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과 한국교회> “신앙은 자유여야 하는데 교회는 자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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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과 한국교회> “신앙은 자유여야 하는데 교회는 자유가 없다”
  • 심의석 자유기고가
  • 승인 2011.07.2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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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프롤로그-2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심의석 자유기고가)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고 주장하는 기성교회가 교회 밖에서 성경을 강해(講解)하는 그를 그냥 그대로 놔둘 리가 없다. 함석헌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전국 교회에 공문을 보내 그를 강단에 세우지 말라고 지시했다.

함석헌뿐만 아니고 그의 집회에 나가는 사람들도 교회에서 쫓아냈다. 예를 들면 오산학교의 설립자인 이승훈 장로도 함석헌의 집회에 나간다는 이유로 오산교회에서 출교 당했고, 후에  고려대학교의 교수를 역임한 김용준 장로도 천안농업고등학교의 교사로 재직하면서 천안교회의 집사로 있을 때 같은 이유로 출교를 당했다.
함석헌의 말로 저간의 사정을 들어보자.

 “나는 처음부터 교회에 가지 말잔 것은 아니었다. 방학에 집에 오면 될수록 교회에 나갔다. 그러나 갔다가는 늘 실망했다. 조금도 심령의 소생하는 것이 없고, 낡아빠지고 껍데기 돼버린 교회 형식만 되풀이하는 데 견딜 수가 없었다. 우리가 알기로는 신앙은 첫째 자유여야 하는데 거기는 자유가 없다. 참이어야 하는데 형식이요 수단적이다. 심령이 문제인데, 나와 하나님 사이는 직접적인 문제인데, 항상 교회란 우상이 그 중간에 선다. 이것이 견딜 수 없어 더러 말을 하면 처음엔 독선이라 고답(高踏)이라 하다가 그 다음엔 교회를 부인한다고 차차 멀리한다.
 
우리를 몰아친 이 중에서도 김인서 같은 이가 가장 심했다. 우치무라 선생이 돌아간 때에 ‘성서조선’지가 그를 슬퍼한 글을 썼다 하여 그는 우리를 민족정신이 없는 놈들로 공격을 했다. 그래도 해방 전까지는 무교회주의자라 비평은 하여도 아주 이단이란 딱지를 붙이지는 않았다. 해방 후 우치무라의 10주년 기념강연을 하고 난 후 아주 이단이라 규정을 짓고, 장로파에서는 무교회주의자에게 교단을 절대 허하지 말라고 통문을 돌렸다. 민족정신, 장로파의 특사로 자임하는 김인서 씨는 피난 중에도 곳곳에서 부흥회를 하면서 개인의 이름을 불러가며 비평을 했고, 어느 때 꿈을 꾸었는지 이제 우치무라 총독이 군림한다고 경고를 하며 돈키호테 같은 용맹을 뽑냈고, 가톨릭은 또 지난 해에 싱거운 그 재탕을 돌렸다.”(4-194)
 
그러나 함석헌은 자신이 이단으로 몰리는 것을 분해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영광으로 알고, 당당하게 받아들였다. 아직도 6·25동란이 끝나지 않은 1953년 7월 4일, 그는 피난지 부산에서 자신을 이단으로 규탄하는 기성교회에 대하여 그의 신앙자세를 밝히는 시, ‘大宣言’(전집 6-256)을 발표한다. 그는 이 시에서 “내 즐겨 이단자가 되리라. … 기독교는 위대하다. 그러나 참은 보다 더 위대하다. 참을 위해 교회에 죽으리라”고 노래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크라테스는 위대하다. 그러나 진리는 보다 더 위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함석헌은 진리는 예수보다 더 위대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예수는 곧 진리이기 때문이다. 예수는 진리를 지키기 위하여 생명을 버렸으며 죽은 후에 부활하여 자신이 진리임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진리는 기독교보다는 위대하다고 말한다. 예수가 진리라고 해서 기독교도 진리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독교도 가치가 있지마는 상대적인 가치밖에 없다는 말이다. 기독교에는 잘못도 많이 있다는 말이다. 기독교뿐만 아니라 무릇 모든 종교는 절대계의 일이 아니고 상대계의 일이라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종교는 사회적 역사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독교는 잘못에 대한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기독교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기독교의 잘못을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경을 기성교회의 교리와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기성교회의 비리를 고발하는 것이 문제가 되어서 자신이 이단으로 몰린다면 “내 즐겨 이단자가 되리라”고 선언한다. 
 

▲ 기성교회는 함석헌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교단에 세우지 말 것을 지시했다 ⓒ사진제공=(사)함석헌 기념사업회
그는 이 대선언을 하게 된 심정을 ‘말씀모임’(3-141)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53년 7월에 ‘대선언’(후에 고쳐 「내부치는 말」이라 함)을 발표했다. 그것은 나의 이미 있는 모든 종교에서의, 물론 무교회에서도, 탈퇴를 선언하는 것이었다. 새 시대를 건질 새 종교를 애원하는 기도였다. 그러나 내가 기독교를 버리려 하면 버려질까? 무교회를 내놓으려 하면 내놔질까? 버릴 수 있고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진리가 아니다. 그것은 정말 내놓고 버려야 할 껍질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내가 기독교의 이단자가 되노라 하는 것도 참 기독교적이기 위해서 하는 말이요, 무교회를 내놓는다는 것도 더 무교회적이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생각이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이 월간잡지‘사상계’1956년 1월호에 쓴 ‘한국의 기독교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3-35)라는 글이다. 이 글을 읽으면 해방 후 10년 동안 우리가 경험한 한국 기독교의 실상을 그림으로 보듯이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당시 한국의 기독교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의 고발을 따라가 보자. 먼저 소위 예언이다. 
 
“38선이 갈라진 불행을 당하고 교회는 어떻게 했나? … 그저 저마다 예언이다. 3년 후에 통일이 된다, 5년 후에 된다, 어느 해는 예수가 재림하고 소련이 망한다, 이런 것이 유행했다. … 구약에 많이 있는 예언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 근본이 윤리적인 것이다. 국민의 갈 길을 지시해 힘쓰게 하자는 것이지 요행을 기다리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음에는 교파싸움이다.

 “장로회가 이분(二分)이 되고, 감리회가 이분이 되고, 한 교회당 안에서 두 파가 대립해서 예배를 드리고, 경관을 출동시키고, 교회당 차압을 하고, 천주교는 우리는 그런 싸움 아니한다고 자랑할는지 모르나, 그것은 마치 국민의 불평을 식민지전으로 전가시켜 겨우 통일을 유지해가는 제국주의 국가의 일과 마찬가지로, 다른 교파는 다 열교(裂敎)라는 것을 밤낮 선전해서만 유지해가는 통일이다. 개신파에서 개종해 온 것을 선전 광고하는 것은 그것이 교파심 아니고 무엇인가?”

 셋째는 소위 성신운동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일어난 것이 소위 성신 받는다는 일이다. 삼각산이요 용문산이요, 대구요 뚝섬이요 서울운동장이요, 엄 장로요 박 장로요 또 무슨 장로요, 한편에서는 병이 나았다, 불이 내렸다, 또 한편에서는 사람을 때려죽였다, 재판을 한다, 등등 가을들에 시든 풀이 불붙듯이 번져나간다. …

 문제는 성신이라 하는 ‘성령’을 무엇으로 생각하느냐 하는 데 있다. 예수께서 약속하신 성령은 그 성격이 윤리적인 데 있지 결코 마술적인 능력에 있지 않다. 이제 성령 받았다는 사람들이 양심의 정도가 올라가는 것은 별로 없고 기적적인 것을 행하는 데만, 더구나 방언 식으로 환상 식으로 많이 기울어지는 것은 그 진리 체험의 정도가 어떻게 옅음을 말하는 것이다. …

도덕적으로 성격이 정화되기를 힘쓰는 것 없이 한갓 능력만 구하는 사람들이 건전한 영을 받지 못할 것은 당연한 일이고, 건전하지 못한 이상 여러 가지 폐단이 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 이제 알아야 할 것은 평소에 진리를 가르쳐준 것이 없는 교역자의 잘못이다. 그들이 신앙이라면 그저 능력을 얻는 것으로만 가르쳤고, 복 받는 것으로만 말했고, 윤리적인 노력을 하는 것을 지도하지 않은 고로 오늘의 병증(病症)이 나타난 것이다.” 
 
넷째로 그는 해방 후 날로 더 못돼 가는 경제형편에 날마다 교회당은 늘어만 가는데 그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부정한 돈이거나 우리의 자유정신을 저해하는 미국 원조자금이거나 둘 중의 하나로 지은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성당 없는 종교”에 대한 염원을 다음과 같이 들어낸다.
 
“광야에 나가면 벌판에서, 바닷가에 가면 배위에서, 밭에 가면 밭고랑에서, 길을 가다가는 우물가에서 예배하는 종교하고, 목자 없는 양같이 헤매는 무지한 군중을 찾아 가르치다가 저물면 그대로 보낼 수 없어 많거나 적거나간에 같이 나눠 먹고, 밤이면 홀로 산에 올라 별을 바라보며 기도·예배하는 종교, 그러한 예수의 종교, 성당 없는 종교, 종교 아닌 종교는 지금 이 나라에 있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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