 재학생과 세종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의 학생들도 함께해 총 600여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한 가운데 오후 6시경 집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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