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논란③>오세훈, 친이계 지지 업고 ‘박근혜’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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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논란③>오세훈, 친이계 지지 업고 ‘박근혜’ 흔드나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7.24 0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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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투표율 33.3% 놓고 여야-시민단체 복잡한 셈법
진보진영, 보이콧 움직임 대두…오세훈 타격 불가피
친박, 오세훈 무상급식 업고 대권출마 최악 시나리오
“무상급식 주민투표 예선용”…“패배시 정치생명 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최신형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속내가 복잡하다. 동시에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속내도 복잡해졌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라는 암초를 만났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적극적 지원’과 ‘보이콧’을 놓고 저마다 계산기 두드리기에 바쁘다.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결과는 총선체제로 돌입하는 올해 하반기 정국주도권는 물론, 오는 10월 재보선과 차기 대선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오세훈發 주민투표가 대권잠룡들의 이해관계와 맞닿아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24일 현재까지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향후 선거전략과 관련해 내부의견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 쪽이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에 따라서, 또 ‘어떤 방울을 다느냐’에 따라서 한쪽의 치명적인 상처가 불가피한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이미 무상급식과 관련해 “정치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승리하면 총·대선 국면에서 훨씬 유리한 지형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한 정치적인 책임을 두고 이현령비현령식 해석이 난무하는 가운데, 친이계는 적극 지원을, 친박계는 비토를 하고 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놓고 여당 내부의 계파갈등이 재연된 셈이다. 그만큼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휘발유성 의제다.

향후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경우의 수는 크게 세 가지다. ‘투표율 33.3% 이상→오세훈 승리’, ‘투표율 33.3% 이상→오세훈 패배’, ‘투표율 33.3% 미달→개표 무산’ 등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친박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투표율 ‘33.3% 이상→오세훈 승리’다. 반면 오 시장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투표율 33.3% 미달→개표 무산’이다. ‘투표율 33.3% 이상→오세훈 패배’는 여야 모두 반쪽짜리 승리다.

▲ 오세훈 서울시장.ⓒ뉴시스

투표율 33.3%에 담긴 복잡한 셈법

“전체 투표수가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에 미달되는 때에는 개표를 하지 아니한다.(주민투표법 제24조)”

이번 주민투표에서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이다. 타 투표와는 달리, 투표율이 33.3%(서울 유권자 280만여 명)에 미달할 경우 개표 자체가 무산되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오는 8월 23∼25일로 예정됐다. 평일인데다 막바지 휴가철이다. 또 마지막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끝자락이다. 투표율 제고 자체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008년 7월 30일에 치러졌던 서울시교육감의 투표율은 15.5%였다. ‘공정택 vs 주경복’이 맞붙었던 당시 선거는 ‘첫 민선교육감’과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정국’이라는 핫이슈 가운데 실시됐다. 하지만 강남3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10% 초반 대의 투표율에 머물렀다.

지난해 8월 제주지사 소환투표의 투표율은 불과 11%였다.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율 역시 33.3%를 미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나라당-범야권-시민사회단체 중 어느 한 곳이라도 보이콧을 선언한다면, 사실상 개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목할 점은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내부에서 감지되는 보이콧 움직임이다. 당초 흐름이 적극적인 대응에서 보이콧으로 넘어가는 양상이다. 오 시장이 이길 경우 지난 4·27 재보선 승리로 확보한 정국 주도권을 뺏길 수밖에 없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동력이 급속히 빠질 것을 우려한 결과다.

‘진보진영의 보이콧→투표율 33.3% 미달’이 현실화 될 경우 오 시장과 한나라당 친이계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 한나라당 유승민 최고위원(왼쪽)과 박근혜 전 대표.

일단 오 시장은 ‘혈세낭비의 주범’이라는 낙인과 함께 사퇴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오 시장 지원 의사를 밝힌 친이계 역시 진퇴양난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의 기세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반면 범야권의 총·대선 가도는 ‘맑음’이다. 야권이 복지 어젠다를 선점하며 19대 총선을 복지 vs 반(反)복지 구도로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뿐만 아니라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 등록금 등을 주도하며 복지를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굳힐 수 있다. 진보진영에겐 ‘투표율 미달로 인한 개표 무산’이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얘기다.

이 경우 박근혜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도 2순위로 밀려날 뿐 아니라 본인의 약점인 서민 이미지의 결여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복지 어젠다가 소멸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시사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지난 2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주민투표율 33.3%를 넘기기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투표율 자체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지 실패하면 오세훈 시장의 정치적 생명은 사실상 끝이라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의 정치적 책임 발언’과 관련해 “정치적 책임을 진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정치적 책임인지가 중요하다. 오 시장이 시장 직에서 물러난다는 것인지, 당에 자기입장을 철회한다는 것인지, 의미가 불분명하다”고 평가절하 했다.

한편 배옥병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대표는 같은 날 <시사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보이콧 움직임과 관련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선거운동 부분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고, 정호진 전 서울시당 공동대표(현 진보신당 영등포당협협의회 위원장)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보이콧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주민투표 문안 자체가 단계적 vs 전면적으로 되지 않았느냐”고 주민투표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친박계, 오세훈 대선불출마 요구…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친박계다. 친박계가 오 시장을 겨냥하며 대선 불출마 선언을 압박하고 나섰다. 실제로 친박계 구상찬 의원은 지난 11일 서울시당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에서 “무상급식 찬반투표가 대권행보와 관련이 있다는 오해가 있으니 잘 해명하라”고 오 시장을 압박했다.

달리 말하면, 친박계가 가장 경계하는 시나리오는 오 시장의 대권 출마다. 즉, ‘주민투표 승리→복지 포퓰리즘 어젠다 선점→친이계 지원→오세훈 대안론’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다. 지난해 12월 생애주기별 복지를 내세운 박 전 대표와 대척점을 세우기 때문이다.

▲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김문수 경기지사.ⓒ뉴시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오 시장이 승리할 경우 단번에 친이계의 강력한 대안론으로 급부상할 뿐 아니라 그간 독주체제를 굳힌 박 전 대표를 흔들 수 있는 동력을 갖추게 된다. 동시에 친이계의 당 장악력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장악력 역시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 중 남경필 유승민 최고위원을 제외한 나머지가 오 시장을 적극 지원하는 이유도 박 전 대표의 독주체제를 흔들 수 있는 정치구도 변화의 필요성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시장사퇴 카드’를 활용해 한나라당을 압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오 시장이 그간 “무상급식과 대선출마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사퇴카드가 한나라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나라당 역시 ‘주민투표 패배→오세훈 사퇴’가 현실화된다면, 오는 10월 재보선은 물론 연말 정국주도권을 야당에 뺏길 수밖에 없다. 친이-친박 모두 손 놓고 볼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오 시장이 이 같은 상황을 역이용해 주민투표 선거 막바지에 사퇴카드를 사용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마지막 경우의 수는 투표율 ‘33.3% 이상→주민투표 패배’다. 이 경우 오 시장과 한나라당, 박 전 대표 등의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패배시 복지 어젠다가 야권으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만 오 시장이 범야권의 무상급식에 맞서 보수층을 결집하는 데 성공,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편이 많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지지층의 결집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 4월 재보선 이후 이재오 특임장관의 조용한 행보, 김문수 경기지사의 춘향전 실언 등으로 친이계가 별다른 존재감을 갖지 못한 것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에 패하더라도 투표율이 33.3% 이상만 되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상병 박사는 오세훈 승부수에 대해 “오세훈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당내 예산용에 불과하다”면서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야당 등이 더욱 결집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행로가 험난하다. 어떤 식으로든지 정치적 상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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